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대 돈봉투 의혹에 또 위기… `셀프 조사`한다는 민주

민주 '부패정당' 낙인 차단 나서
내부 계파 갈등 재점화 우려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해 5월 27일 경기도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열린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식에서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파장으로 다시 리더십의 위기를 맞게 됐다. 본인 뿐만 아니라 당 전반으로 확산되는 사법리스크를 수습해야 할 상황에 놓였고, 전당대회 당시 '송영길-이재명' 밀월관계에 대한 의구심도 다시 떠오르고 있다. 당직 개편으로 겨우 가라앉은 내부 계파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도부는 이번주 당내 기구를 구성한 뒤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에 나설 예정이다.

강선우 대변인은 1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진상 규명에 여러 방법이 있는데, 조사도 할 수 있다"며 "(어떻게 진상 규명을 할지) 디테일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당 윤리심판원과 같은 기존의 조직 외 진상조사단과 같은 별도의 기구를 꾸릴 가능성도 있다.

이 대표 뿐만 아니라 당 전반으로 사법리스크가 확산되자 '부패 정당'으로 낙인찍히는 상황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다. 특히 '돈봉투' 의혹과 관련된 당내 인사들의 녹취가 그대로 공개되면서 여론전에서도 수세에 몰렸다.

국민의힘은 이번 의혹에 대해 '이정근 게이트', '좌파게이트'라며 대형 부패 사건으로 번질수도 있다고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민주당이 이제야 '적당한 기구'를 통해 자체 조사를 하겠다고 뒷북을 치고 있는데 결국 적당히 조사해서 적당히 묻고 가겠다는 검은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며 "결말이 뻔히 보이는 '셀프 면책'"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송영길 전 대표는 프랑스 도피를 즉각 중단하고 속히 귀국해 검찰 수사에 응해야 한다"며 "민주당도 어쭙잖은 자체 조사는 접어두고 돈 봉투 받은 의원들이 수사에 협조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당내 일각에서도 빠른 수습을 촉구하며 이 대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대형악재가 터진 상황에 위기감이 반영된 것이다. 비명(비이재명)계 조응천 의원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돈 봉투 의혹'과 관련, "언론에서 육성으로 된 녹취, 녹음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 안 믿을 수도 없고 황망할 따름"이라며 프랑스에 머무는 송 전 대표가 자진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 전 대표와 이 전 대표의 '밀월관계' 를 계기로 이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거론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당대회에선 친명(친이재명)계가 송영길 전 대표를, 지난 대선 경선 때는 송 전대표가 사실상 이 대표를 지원한다며 '이심송심'(李心宋心) 논란이 제기된바 있다. 이 논란은 이 대표가 대선 패배 후 송 전 대표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선거에 출마하면서 거듭 불거졌다. 한 비명계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부터 대선, 지선까지 송 전 대표 측과 이 전 대표측이 계속 소통해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 않나"라며 "일련의 정치적 과정이 고리처럼 연결된 것 같다"고 평했다.

일각에서는 의혹에 연루된 의원의 지역구 공천 여부를 둘러싼 친명, 비명 갈등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비명계에서는 의혹과 관련된 인물을 공천할 경우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의원은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냉정한 결단이 필요할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 한 의원은 "벌써부터 정치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