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 전쟁' 이승엽 감독이 '약속의 8회' 진짜로 더그아웃에서 포효했다 [잠실 현장]

잠실=김우종 기자 2023. 4. 16.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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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잠실=김우종 기자]
'엽 전쟁' 이승엽 감독이 '약속의 8회' 진짜로 더그아웃에서 포효했다 [잠실 현장]
이승엽(왼쪽) 두산 감독이 16일 잠실 LG전에서 8회 이유찬의 몸에 맞는 볼이 나오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잠실=김우종 스타뉴스 기자] 올 시즌 첫 잠실 라이벌 시리즈. 현역 시절 '약속의 8회'를 이끌었던 영웅이 선수들에게 그 기운을 전했다. '염경엽 vs 이승엽' 이른바 '엽의 전쟁' 3차전 승자는 두산이었다. 스윕 위기에 몰렸던 두산은 3연패 탈출에 성공, 기분 좋게 다음 주를 맞이하게 됐다.

두산 베어스는 16일 오후 2시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원정 경기에서 8회 무려 6득점을 뽑는 빅이닝을 만든 끝에 10-5 역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두산은 3연패에서 탈출, 7승 6패를 마크했다. 반면 LG는 2연승을 마감, 9승 5패를 기록했다. LG는 지난 14일 두산과 첫 맞대결에서 13-4 대승을 거둔 뒤 전날(15일) 경기에서 3-1로 승리했다. 두 경기 모두 LG의 빠른 기동력이 빛났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는 두산의 응집력이 LG의 기세를 눌렀다.

양 팀이 4-4로 팽팽히 맞선 8회초.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다. LG는 계속해서 필승조가 나왔다. 김진성 대신 정우영을 투입했다. 선두타자 양의지를 3루 땅볼로 잘 처리하며 좋은 출발을 했다. 후속 송승환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했으나, LG 유격수 김민성의 포구 실책이 나오면서 1사 1루가 됐다.

이어진 2사 2루 기회. 두산의 안재석이 정우영을 상대로 중전 역전 적시타를 쳐냈다. 계속해서 이유찬이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하며 1, 2루가 됐고, 정수빈이 바뀐 투수 유영찬을 상대로 중월 2타점 적시 3루타를 치며 7-4까지 달아났다.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적시타. 더그아웃에 있던 이승엽 감독은 마치 진짜 현역으로 뛰는 선수처럼 팔을 크게 휘저은 뒤 기뻐하며 포효했다. 이후 두산은 조수행과 양석환의 연속 볼넷에 이어 유영찬의 폭투로 한 점을 추가한 뒤 김재환이 또 볼넷을 골라냈다. 이어 양의지가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 2루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총 12안타를 친 두산 타선에서는 송승환이 5타수 3안타 2득점, 정수빈이 2안타 2타점 2득점, 양석환이 2안타(1홈런) 3타점 2득점으로 각각 맹활약했다. 반면 7안타의 LG는 문보경과 박동원이 멀티히트로 분전했다. 두산은 최승용에 이어 정철원이 2이닝 2실점을 마크한 뒤 이병헌이 ⅔이닝 1실점, 박치국이 1⅓이닝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켜냈다.

'엽 전쟁' 이승엽 감독이 '약속의 8회' 진짜로 더그아웃에서 포효했다 [잠실 현장]
이날 경기 전 염 감독은 전날 9회초 2사 1루에서 투수를 교체(함덕주→이정용)한 것에 대해 "애초부터 함덕주에게 3아웃을 맡길 생각이었으나, 주자를 내보낸다면 이정용으로 바꾸려 준비했다. 함덕주와 양의지의 대결에 있어서 큰 것 한 방을 맞을 것 같았다"고 되돌아봤다. 이어 "내주 화요일 NC전에 고우석을 1군 엔트리에 등록할 것이다. 승리조 운영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경기에 앞서 "지금 3연패에 빠졌다. 선발 최승용이 연패를 끊는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지난 경기의 연장선상에서 좋은 투구를 했으면 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 재활 중인 외국인 투수 딜런에 대해 "연습하면서 후유증은 없었다. 등판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어야 한다. 내주 초에 검사할 것"이라 말했다. 딜런은 호주 스프링캠프 도중 타구에 머리를 맞는 부상을 당했다. 두산 관계자는 "오는 20일 연천 미라클(독립야구단)과 연습경기에 나서 30구 정도 던질 것"이라 전했다.

