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전매 풀렸지만 … 직거래 빼곤 썰렁
서울 분양권 거래 11건 신고
9건은 직거래·관외거래
양도세율 최대 77% 달해
다운계약 등 편법 거래 의심
"주변 구축 아파트보다 시세가 낮게 거래된 건데 정상적인 거래라고 볼 수 없죠. 양도소득세가 워낙 높아서 분양권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기는 힘듭니다."(서울 동대문구 A공인중개사)
지난 7일부터 전매제한 기간이 최대 10년에서 3년으로 줄어들며 분양권 거래가 시작됐지만, 일반적인 거래보다 특수한 거래만 우선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양도 차익에 대해 최대 77% 양도세를 내도록 한 현 제도가 다운계약서 작성 등 위법 거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7일 전매제한 기간이 완화된 뒤 서울에서 분양권 거래 신고 건수는 11건에 그쳤다. 그나마 직거래 7건, 해당 지역외 공인중개사를 통한 거래 2건으로 전체 중 80% 이상이 특수 거래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롯데캐슬 SKY-65에서는 총 4건의 거래가 신고됐다. 이 중 1건은 직거래, 2건은 관외거래로 나타났다. 총 3건이 신고된 서울 중구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은 모두 직거래였다.
직거래로 계약이 이뤄진 청량리 롯데캐슬 SKY-65는 전용 84㎡ 49층 신고액이 10억원이다. 2019년 분양 당시 분양가는 10억원이 넘었다. 대출 이자 등을 감안하면 매도인은 손실을 보고 분양권을 판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들은 이 거래를 정상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전한다. 동대문구 A공인중개사는 "인근 구축 아파트도 그 가격에 나와 있는 것이 없다"며 "일반적인 거래는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아파트 단지 전용 84㎡ 분양권 매물 호가는 15억원부터 형성돼 있다.
이처럼 이상 거래가 발생하는 이유는 매도인들이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서일 것으로 추정된다. 분양권은 당첨일로부터 1년 이내에 팔면 시세 차익의 70%, 2년 이내에 팔면 60%를 양도세로 내야 한다. 지방소득세 10%까지 가산하면 실제 부담은 66~77%에 달한다. 분양가 10억원인 아파트 분양권을 당첨일로부터 1년 이내에 11억원에 매도하면 세금으로만 7700만원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실제 거래 금액보다 낮은 액수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다운계약'이 발생할 여지가 커지게 된다.
높은 양도세로 인해 분양권이 정상적으로 거래되는 사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B공인중개사는 "양도세는 원래 차익이 발생한 사람이 내는 것인데, 매수인이 양도세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거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외에 소유권 이전 시기를 2년 뒤로 잡고 거래하는 사례도 있다. 높은 양도세를 피하기 위해 매수자가 소유권 이전 없이 계약금과 중도금만 지불하고, 잔금은 2년 뒤에 지불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거래 물꼬를 터주기 위해 1년 미만으로 보유한 분양권은 양도세율 45%, 1년 이상 보유분은 일반세율로 과세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법 개정 사안이라 시행이 불투명하다.
이와 함께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 폐지와 관련한 주택법 개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실거주 의무가 부여된 주택은 전매가 가능하지만, 실거주는 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김제경 투미부동산 소장은 "양도세도 높고, 실거주 의무도 아직 풀리지 않아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분양권 거래에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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