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개월차 새신랑 극단 선택 장수농협 사건, 직장 내 괴롭힘 사실로

곽래건 기자 2023. 4. 16.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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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전경. 신현종 기자

올해 1월 결혼한지 3개월 된 전북 장수농협 30대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과 관련해,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16일 발표했다. 장수농협 자체 조사에선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다’는 결과가 나왔었는데, 고용부는 “(장수농협 조사는) 편향적이었다”며 “다수의 상급자가 사망 직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북 장수농협 직원 A(33)씨는 올해 1월 12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결혼을 약 3주 가량 앞뒀던 작년 9월에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문자 메시지를 남겨놓고 잠적했다가, 경찰 추적으로 무사히 발견된 적이 있다고 한다.

A씨는 유서에 상급자들로부터 “부자라서 재수가 없다”거나 “부자니까 킹크랩을 사오라”는 말을 들었다고 썼다. A씨는 실제로 택시를 타고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까지 가 사비로 수십만원짜리 킹크랩을 사오기도 했다. “10월이면 수매철인데 결혼식을 잡는 멍청한 ×”이라는 등 면박성 발언들도 있었다고 한다.

장수농협 측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조사를 했지만, 편향적이었다는 것이 고용부 판단이다. 고용부 전주지청 압수수색 결과 장수농협 측의 의뢰로 직장 내 괴롭힘을 조사한 공인노무사는 가해자와 아는 사이였다. 해당 노무사에 대해 고용부는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피해자의) 비밀을 가해자들에게 누설했다”며 “징계를 요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A씨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이후 장수농협 측이 A씨에게 부당한 업무명령을 내리거나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부당한 처우를 한 사실도 확인됐다. 신고 이후 A씨는 다른 부서로 발령이 났고, 내부 전산망 접속도 못했다고 한다.

다른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도 다수 확인됐다. 장수농협은 직원들에게 정해진 출근시간보다 먼저 출근하게 해 놓고는 법상 줘야하는 연장근로수당은 주지 않았다. 연차를 쓰지 않았을 경우 줘야하는 연차보상 수당 역시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 이렇게 임금체불된 금액이 최근 3년간 4억원에 달했다. 1주일에 연장근로를 12시간 이상 할 수 없는 ‘주 52시간제’도 293회 위반했다.

고용부는 법 위반 사항 6건에 대해 형사입건하고, 총 67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4명에 대해서는 장수농협 측에 징계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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