양 팀 모두 지난 2경기와 다른 라인업을 들고나왔다. LG는 홍창기(중견수)-문성주(우익수)-김현수(좌익수)-오스틴(1루수)-문보경(3루수)-김민성(유격수)-박동원(포수)-정주현(2루수)-송찬의(지명타자) 순으로 선발 타순을 꾸렸다. 두산은 정수빈(중견수)-조수행(우익수)-양석환(1루수)-김재환(지명타자)-양의지(포수)-송승환(좌익수)-강승호(2루수)-안재석(3루수)-이유찬(유격수) 순이었다. LG 임찬규와 두산 최승용의 선발 맞대결.

두산 양석환(오른쪽)이 7회 동점 3점포를 친 뒤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사진=뉴스1
두산은 1회초 도루를 시도하다가 흐름이 끊겼다. 1사 후 조수행과 양석환의 연속 안타로 만든 1,2루 기회. 후속 김재환 타석 때 조수행이 3루 도루를 감행했으나 박동원의 송구에 아웃됐다. 위기 뒤 기회였다. 1회말 LG 선두타자 홍창기가 좌익선상 안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출루한 뒤 문성주의 유격수 땅볼 때 3루까지 갔다. 후속 김현수가 좌익수 방면 큼직한 희생타를 쳐냈다.

두산도 반격했다. 2회 다시 한번 뛰었다. 1사 후 송승환이 중전 안타로 출루한 뒤 후속 강승호 타석 때 임찬규의 폭투를 틈타 2루까지 갔다. 여기서 만약 아웃이 됐다면 경기 초반부터 흐름이 완전히 LG로 넘어갈 수도 있었던 순간. 이후 강승호의 좌중간 안타로 1,3루를 만들었고, 안재석의 2루 땅볼 때 3루주자 송승환이 홈을 밟았다. 1-1 원점.

이후 양 팀 선발들이 호투를 펼치면서 좋은 흐름을 이어 나갔다. 4회초 LG가 한발 빨리 움직였다. 임찬규가 선두타자 송승환을 중전 안타로 내보낸 뒤 강승호를 유격수 직선타로 유도했다. 여기서 LG가 과감하게 투수를 교체한 것. 임찬규 대신 이우찬을 투입했다. 임찬규의 이날 성적은 3⅓이닝(61구) 5피안타 3볼넷 1탈삼진 1실점(1자책).

'엽 전쟁' 이승엽 감독이 '약속의 8회' 진짜로 더그아웃에서 포효했다 [잠실 현장]
경기 흐름이 요동치기 시작한 건 5회부터였다. LG 안방마님 박동원이 공수에서 날았다. 5회초 두산의 1사 1루 기회. 1루 주자는 정수빈. 풀카운트 이후 조수행이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동시에 정수빈은 2루로 뛰었다. 이때 박동원이 완벽한 2루 송구로 정수빈을 저격했다. 슬라이딩조차 시도하지 못할 정도로 송구가 빠르고 정확했다. 그리고 이어진 5회말. 이번에도 박동원이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최승용을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아치를 그렸다. 시즌 3호 홈런.

6회말 LG의 공격. 두산도 강수를 띄웠다. 5이닝(72구)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한 최승용 대신 '필승조' 정철원을 올린 것. 그런데 LG의 공격 본능이 다시 한 번 빛났다. 2사 후 오스틴이 안타로 출루한 뒤 문보경이 타석에 들어섰다. 정철원을 상대로 5구 승부 끝에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투런포를 작렬시켰다. (4-1) 특히 앞서 4구째 파울 홈런 이후 나온 진짜 홈런, 그것도 같은 코스로 기어코 넘긴 문보경의 홈런이었다.

이날 경기 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지 못하고 연패를 당해 두산 팬들께 죄송하다"고 한 이 감독이었다. 그리고 사령탑의 연패 탈출을 향한 의지는 선수단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7회초 LG는 필승조 김진성을 올렸다. 아웃카운트 2개를 잘 잡아낸 김진성. 하지만 정수빈에게 우전 안타, 조수행에게 볼넷을 각각 허용하며 1,2루 위기에 몰렸다. 이어 과거 LG에서 활약했던 양석환이 풀카운트 승부 끝에 6구째 속구(145km)를 받아쳐 좌월 동점 스리런포를 터트렸다. 4-4 원점. 이후 약속의 8회에 두산이 대거 6점을 뽑아내며 이승엽 감독과 두산 선수들, 그리고 두산 팬들 모두 환하게 웃을 수 있었다.

'엽 전쟁' 이승엽 감독이 '약속의 8회' 진짜로 더그아웃에서 포효했다 [잠실 현장]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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