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히는게 무섭고 두려워" 별이된 아이들 생각에 다시 슬픔 잠긴 '안산'

최대호 기자 2023. 4. 16. 17:4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시간은 약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보기엔 아주 틀린말 같다. 시간이 갈수록 잊히는 것 같아 무섭다. 네게 한 약속들이, 9년동안의 가슴이 모두에게서 희미해지는 것 같아 두렵다."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이영만 학생의 형 이영수씨는 9년 전 먼저 보낸 동생에게 못 해준 것만 기억이 난다며 천문학자가 꿈이었던 동생이 어떤 어른으로 컸을지를 궁금해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랑유원지서 9주기 기억식…단원고 기억교실에도 추모 발길
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3.4.1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안산=뉴스1) 최대호 기자 = "시간은 약이라고 들었는데, 내가 보기엔 아주 틀린말 같다. 시간이 갈수록 잊히는 것 같아 무섭다. 네게 한 약속들이, 9년동안의 가슴이 모두에게서 희미해지는 것 같아 두렵다."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이영만 학생의 형 이영수씨는 9년 전 먼저 보낸 동생에게 못 해준 것만 기억이 난다며 천문학자가 꿈이었던 동생이 어떤 어른으로 컸을지를 궁금해했다.

16일 오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9주기 기억식 단상에 오른 이영수씨는 '약속 편지' 낭독을 통해 세월호 사고가 모두에게서 잊히는 게 무섭고 두렵다며 어린 시절의 동생을 회상했다.

이영수씨의 약속편지 낭독이 이어지는 동안 화랑유원지에 모인 3000여 시민들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었다. 노란 손수건으로 숨죽여 눈물을 훔치는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참석자들이 16일 경기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서 묵념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4.16/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이날 화랑유원지 위 하늘은 구름한 점 없이 맑았다. 희생자들을 기억하고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은 기억식 행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이어졌다.

어린자녀의 손을 잡고 나온 젊은 부부부터, 중·고등학생, 중절모를 눌러쓴 노신사까지 많은 시민들이 나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공유했다.

시민 안모씨(40)는 "벌써 9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엊그제 일 처럼 생생하다. 별이 되고 꽃이 된 아이들과 희생자를 위해서라도 다시는 세월호 참사 같은 비극이 반복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장 8차선 대로 맞은편에선 보수단체의 세월호 추모시설 건립 반대 집회가 열렸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확성기를 틀고 비난성 발언을 쏟아냈지만, 기억식 참석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9주기인 16일 단원고 기억교실을 찾은 시민들. /뉴스1 최대호 기

이날 기억식 행사장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단원고 4.16기억교실(기억관)에도 시민들의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기억관에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수업공간이 복원돼 있다. 단원고 2학년 학생이 수업했던 교실 10개반과 2학년 교무실이 건물 2~3층에 그대로 옮겨졌다. 4층은 하늘정원으로 꾸며졌다.

각 교실의 칠판과 아이들 책상은 가족, 친구 등이 남긴 그리움 담긴 메모가 가득했다. 환하게 웃는 생전 사진 옆에 놓여진 꽃과 초콜릿도 눈에 띄었다.

기억교실 출입문을 나선 한 남성의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 유가족으로 보이는 40대 여성은 책상 위 놓인 사진을 어루만지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2학년 교무실에는 생존 학생들이 눈물로 쓴 편지들이 희생 교사의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편지 구절구절에는 그리움과 고마움,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교무실 벽면에 걸린 달력은 2014년 4월에 멈춰 있었다.

기억관 관계자는 "4월이 아닌 다른 기간에는 사실 찾는 이가 적어 쓸쓸했는데 오늘은 정말 많은 시민들이 추모 발걸음을 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단체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학생(250명)·교사(11명)를 포함한 탑승자 476명 중 299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된 사건이다.

단원고 4.16기억교실 앞 공간에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모. /뉴스1 최대호 기자

sun070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