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노인 빈곤 문제, 더 진지해지자

이효석 기자(thehyo@mk.co.kr) 2023. 4. 1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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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9일자 매일경제신문에 실린 '저출산 문제, 더 진지해지자'란 제목의 권남훈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칼럼을 편집하며 공감했던 적이 있다. 권 교수는 7년 동안 출산율이 36% 떨어진 일은 전쟁 빼고는 없었다고 경고한다. 연 50조원에 달하는 저출산 예산 중 출산율 제고에 직접 사용된 예산은 2조8000억원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소개하며, 저출산 문제를 말로만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를 묻는다.

최근 기우진 러블리페이퍼 대표를 인터뷰하면서 고령화 문제는 진지하게 접근하고 있는지를 되묻게 됐다. 기 대표는 폐지 수집 노인의 폐지를 고가로 매입해 그걸로 캔버스 예술 작품을 만들어 수익을 낸다. 놀라웠던 점은 지난해까지도 폐지 수집 노인들이 몇 명인지 파악한 정부 보고서가 없었다는 거였다. 리어카 끄는 노인을 '노인 빈곤'의 대명사처럼 소비해왔지만, 그들 상황을 파악하려는 진지한 노력엔 게을렀던 셈이다.

지난해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폐지 수집 노인 현황과 실태'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폐지 수집 노인은 약 1만5000명, 하루 11시간 일하고 1만원을 번다. 시간당 수입은 948원으로 최저시급의 10분의 1이다. 이들이 연평균 폐지를 수집하는 양은 24만t에 이른다. 2019년 도시 단독주택에서 86만t의 폐지가 발생해 이 중 40만t이 재활용됐는데, 노인들은 재활용된 양의 약 60%를 감당하고 있었다.

국가의 공백은 민간이 메우고 있다. 러블리페이퍼 외에도 끌림은 70㎏에 달하는 리어카를 38㎏으로 줄인 경량 리어카를 개발했다. 이를 무상으로 빌려주고 양옆에 기업광고를 붙여 수익을 만든다. 아립앤위립은 폐지 수집 노인이 그린 그림을 활용해 굿즈를 만들어 판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은 전체 인구의 17.5%(901만명)고, 2050년에는 40.1%에 달할 전망이다. 일하고 싶은 노인은 많지만, 일자리는 없다. 노인은 빈곤의 늪에 빠진다. 한국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다. 노인 빈곤에 대한 국가의 공백을 몇몇 창발적 아이디어에만 기댈 수는 없는 이유다.

[이효석 오피니언부 thehyo@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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