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1m 옆 폭발물 떨어져… 되살아난 '아베 악몽' 日충격

김규식 특파원(kks1011@mk.co.kr) 2023. 4. 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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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카야마 선거유세장에서
은색 통 던진 24세男 체포
투척 후 50여초 지나 폭발
기시다 총리 긴급 대피해 무사
아베사망 9개월만에 정치테러
내달 G7정상회의 경비 '비상'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한 지 9개월여 만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노린 폭발물 투척 사건이 발생해 일본 열도가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기시다 총리는 재빨리 대피해 다치지 않았고 보궐선거 등의 유세를 이어갔지만, 다음달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있어 경비·경호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사건은 전날 오전 11시 30분께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 사이카자키 항구 보궐선거 유세장에서 발생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원 유세를 위해 현장을 찾았고 생선 시식 행사를 마친 후 걸어서 수십 m 떨어진 연설장으로 이동했다. 연설 현장의 청중 200여 명 사이에서 은색 통 형태의 폭발물이 날아왔고 행사 시작을 기다리고 있던 기시다 총리의 1m 인근에 떨어졌다. 폭발물은 투척 시점에서 50여 초가 지나 폭발하며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고 그사이 기시다 총리는 경호원에 둘러싸인 채 수십 m 떨어진 차량 근처로 몸을 피해 다치지 않았다. 기시다 총리는 와카야마현 경찰본부에 대기하다가 오후 JR와카야마역 앞에서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이어갔고 밤에는 지바현으로 이동해 JR우라야스역 인근에서 청중 앞에 섰다. 지바현 경찰은 폭발물 투척 사건을 계기로 연단 주위를 경찰관이 에워싸는 등 경비를 강화했다.

지난 15일 일본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노린 은색 통 형태의 폭발물이 날아오고 있다. EPA연합뉴스

기시다 총리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선거에서 폭력 행위가 일어나는 것은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선거 활동이 방해받지 않도록 경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경찰청은 오는 23일 진행되는 통일지방선거와 중·참의원 보궐선거, 다음달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사고 현장에서는 빨간 상의를 입은 어부가 폭발물을 투척한 남성을 붙잡고 '헤드록'을 하듯 팔로 목을 강하게 걸어 넘어뜨렸다. 이 과정에서 경호원 등도 달려들어 어부와 함께 용의자의 신병을 확보했다. 일부 사람들이 놀라 비명을 지르는 등 현장이 혼란을 빚기도 했다. 용의자를 제압한 50대 어부는 "남성이 처음에 무언가를 던지고 배낭에서 또 무언가를 꺼내려고 했다"며 "순간적으로 붙잡았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남성이 제압되면서 하나가 폭발했고, 또 다른 물체 하나가 용의자의 발밑에서 굴렀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기시다 총리는 용의자를 제압한 어부들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30대 남성 경찰관 1명은 왼팔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고, 70대 어부는 폭발물에서 나온 것으로 짐작되는 파편에 등을 다쳤다.

현장에서 체포된 용의자는 일본 효고현에 거주하는 기무라 유지(24)다. 용의자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수사에 협조하지 않아 아직 범행 동기가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16일 용의자의 효고현 자택을 수사했다. 그는 15년 전께 현재 거주하는 주택으로 이사했으며, 지역 주민들은 얌전한 인상이었다고 전했다. 용의자의 가족은 경찰에 "일정한 직업 없이 수년간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생활을 계속했다.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모르겠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호원이 폭발물이 떨어진 곳을 향해 돌아서고 있는 기시다 총리(오른쪽 둘째)를 몸으로 막고 있다. EPA연합뉴스

경찰은 사건 당일 용의자가 던진 은색 통 형태의 폭발물과 흡사한 또 다른 물체를 사건 현장에서 확보해 구조와 파괴력 등을 살펴보고 있다. 일본 언론은 기무라가 던진 20~30㎝의 은색 통이 이른바 '쇠파이프 폭탄'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통에 발화장치를 넣는 형태인 쇠파이프 폭탄은 인터넷에서 떠도는 정보를 참고해 제작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기무라의 배낭에서 칼을 찾아냈고 일본 언론은 "폭발물 이외 흉기도 준비했던 점을 볼 때 상황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총리를 습격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기무라에게는 3년 이하 징역이나 50만엔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위력업무방해죄가 적용됐지만, 경찰은 살의가 있었다고 판단하면 살인미수 혐의를 추가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은 아베 전 총리가 총격으로 사망한 지 9개월여 만에 벌어져 일본 사회에 충격을 더했다. 역대 최장인 8년8개월의 총리 재임 기록을 갖고 있던 아베 전 총리는 작년 7월 나라시에서 선거 지원 유세를 하다가 범인 야마가미 데쓰야가 쏜 총을 맞고 숨졌다. 야마가미는 당시 아베 전 총리 뒤로 접근해 사제 총을 쐈는데, 총성이 울리기 전까지 야마가미를 제지한 경호원은 없었다. 당시 야마가미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에 어머니가 거액의 헌금을 해 어려움을 겪었는데 이 종교단체와 아베 전 총리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범행을 저질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도쿄 김규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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