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남대 개방 시즌2’…노무현 대통령 침실까지 연다
“청남대 별장을 국민 여러분께 돌려드립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4월18일 오전 개방식 뒤 청남대를 국민에게 개방했다. 노 전 대통령은 전날 청남대를 들어 자전거를 타고, 산책하는 등 단 하루만 청남대를 이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개방식에서 “이렇게 좋은 곳인 줄 미리 알았다면 개방 안 했을 겁니다”라고 농담을 했지만, 약속대로 청남대를 개방했고, 청남대 관리권을 충북도에 넘기는 상징으로 당시 이원종 지사 등에게 열쇠를 건넸다.
‘대통령과 그들만의 별장’에서 해마다 80만명 안팎이 찾는 ‘국민 휴양지’가 된 청남대가 오는 18일 개방 20주년을 맞는다. 충북도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청남대 개방 시즌2’를 준비한다. 핵심은 ‘국민 곁으로 더 가까이’다. 대통령 내외 등이 머물렀던 침실 개방이 눈에 띈다. 충북도와 청남대 관리사업소는 지금까지 청남대 주요 공간을 속속 개방했지만 청남대 본관 1, 2층 대통령 내외와 가족, 비서·내빈 등이 머물던 침실은 전시 공간으로만 보여주었다.
청남대를 이용한 마지막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묵었던 침실까지 연다. 본관 1층 내빈·비서 등의 침실이 먼저 열린다. 17일 오상근 독립운동 애국지사의 유족, 청남대 마지막 경비대장, 대청댐 수몰 실향민 등 10명이 이곳에서 묵은 뒤 일반에게 개방한다. 이들 침실은 30㎡ 안팎으로 5실이 있다. 충북도는 숙식과 더불어 다도·명상·역사 체험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교육·체험비 15만원 안팎을 받을 참이다. 충북도민에게 우선 개방한 뒤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개방 폭을 넓혀 나갈 계획이다. 2층 대통령 내외의 침실도 7월께부터 개방한다. 60㎡ 안팎인 이곳엔 침실·서재 등으로 구성됐다.
청남대는 개방 이후 청남대 관리 인력을 빼고, 지금껏 누구에게도 숙식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충북도는 청남대 안 숙식 허용을 위해 청남대 운영관리 조례 개정 입법예고를 했다. 조례안을 보면, ‘청남대 활성화를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고, 합숙 과정을 운영할 수 있으며, 교육비를 납부해야 한다’고 돼 있다.
대통령 침실 개방에 이어 청남대 안 대규모 숙박 교육 프로그램 진행도 추진한다. 청남대 안 1만4354㎡에 ‘나라 사랑 리더십 교육문화원’을 조성한 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곳에 32실 72명을 수용하는 생활관을 지은 뒤 △역사 체험 △생태·환경 △인문학 등 숙박 형태의 교육을 진행할 참이다. 교육 프로그램을 수강하면 누구든 청남대 안에서 자고,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문화원은 국가보훈처가 72억원을 지원하는 등 180여억원을 들여 2024년 5월께 준공할 예정이다. 김종기 청남대관리사업소장은 “학교·기관·단체 등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고 교육비 명목으로 숙식요금을 받는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다. 청남대는 대청호 상수원보호구역 안이어서 숙식·취사 등이 제한되지만 교육 목적으론 단체급식소 운영 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청남대 주차 예약제를 폐지하고, 주차 공간도 665면에서 1304면으로 크게 늘렸다. 이제 누구나 예약 없이 청남대 입구에 차를 세우고 입장할 수 있게 됐다. 청남대관리사업소는 오는 22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청남대 봄꽃축제 영춘제를 열어 청남대로 국민을 초대한다. 축제에선 모네·르누아르, 빈센트 반고흐 미술전, 충북도립교향악단 연주, 꽃차·공예 체험 등이 이어진다.
하지만 충북도와 청남대관리사업소 등이 추진하는 청남대 추가 개방과 개발을 두고 환경단체들은 마뜩잖은 기색이다.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은 “교육문화관 건립 등 청남대 개발은 충청권 식수원인 주변 대청호 오염 우려를 동반한다”며 “청남대는 대청호와 더불어 잘 보존된 자연환경, 대통령 별장이라는 특별함이 어우러진 곳인데, 개발은 청남대를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비슷한 수준의 관광지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계했다.
청남대는 전두환 전 대통령 지시로 1983년 12월 청주시 문의면 대청호변 182만5647㎡에 본관 등 건물 52동·골프장·양어장·산책로 등으로 조성됐다. 전두환~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5명이 88차례 366박471일 이용했고, 이명박·윤석열 대통령은 1시간 남짓 머물렀다. 개방 이후 20년 동안 국민 1350여 만명이 다녀갔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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