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된 집권여당 대표 홍준표 "내가 당 주류"… 전광훈 "내가 與 손절"
당 안팎서 리더십 도전 받아
홍준표 "한순간에 훅 간다"
김재원·전광훈 논란도 미적
곤혹스러운 金 백브리핑 줄여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집권여당 지휘봉을 잡은 지 한 달이 넘었지만 당 안팎에서 대표 리더십에 대한 도전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내 설화와 갈등 시발점이 된 전광훈 목사는 당의 손절론이 현실화하기 전에 먼저 국민의힘과의 손절을 선언했다.
당 상임고문에서 해촉된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 당의 주류는 나"라며 김 대표 권위에 노골적으로 도전하는 모습이어서 김 대표의 수난이 끊이지 않는 모양새다.
홍 시장은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당의 영욕을 온몸으로 견뎌오면서 보수우파 붕괴 직전의 탄핵 와중에도 묵묵히 당을 지키고 재건한 이 당의 주류는 바로 나"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향해 "뿌리 없이 굴면 한순간에 훅 가는 게 한국의 현실 정치"라고 일침을 가했다.
홍 시장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던 사람들, 바람 앞 수양버들처럼 흐느적거리던 사람들, 갓 들어와 물정도 모르고 날뛰는 사람들"이라고 당내 인사들을 겨냥하기도 했다. 이어 "지금은 오뉴월 메뚜기처럼 한철을 구가하지만 뿌리 없이 굴면 한순간에 훅 가는 게 한국의 현실 정치"라고 지적했다. 이런 홍 시장의 발언은 김 대표를 비롯해 현재 초선·재선 친윤그룹을 겨냥한 것이다. 홍 시장은 최근 김재원 최고위원·전 목사와 관련해 김 대표의 대처가 미흡하다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가다 김 대표가 상임고문직 해촉을 결정하면서 연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이런 양쪽 간 갈등을 두고 친윤그룹에선 "홍 시장이 도를 넘는다"며 "아직도 김 대표를 자신의 당대표 시절 아래에 있던 대변인 수준으로 취급한다"고 하는 반면, 비윤그룹에선 "안 그래도 당 지지율이 맥을 못 추는데 전 목사 문제나 김 최고위원 문제에 단호하지 않은 자업자득"이라고 말하며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 목사가 먼저 국민의힘에 대한 '결별'을 선언하고 나서면서 김 대표의 입장은 더 궁지에 몰릴 것으로 보인다.
전 목사가 속한 사랑제일교회 측 관계자는 "전 목사가 17일 사랑제일교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광화문집회' 등 행사를 독자적으로 개최하고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겠다는 뜻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전 목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힘과 자신은 정권교체를 위한 동지적 관계였을 뿐 △일부 정치인이 나를 음해하고 있다 등 내용과 함께 국민의힘과 동지적 관계를 끝내는 메시지를 띄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도 김 대표에게는 부담이 될 전망이다. 지도부가 김 최고위원 등에 대한 징계 결정이나 전 목사에 대한 확실한 입장 발표를 미뤄 오다 선수를 당한 격이 됐기 때문이다. 그간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홍 시장을 비롯해 다수가 김 대표에게 △전 목사와 관계 단절 △전 목사를 끌어들인 김 최고위원 중징계 등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김 대표는 홍 시장을 고문직에서 해촉한 반면, 김 최고위원의 징계 수위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김 대표도 어떤 식이든 전 목사를 띄웠던 과거 발언이 있어 김 최고위원만 징계했다간 역풍이 불가피하다"고 해석했다.
당장 홍 시장은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전 목사가 국민의힘과의 단절을 선언한 데 대해 "손잡고 가야 할 사람은 (당이) 손절하고 손절해야 할 사람에게는 손절당하는 치욕스러운 일이 생기게 됐다"며 "선후도, 앞뒤도 모르는 그런 식견으로 거대 여당을 끌고 갈 수 있겠느냐"고 김 대표를 비판했다.
김 대표의 난감한 상황은 소극적으로 변해가는 언론 노출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통상 역대 당대표들이 취임 한 달간 적극적으로 응해왔던 백브리핑(백그라운드 브리핑)을 눈에 띄게 줄여 나가고 있는 것이다.
백브리핑은 현안에 대한 정리된 입장을 밝히는 공식 브리핑이나 행사가 끝난 뒤 진행된다.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식으로 현안에 대한 배경이나 입장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하기 위한 정치권 관행이다.
결국 당내에선 홍 시장 등과의 내홍이 계속되고 전 목사에 대한 곤혹스러운 질문이 이어지는 데 대해 당분간 언론 노출과 '말'을 아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지용 기자 / 김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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