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외연확장"…'세월호 9주기' 이재명 옆자리 선 김기현, 왜?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정치권이 일제히 추모 분위기를 조성한 가운데 집권여당을 이끄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16일 희생자를 기리는 행사에 동참했다. 총선을 1년 앞두고 발생한 연이은 설화(舌禍)에 따른 '우향우 리스크'로 민심 이반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청년·중도층 외연 확장을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 참석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이정미 정의당 대표와 함께 희생자를 애도하고 유가족을 위로했다.
세월호 참사로 부각된 사회 안전망 강화 필요성이 큰 틀에서 김 대표와 여당 지도부가 강조하고 있는 민생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오늘은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의 중요성을 되새기자는 의미로 제정된 '국민안전의 날'이기도 하다"라며 "사회 전반의 안전을 점검하고 미비한 제도를 개선해나갈 수 있도록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가 정치 고관여층이 아닌 청년·중도층도 한 뜻으로 애도하는 사고란 점도 김 대표가 추모 행사를 찾게 된 요인으로 꼽힌다. 새 지도부를 꾸린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컨벤션 효과'(정치 이벤트 직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현상)는 커녕 청년·중도층 지지율이 답보하고 있단 점에서다.
지도부 일원인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여부를 두고 "그건 불가능하다. 저도 반대한다"라고 한 데 이어 4.3기념일을 두고서도 "조금 격이 낮은 기념일 내지 추모일"이라고 발언하면서 여당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한국갤럽이 지난 14일 발표한 4월2주차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도는 전주 대비 1%포인트(p) 하락한 31%로 민주당(36%)보다 낮았다. 특히 중도층 지지도가 19%로 38%를 기록한 민주당에 크게 뒤졌고 30대 지지도도 2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여당 주요 지도부가 직접 세월호 참사 추모 행사를 챙기면서 지지층 확장에 나선 것이다. 한 달 간 공개활동 중단을 선언한 김재원 최고위원이 돌연 지난 14일 광주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하고 사과의 마음을 전한 것 역시 민심을 담아내기 위해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김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태극기 부대'로 대변되는 강성보수세력을 이끌며 보수단체 시위를 주도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달 17일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힘과 결별하고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뜻을 밝힐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민의힘 입장에선 이 기회에 보수 정통성을 선명하게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전 목사와의 관계를 명쾌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손절해야 할 사람(전광훈 목사)에게 손절 당하는 치욕스런 일이 생기게 됐다"며 "당을 욕설 목사에게 바친 사람의 처리는 어떻게 하는지 지켜 보겠다"라고 적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지난 11일부터 사흘 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무선(95%)·유선(5%)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진행됐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전체 응답률은 8.2%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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