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왜 이스라엘인가

남기현 기자(hyun@mk.co.kr) 2023. 4. 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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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스포라 이후 1800년 지나
국가 되찾더니 경제도 대부흥
이 나라가 한국을 주목했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성경의 27%는 예언서다. 성경의 권위가 예언에서 비롯됐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예언 가운데 상당수가 역사적으로 성취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스라엘의 몰락과 회복이다.

BC 6세기, 에스겔과 스가랴는 나라를 잃고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질 이스라엘의 운명을 예언했다. 그러고는 세상 마지막 때에 이스라엘이 부활할 것임을 선포한다.

실제로 AD 70년, 로마의 티투스가 예루살렘을 공격해 성전을 파괴한다. 이때 상당수 유대인들은 박해를 피해 중동과 유럽 등으로 피신(디아스포라)한다. 당시 성전에서 파괴되지 않고 유일하게 남겨진 부분이 지금까지도 남아 있는 '통곡의 벽'이다.

AD 134년, 로마 하드리아누스는 이스라엘 반란을 완전 진압한 뒤 '유대'라 불리던 그 지역 이름을 아예 바꿔버린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팔레스티나'다. 이때부터 이 지역 주인공은 이스라엘의 앙숙이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로 교체된다. 반면 유대인들은 거의 100% 고향 땅에서 추방돼 전 세계로 흩어진다.

무려 1814년이 흐른 뒤, 기적적으로 이스라엘이 다시 역사의 전면에 등장한다. 유대인들이 본토로 속속 귀환(알리야)해 1948년 건국 당시 8만명이던 인구가 현재 930만명으로 늘어났다. 알리야는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해 발발한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에 살던 유대인 수십만 명이 이스라엘로 돌아왔다고 한다.

모든 기독교인이 그런 건 아니지만, 교인 상당수가 이를 예언의 성취로 본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일부 이스라엘 사람들은 성경의 여러 선지자들이 이스라엘 재건에서 더 나아가 경제 부흥을 예언했다고 생각한다. 이 역시 예언의 성취일까? 실제 이스라엘은 현재 엄청난 번영을 누리고 있다.

19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이스라엘은 군사강국이긴 했지만 경제 무대에선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혁신기술과 스타트업을 앞세워 엄청난 국부를 창출하고 있다. 인구당 엔지니어 수가 세계 1위다. 이스라엘엔 9000개 이상의 테크 스타트업이 있다.

이 가운데 98곳이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미국 증시에 상장시킨 회사는 107개로,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그 결과 이 나라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5만1430달러에 달한다. 금상첨화로 풍부한 가스전까지 발견돼 천연가스 수출국 대열에 합류했다.

이런 이스라엘이 협력 파트너로 주목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다름 아닌 한국이다. 필자가 최근 예루살렘서 만난 이스라엘 기업인은 "과거 기술력이 좋은 이스라엘 회사는 대부분 큰돈을 받고 글로벌 기업에 팔리기 일쑤였다"며 "그러나 최근 이스라엘은 기술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M&A보다 제조가 강한 협력 파트너 물색에 공을 들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인구와 영토가 워낙 적어 제조기반을 갖추기 어렵다. 이스라엘 기술과 한국의 혁신제조가 만나 세계 시장에서 한 획을 그을 수 있다는 것이 여러 이스라엘 기업인들의 시각이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공통점이 많다. 두 나라 모두 고도로 개방된 경제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한국이 인구는 더 많지만 거기서 거기다. 내수시장이 크지 않고 세계로 나가야 하는 처지다. 영토도 넓지 않다. 둘 다 접경지역에 적성 국가를 두고 있어 자주국방을 강조한다는 점 역시 닮았다.

공통점이 많을수록 정서적 교감이 깊어지기 마련이다. 그만큼 한국과 이스라엘 간 교류의 토대는 충분히 마련된 셈이다. 한국엔 대기업 말고도 제조 경쟁력을 갖춘 중견·중소기업이 많다. 이들이 이스라엘 기업과 손잡고 세계 무대에서 이름을 떨칠 날을 꿈꿔 본다.

[남기현 벤처과학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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