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유출 이후 주목받는 미국 ‘도·감청법’ 연장 여부

김유진 기자 2023. 4. 1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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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이 13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노스다이튼에서 국방부 기밀문서를 소셜미디어에 유출한 잭 테데이라 주방위군 소속 일병을 체포하고 있다. WCVB-TV제공/로이터연합뉴스

미국 국방부 기밀 문건 유출 사태로 미국의 동맹국 등을 상대로 한 광범위한 국외 도청 실태가 드러나면서 해외정보감시법(FISA) 702조 연장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FISA 702조는 미국이 미국 영토 밖에서 영장없이 외국인의 통신 정보를 수집하는 근거가 되는 법률 조항으로 연장 권한을 가진 연방의회 일각에선 비판도 제기돼 왔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 조항에 대해 “미국 국가안보의 주춧돌”이라며 의회에 재승인을 요청해온 가운데 기밀 문건 유출 파문이 의회 설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FISA 702조는 2001년 9·11테러 이후 미 국가안보국(NSA) 등 정보기관이 운영하던 비밀도청 프로그램에서 유래했다. 2008년 의회는 테러용의자 등 외국인이 미국 바깥에서 주고받은 이메일이나 휴대전화 통화·메시지 등을 영장없이 수집하도록 허용하는 내용의 한시법을 제정했고, 이후 두 차례 연장됐다.

모든 도·감청이 이 조항에 근거해 이뤄지지는 않지만, 미국 대통령이 매일 아침 받아보는 일일정보보고 자료의 60% 이상이 ‘신호 정보’가 출처인 것으로 알려질 정도로 미국은 통신정보에 정보 활동의 상당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FISA 702조는 올해 연말까지 의회가 재승인하지 않을 경우 만료된다. 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초부터 이 조항의 연장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지난 2월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에서 “FISA 702조 재승인은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순위”라며 “핵심적인 정보 수집 기관이자 미국 국가안보의 주춧돌”이라고 밝혔다. 설리번 보좌관은 미국인 보호는 물론 중국, 러시아, 악의적 사이버 행위자 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 조항이 필수적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기밀 유출 파문 이전까지 의회에서는 영장없는 정보 수집을 허용하는 FISA 702조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었다. 당초 테러 재발방지를 위한 감시가 주된 목적이었지만, 미국이 소유한 온라인 플랫폼인 구글, 메타 등을 이용하는 해외 거주 외국인은 물론 외국인과 교신하는 미국인의 정보까지도 들여다본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정부가 일부 기밀 문서를 해제해 도·감청으로 수집된 정보의 가치를 의회에 설득하는 방안을 논의하던 중에 기밀 유출 사태가 발생하면서 의도치 않게 FISA 702조 연장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WSJ은 미국 정부의 고위 정책입안자나 군 지휘관은 기밀 수십건이 전화, 이메일, 레이다 전파 등의 전기신호를 가로채는 기술인 ‘신호정보 수집’으로 파악됐다는 것을 알 것이고, 이 기술들은 FISA 702조에 따라 사용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자 도·감청과 암호해독을 수행하는 미국 정보기관인 국가안보국(NSA)의 전직 법률 자문위원 글렌 거스텔은 “이번에 유출된 기밀문서 일부는 확실히 FISA 702조에 따라 수집됐다”면서 “이번 유출은 FISA가 얼마나 중요한지 분명하게 알리는 의도치 않은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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