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검고 깊은 바다…국화는 ‘4월의 아픔’ 싣고 흘러갔다

김용희 2023. 4. 1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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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에 있다면 스물일곱 어떤 청년들이 되었을까? 하루도 잊은 적 없습니다. 살아도, 웃어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너무 그립습니다."

고 김빛나라양의 엄마 김정화(55) 협의회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이곳에서 사고로 자식들을 왜 잃었는지 모르면서 우리 부모들은 오늘 또 9주기를 맞이합니다"라며 "하늘의 별로 오른 우리 아들딸들, 너희들의 꿈이 이 땅의 희망으로 빛나면 좋겠어. 오늘 밤 꿈에 와서 우리 좀 안아주라. 너무너무 보고 싶다. 사랑한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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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세월호 참사 9주기 선상추모식
16일 오전 세월호 희생자 유족들이 전남 진도군 맹골수도 참사해역을 찾아 추모 부표를 바라보고 있다. 김용희 기자

“우리 곁에 있다면 스물일곱 어떤 청년들이 되었을까? 하루도 잊은 적 없습니다. 살아도, 웃어도,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너무너무 그립습니다.”

아홉번째 찾은 전남 진도 맹골수도는 여전히 검었다. 깊이를 가늠하기 힘든 그곳에 던진 흰 국화는 ‘4월의 아픔’을 싣고 멀리 흘러갔다.

16일 새벽 2시 경기도 안산에서 출발한 0416단원고가족협의회(협의회) 유족, 지인 35명과 4·16재단, 안산온마음센터 관계자 등 62명은 세월호 참사 9주기를 맞아 목포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서 1500t급 경비함 1509함을 타고 사고 해역을 향했다.

육지를 떠난 3시간여 만에 사고 해역에 도달한 유족들은 세월호 침몰 시각인 오전 10시30분에 맞춰 추모식을 준비했다.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학생들이 희생 학생 250명의 얼굴 사진이 담긴 펼침막을 잡았다. 이들은 4·16재단의 지원을 받아 세월호 관련 연극을 기획하고 있다. 연극을 만들려면 세월호 사고 해역을 직접 봐야 한다고 생각한 이들은 이날 단원고 희생자 유족들과 동행했다.

단원고 학생 희생자와 같은 해에 태어난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 3학년 정성진(26)씨는 “상상만 했던 사고 해역을 직접 와보니 생각보다 춥고 깊고 어두워 비통한 마음이 든다”며 “조금이나마 슬픔을 덜어드리고 도움이 되고 싶어 펼침막을 붙잡았다”고 말했다.

오전 10시40분에 사고 해역을 알리는 노란색 추모 부표에 도착하자 유족들은 묵념을 올렸다. ‘잊지 않을게 잊지 않을게/ 절대로 잊지 않을게/ 꼭 기억할게 다 기억할게/ 아무도 외롭지 않게’. 노래 ‘잊지 않을게’가 스피커에서 흘러 나오자, 유족들은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16일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추모식을 마친 뒤 세월호 선체를 살펴보고 있다. 김용희 기자

고 김빛나라양의 엄마 김정화(55) 협의회 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이곳에서 사고로 자식들을 왜 잃었는지 모르면서 우리 부모들은 오늘 또 9주기를 맞이합니다”라며 “하늘의 별로 오른 우리 아들딸들, 너희들의 꿈이 이 땅의 희망으로 빛나면 좋겠어. 오늘 밤 꿈에 와서 우리 좀 안아주라. 너무너무 보고 싶다. 사랑한다”고 울먹였다.

이어 각자 국화를 손에 든 유족들은 부표를 향해 던지며 오열했다. “세현아, 세현아, 어디에 있냐. 나도 따라가고 싶다.” 이세현군 할머니의 절규가 울려 퍼졌다.

오후 2시 배에서 내린 유족들은 세월호 선체가 있는 목포신항에 들러 헌화와 묵념을 했다. ‘9주기 아직 미완의 숙제 기억합니다’ ‘형 누나 잊지 않을게, 그곳에서 행복하길’ 등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유족을 맞았다.

이날 주말을 맞아 세월호를 추모하러 온 방문객 수백명도 목포신항을 찾았다. 전남 담양에서 왔다는 강금자(65)·김경옥(65)씨는 “시커멓게 녹이 슨 세월호를 보니 죽은 아이들이 생각나 안타깝다”며 “세월호 선체를 이렇게 마냥 방치할 게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추모공간으로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해양수산부는 2024년부터 2028년까지 목포신항과 1.3㎞ 떨어진 배후단지로 세월호 선체를 옮겨 영구 보존할 계획이다.

글·사진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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