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최적인재 배치 …'KB판 머니볼'시동

임영신 기자(yeungim@mk.co.kr) 2023. 4. 1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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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근 KB국민은행장
스타뱅킹 '넘버원 금융플랫폼' 만들고
WM·기업투자금융 강화해 성장 '속도'
오후6시 영업점 확장…대출금리 인하
은행권 첫 대환대출로 서민금융 지원

◆ 톡톡! 경영인 ◆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올해 초 전략회의에서 영화 '머니볼'을 소개했다. 메이저리그 만년 꼴찌 팀이 20연승 대기록을 쓰며 정규 시즌 1위에 등극한 실화를 담은 작품이다. 극중 야구단의 눈부신 성과의 비결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선수들 역량 강화로 그려진다. 이 행장은 예기치 못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강한 은행'이 되려면 직원들 개개인의 역량을 키워 총력전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클라우드 기반의 경력 개발 플랫폼인 'KB 스타런'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은행 내 150여 개 직무에 최적화된 인재를 배치할 수 있는 '탤런트 매칭 플랫폼'을 도입했다.

이 행장은 'KB를 가장 잘 아는 남자'다.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에서 재무부터 영업까지 두루 섭렵한 KB통으로, 구체적인 숫자와 강한 실행력이 트레이드 마크다. 올해 취임 2년 차, 본격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그가 은행권 최초로 데이터 기반 인재 관리 플랫폼을 만들고 이른바 '국민은행판 머니볼'을 시도하는 것은 최근 변화무쌍한 은행 경영 환경에 맞설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응 방안을 내놓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은행의 생산성을 높이면서 젊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바꾸기 위해 '뺄셈 경영'이라는 키워드도 꺼냈다. '뺄셈'을 조직에 적용해 실행이 담보되지 않거나 관행적으로 물려받은 업무 중 활용도가 떨어지는 것은 과감하게 줄여 '핵심'에 집중하자는 얘기다. 최근 직원들을 대상으로 '뺄셈 경영'에 대한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실행 아이디어를 모았다고 한다.

취임 첫해 성과는 1위 은행이라 할 만하다. 국민은행의 금융 플랫폼 'KB스타뱅킹'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지난달 기준 1120만명으로 5대 은행 중 최초로 1000만명 고지를 넘어섰다. Z세대를 위한 금융 플랫폼 '리브넥스트', 디지털 지갑 서비스 'KB월렛', KB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의 플랫폼 서비스를 고도화한 결과다. 티맵모빌리티와 대리운전 기사를 위한 대출 상품을 출시하는 등 다른 업종과의 협업도 확대하고 있다. 모든 임원 사무실에 KB스타뱅킹 접속자 수, 재방문율 등 실시간 이용자 현황판을 둘 정도로 '넘버 원 금융 플랫폼' 달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빅테크와 금융 플랫폼 대전에서 승리하겠다는 목표에 착실히 다가서고 있다.

1등 은행답게 고객 마음 잡기에도 열심이다. 이 행장은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는 고객 접점 경쟁력을 강화해 나간다면 은행에 대한 '따뜻한 시선'도 늘어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은행권 최초로 오전 9시~오후 6시 체제로 운영하는 '9To6 Bank'는 최근 시행 1주년을 맞았다. 9To6 Bank는 이 행장이 2021년 영업그룹 부행장 시절 추진해 작년 3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갔는데, 고객 재이용 의향이 90%가 넘는 등 은행 영업점의 새로운 혁신 모델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9To6 Bank는 현재 약 72곳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다.

비이자수익 창출에도 힘쓰고 있다. 이 행장은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자본시장 부문은 KB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성장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은행 WM고객그룹은 지난달 은행권 최초로 숙원인 금융 투자자문업 승인을 받았다. 부동산에 이어 금융 분야에서도 투자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작년 9월 서울 압구정동에 문을 연 국내 최대 규모의 종합자산관리센터인 'KB 골드앤와이즈 더 퍼스트'는 초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PB)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CIB고객그룹은 작년 국내 신디케이트론 주선 1위를 달성했다. 자본시장그룹은 지난 1월 비대면 외환거래 플랫폼 'KB Star FX'를 선보였다.

상생금융에도 앞장서고 있다. 작년 말부터 가계대출 금리를 세 차례 이상 인하하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지원 사업을 확대하는 등 전방위적인 실천에 나섰다. 특히 2금융권 신용대출을 더 낮은 금리의 은행권 대출로 바꿔주는 대환대출 상품인 'KB국민희망대출'을 5000억원 규모로 은행권 최초로 선보였다. 몇백만 원부터 최대 한도인 1억원까지 대환대출이 성사됐다.

그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 잇달아 은행 위기 사태가 일어나자 '수영장의 물이 빠지면 누가 수영복을 입지 않았는지 알게 된다'고 말했던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언급했다.

이 행장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위기가 다반사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리스크 관리와 내부 통제는 은행의 생존을 좌우하는 과업이 됐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연체율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 부실위험에 대비해 '충당금 방파제'도 두껍게 쌓고 있다.

이 행장은 실행력에 '소통'을 더해 실행하고 소통하는 '통(通)하는 KB'를 솔선수범한다는 게 올해의 다짐이다. 작년에 'KB칭찬시스템'을 도입했는데 직원 중 90%가 참여해 22만6000여 건의 칭찬 사례가 올라왔다. 최근 인프라시스템부가 '클라우드 하드웨어 모니터링 자동화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관련 기술을 내재화하면서 솔루션 구매 비용을 절감했다. 이 행장은 경영진 간담회에서 이런 칭찬 사례를 공유하고, 해당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그는 "100여 년 전 남극에서 조난을 당한 영국 탐험대가 634일 동안 생존하며 귀환한 것은 서로 격려하면서 희망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서로를 칭찬하면서 한 사람의 낙오자도 없이 전진해 진정한 국민의 은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근 행장은 △1966년 서울 출생 △서강대 수학과 △KB국민은행 판교테크노밸리지점장 △KB금융지주 재무기획부장 △KB금융지주 재무총괄 상무 △KB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전무 △KB국민은행 영업그룹 이사부행장 △KB국민은행장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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