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전 올해도 10조 적자라는데 전기요금 찔끔 올려서 되겠나
정부가 이르면 이번주에 전기요금 인상을 발표할 거라고 한다. 지난해 한국전력 영업 손실이 32조원이고 올해도 9조8000억원 손실이 예상된다는 게 에프앤가이드 컨센서스다. 손실이 쌓이면 한 해 14조원에 이르는 시설투자를 못하게 된다. 전력망 관리에 구멍이 나고 블랙아웃이 올 수 있다. 미국에서 2003년 8개 주에서 5000만명이 이틀 동안 블랙아웃 상태에 빠진 것도 전력 회사가 비용을 아끼느라 송전망 관리에 돈을 쓰지 않은 탓이다. 한전에 손실이 쌓이면 국내에서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전기요금은 올리는 게 옳다.
걱정되는 건 정부가 인상 시늉만 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실제로 당정은 1kwh당 9원 이내에서 인상폭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 9원을 올린다고 해도 추가 수입 규모는 3조4000억원 정도다. 5원을 올리면 2조원 규모다. 이렇게 되면 한전은 올해에도 수조 원 적자가 필연이다. 전력망 투자비를 마련할 수 없다. 산업부의 한전 경영 정상화 보고서를 보더라도 38원 추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찔끔 인상은 안 된다.
한전채를 발행해 빚으로 적자를 메우자는 주장도 있는데 위험한 발상이다. 한전은 지난해 막대한 적자로 인해 국내에서 35조원어치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시중 자금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되면서 다른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에 잇달아 실패했다. 채권 시장이 얼어붙고 기업들은 자금난에 빠졌다. 올해에도 한전은 이미 9조3500억원 규모의 한전채를 발행했다.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28조원을 넘길 것이다. 시중 자금이 한전채로 빨려 들어가면 자금시장 경색이 또 올 수 있다. 지금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한 상황이라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한전 적자가 아니더라도 전기요금은 올리는 게 순리다. 한국은 전기요금이 가정용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평균의 60%, 산업용은 83%에 불과하다. 값싼 요금만 믿고 전기를 펑펑 쓴 탓에 에너지 효율은 OECD 35위다.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비정상적 요금을 올리는 건 '요금 정상화'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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