"부자니까 킹크랩 사와"...직원 죽음 부른 '회사 갑질' 사실이었다

오서연 2023. 4. 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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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농협,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주 52시간제 위반 등 노동관계법 15건 위반
고용노동부, 15건 중 6건 형사 입건·과태료 6,770만 원 부과
고용노동부. /사진=연합뉴스


지난 1월 전북의 한 지역농협에서 한 30대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다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이에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조사를 실시한 가운데, 고인이 유서를 통해 밝힌 '직장 내 괴롭힘'이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전주고용노동지청이 1월 27일부터 지난 7일까지 장수 농협을 특별근로감독한 결과,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례를 적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독 결과, 여러 상급자가 고인에게 사비로 27만 5천 원짜리 킹크랩을 사 오라고 요구해 실제로 이를 받아냈고, 면박성 발언으로 지속적인 괴롭힘을 가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고인이 괴롭힘 사실을 신고하자, 사측은 고인에게 전산망 접속이 되지 않는 PC를 배정하고, 부당한 업무 명령을 하거나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불리한 처우를 한 사실도 확인됐습니다.

이와 더불어, 사측은 문제 해결을 위해 공인노무사를 선임했는데, 노동부가 압수수색을 진행한 결과, 이 노무사는 가해자와 지인 관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노무사는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했고, 편향된 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외에도 조기 출근자 연장근로수당 4억 원 이상 미지급, 출산한 지 1년이 안 된 여성 근로자에게 휴일 근무 요구, 주 52시간제 293회 위반 등 다른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도 무더기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는 장수농협의 노동관계법 위반 15건 가운데 6건을 형사 입건하고, 과태료 6,770만 원을 부과했습니다.

또 괴롭힘에 가담한 가해자 4명에 대해 사측에 징계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습니다.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공인노무사에게는 징계를 요구할 계획입니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사측이 청년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편향적으로 조사해 사실을 은폐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이 일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행위에 단호하게 대응해 청년 등 취약계층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호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고인은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사무실에서는 휴직이나 하라고 했다", "이번 선택으로 가족이 힘들겠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힘들 날이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등의 내용을 적은 유서를 남기고, 지난 1월 세상을 떠났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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