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벚꽃 엔딩? 진상 엔딩!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3. 4. 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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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하네, 저게 5만원?"

국대급 벚꽃 축제 경남 진해에서 '바가지 물가'를 경험한 한 누리꾼이 SNS에 올린 푸념이다. 인근 야시장에서 식사를 했다는 그는 "통돼지 바비큐와 파전을 주문했다. 충격적인 비주얼"이라며 인증샷까지 올린다. 양배추 위에 고기 몇 점이 올려져 있다.

봄이면 매년 반복해 쓰는 주제가 있다. '봄꽃 진상' 얘기다. (칼럼 쓰는 것 귀찮으니깐 베끼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결단코, 아니다. 매년 출몰하는 '봄꽃 진상', 뿌리 뽑는 차원이니까) 전국적으로 봄꽃 축제가 완전체로 돌아왔지만, 슬슬 걱정이 앞선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죽지 않고 버텨낸, '진상'들 때문이다.

우선 꽃구경 인간 진상부터 소개해 드린다. 이거, 질기다. 한 매체에서 2015년 벚꽃 구경 꼴불견 베스트로 꼽은 유형들인데, 무려 9년째 그대로다.

1위, 과도한 애정 표현족. 작년까지는 마스크를 쓰고, 봄나무 아래 연신 부비부비를 하셨는데, 올해는 마스크까지 벗고 난리다. 2위는 터치족. 스킨십이 아니다. 봄꽃을 기어이 만져야 속이 풀리는 족속이다. 그냥 두고 찍어도 되는데 터치를 하신다. 가끔 보이지 않는 곳엔 터치족의 변종, '발차기족'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봄 나무의 줄기를 발로 뻥뻥 차대시며, 떨어지는 봄꽃비 인증샷을 찍는 경이로운(?) 족속이다.

쓰레기족이 빠질 수 없다. 3위 랭킹이다. 여의도 윤중로 벚꽃 축제 뒤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쓰레기 양, 10t에 달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경제 발전과 더불어 영원히 우상향을 그리는 게 꽃 축제 뒤의 쓰레기 더미 크기다. 올해 새로운 쓰레기 기록이 양산되지나 않을지 벌써 우려된다.

고성방가형도 여전히 기세등등하다. 꽃밭에서 한잔 불콰하게 걸치신(?) 뒤 마스크까지 벗어던지고 괴성을 질러대신다. 뭐, 그리 쌓인 게 많으신지. 곡예 인증샷족도 살아남았다. 봄 나무 위를 곡예하듯 기어이 기어올라간 뒤 인증샷 찰칵이다.

인간 진상만큼이나 강렬한 진상이 또 있다. 서두에 예로 든 축제 현장의 바가지 진상이다. 음식점 바가지야 이내 드러난다. 문제는 은밀하게 드러나지도 않는, '스텔스 진상'들이다. 대표주자가 특급호텔들이다. 윤중로 인근 여의도나 석촌호수 인근 호텔 방값은 매년 이맘때쯤 봄꽃 바가지가 기승을 부린다. 축제 기간 방값은 평소 대비 적게는 2배, 많게는 4~5배까지 뛰었다. 올해도 영락없다. 여의도 콘래드호텔의 경우 4월 1~2일 숙박료는 1박에 84만원, 여의도 축제 기간인 8~9일에는 90만원대로 책정됐다. 평일 1박 가격이 30만~40만원대임을 감안하면 최대 3배가량 뛴 셈이다. 인근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 역시 4월 7일 금요일부터 8일까지 방값은 평소 대비 2배가량 비싼 50만~60만원대로 책정됐다.

매년 되풀이해 쓰는 이 칼럼, 늘 함민복 시인의 봄꽃이라는 시로 마무리 짓는다. '꽃에게로 다가가면 부드러움에 찔려/삐거나 부은 마음 금세/환해지고 선해지니/봄엔 아무 꽃침이라도 맞고 볼 일.' 어김없이 강력하게 돌아온 봄꽃 진상들에게, 역시나 강렬한 '꽃침' 한 방을 제대로 찔러줘야 할 판이다.

[신익수 전문기자(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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