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청약 門 넓어진 '부양가족 0명'… 저출산 대책과 상충 우려도
◆ 청약 휩쓰는 1인 가구 ◆
직장인 이 모씨(31)는 부모님과 세대를 분리한 뒤 서울에서 단신 거주하는 1인 가구다. 그는 당장 결혼할 계획은 없지만 지난해부터 꾸준히 민간분양 청약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해 청약을 신청한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에 예비 당첨됐지만, 신청한 평형이 너무 작다고 판단해 계약을 포기했다. 이후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와 '휘경자이 디센시아'에 청약했지만 경쟁률이 높아 연거푸 떨어졌다.
1인 가구인 이씨가 청약에 계속 나설 수 있는 것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1인 가구도 민간아파트 생애최초 특별공급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꿨기 때문이다. 이씨는 "최근 집값이 떨어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비싸게 느껴진다"며 "청약 아파트는 인근 구축 아파트 시세보다 분양가가 낮고 신축이라는 장점도 있어 앞으로도 꾸준히 청약 기회를 노려볼 것"이라고 말했다.
청약 시장에서 1인 가구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국내 1인 가구 수가 늘어난 것에 맞춰 청약제도도 개편됐기 때문이다.
16일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국부동산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민영주택 생애최초 특별공급 전형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70.8%로 집계됐다.
원칙적으로 1인 가구는 전체 물량의 30%에 해당하는 추첨제 물량에서만 당첨이 가능하다. 하지만 노부모 부양, 다자녀가구 특별공급에서 미달이 발생하며 1인 가구가 가져가는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분양을 실시한 올림픽파크포레온도 1인 가구 당첨자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서울 민간분양 아파트 일반공급 전형에서도 부양가족이 없는 사람의 당첨 비중이 크게 늘었다. 일반공급 당첨자의 부양가족 수 현황을 살펴보면 부양가족이 '0명'인 당첨자는 1059명으로 전체 당첨자(5602명) 중 18.9%를 차지했다. 이는 5년 전(7.1%)과 비교하면 11.8%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반면 4인 가구(부양가족 3명)가 차지하는 비중은 34.6%로 5년 전(48.9%)과 비교해 14.3%포인트 감소했다. 이처럼 1인 가구가 청약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것은 인구 구조 변화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3.4%로 2015년(27.2%) 대비 6.2%포인트 증가했다. 1인 가구의 주거 유형을 살펴보면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비중이 전체의 42.2%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앞으로 살고 싶은 주거 유형은 다른 가구 형태와 마찬가지로 아파트를 꼽는 경우가 대다수다.
1인 가구가 청약 신청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개편된 것도 1인 가구 당첨자 수가 늘어난 이유다. 정부가 2021년 11월 '주택 공급에 관한 규칙'을 개정하며 1인 가구도 생애최초 특별공급 대상이 됐다. 가점제로 운영되는 일반공급의 경우 지난해 분양 시장이 위축되며 고가점자의 청약 신청이 줄어 1인 가구도 당첨이 가능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 이슈가 부각되면서 청약제도도 청년층에 물량이 더 배정되도록 바뀌었다"며 "이에 따라 자녀가 있는 가구의 청약 당첨 가능성이 낮아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0.78명을 기록하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1인 가구 당첨 물량을 늘리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주택 공급은 한정돼 있는데 신청 대상 범위만 넓히면 자녀가 있는 가구의 당첨 가능성은 줄어들게 된다"며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정책 방향은 포퓰리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청약은 특정 계층에 배정하는 물량이 늘면 나머지는 당첨 가능성이 줄어드는 '제로섬 게임'인 만큼 결국 수요자가 원하는 곳의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 회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을 완화해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려야 청약제도 변화에 따른 형평성 논란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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