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147전 148기' 두 번째 여왕은 9년차 무명 이주미

김기중 2023. 4. 16.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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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6번 바뀐 대혼전 속 생애 첫 우승
9년 동안 공동 5위가 역대 최고 성적
우승 상금 1억8,000만원 지난해 총 상금 넘어
"우승하면 많이 울 줄 알았는데 아무 생각 안 나"
"긴 시간 믿어준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보답"
이주미가 16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제2회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여주=최주연 기자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의 두 번째 여왕은 투어 9년차 ‘무명’의 이주미(28)였다. 이주미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정규투어 출전 148번째 대회 만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선두에 2타 뒤진 공동 4위로 마지막 날을 출발한 이주미는 리더보드 최상단 이름이 6번이나 바뀐 대혼전 속에서 차근차근 타수를 줄여가며 생애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주미는 16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파72·6,652야드)에서 열린 제2회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총상금 10억 원·우승상금 1억8,000만 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최종 합계 12언더파 276타로 박현경을 2타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2015년 KLPGA 정규투어 무대에 데뷔한 이주미의 최고 성적은 2021년 7월 대보 하우스디 오픈에서 기록한 공동 5위다. 그는 147차례 정규투어 도전에서 톱10 진입이 단 3번뿐일 정도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 지난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에서는 공동 10위에 올랐다.

특히 2018년에는 정규 투어 21개 대회에 참가해 20경기에서 컷 탈락 또는 기권을 했다.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단 1개 대회만 컷 통과해 376만 원의 상금을 수령했는데, 이게 1년 총 상금의 전부였다.

그래서인지 이주미는 이번 대회 중반인 2라운드에서 선두에 이름을 올렸지만 우승에 큰 욕심을 내지 않는 눈치였다. 당시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런 날도 오네요”라며 “정규투어 챔피언조 경험은 처음인데,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냐는 생각으로 욕심을 내려놓고 플레이할 생각이다”고 초연함을 보였다.

이주미가 16일 경기 여주시 페럼클럽(파72)에서 진행된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 4라운드 18번홀에서 버디를 잡은 후 환호하고 있다. 여주=최주연 기자

자신의 최고 성적인 톱5 이상을 목표로 했던 이주미는 3라운드에서 1타를 잃으면서 중간합계 8언더파 208타를 기록, 공동 4위로 최종 라운드에 돌입했다.

3라운드 1위에 '디펜딩 챔피언' 박지영, 공동 2위에 투어 강자인 박민지, 박현경 등 쟁쟁한 선수들이 상위권에 다수 포진해 있어 이주미의 역대 최고 성적 작성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이날 박민지와 박현경이 한 번씩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며 우승 경쟁을 달궜다.

하지만 이주미는 후반에 강했다. 전반 9홀에서 버디 2개, 보기 1개로 1타를 줄이며 스코어를 잘 관리한 이주미는 13번 홀(파4) 버디로 1타 차 공동 2위가 됐고 이후 박현경의 15번 홀(파4) 보기를 틈타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16번 홀이 끝나고 공동선두라는 것을 알았다는 이주미는 이날 두 번째로 어려웠던 17번 홀(파4)에서 2m 남짓한 버디 퍼트를 넣어 1타 차 선두로 나섰다. 그리고 18번 홀에서 3번째 샷을 홀 1m 거리에 붙여 우승에 쐐기를 박았다.

이주미가 기록한 148번째 대회 만의 정규 투어 첫 우승은 KLPGA 투어에서 최다 출전 우승 역대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안송이가 2019년 11월 237번째 대회에서 첫 승을 거둔 것이 기록이고 박소연(2019년 5월 167개 대회), 윤채영(2014년 7월 157개 대회)이 뒤를 잇는다.

지난 시즌 상금 순위 58위(1억4,546만 원)에 올라 60위까지인 올해 정규 투어 출전권을 힘겹게 지킨 이주미는 이번 대회 우승 상금 1억8,000만 원을 받으면서 단번에 지난해 총 상금액을 뛰어넘었다.

이주미는 우승을 확정지은 뒤 "만감이 교차하는데 아직은 실감이 안 난다. 우승하면 많이 울 줄 알았는데, 아무런 생각이 안 난다"고 웃었다. 하지만 부모님 얘기에 결국 울먹였다. 그는 “톱3에만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우승까지 하게 됐다”면서 “긴 시간 우승이 없었는데도 계속 믿어주신 부모님께 조금이나마 보답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글썽였다.

이 대회 초대 여왕이자 이날 1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했던 박지영은 1번 홀(파4)과 3번 홀(파3)에서 보기를 범하는 등 초반부터 흔들려 3타를 잃고 공동 8위에 그쳐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통산 4승을 노린 박현경은 13번 홀까지 선두를 달리다가 보기 2개를 범하면서 주저앉았다. 김민별 박민지 김수지 이가영 전예성은 나란히 9언더파 279타,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쳤다.

여주 =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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