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습관 '꿀잠 프로젝트'…삼성·LG전자도 도우미로 나섰다
수면 부족은 심혈관질환·당뇨·우울증·치매 등의 발병 확률을 높이는 것은 물론, 업무 수행 능력 저하로 인한 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진다.
그러나 한국인의 잠자리는 그리 편한 상황은 아니다. 수면솔루션 브랜드 레즈메드(ResMed)가 최근 전 세계 12개국 2만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 한국인의 평균 수면 시간은 6.9시간으로 12개국 평균 수면 시간인 7.16시간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면의 양과 질 모두 '불만족스럽다'는 답변이 절반 이상으로, 글로벌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병원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수면 장애로 병원을 방문한 국내 환자는 2016년 약 49만명에서 2021년 약 70만명으로 43% 급증했다. 2015년부터 2020년 상반기까지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료 받은 환자도 총 285만 명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면 문제로 고통을 겪는 이들은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상황에서 '숙면 도우미'를 자처하며 '슬립테크' 시장에 뛰어드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수면(sleep)과 기술(tech)의 합성어인 '슬립테크(Sleep-tech)'는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을 활용해 수면의 질을 높이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총망라한다.
스타트업들 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슬립테크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 등으로 개개인별 수면 데이터 측정을 통해 패턴을 읽어낼 뿐 아니라, IoT 등을 통해 최적의 수면 환경을 조성한다.
삼성전자는 삼성헬스 앱과 갤럭시워치를 활용한 수면 패턴 파악과 숙면 코칭으로 슬립테크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갤럭시워치 사용자의 50%가 주 1회 이상 수면 상태를 측정하며, 이중 40%는 주 3회 이상 수면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갤럭시워치의 바이오액티브 센서는 수면 중 뒤척임, 램(REM)수면 시간, 혈중 산소포화도 등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알 수 있는 지표들을 측정해 수면 상태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인지행동치료법(Cognitive Behavioral Therapy for Insomnia, CBTI)을 기반으로 제작된 삼성 헬스 앱의 코칭 프로그램을 통해 사자·펭귄·악어 등 8가지 동물 유형으로 나타낸 수면 패턴별 맞춤 가이드를 제공한다. 여기에 수면 모드를 활성화시키면 알림은 무음으로, 디스플레이 화면은 눈이 편안한 색으로 바뀐다. 또한 가전 제어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통해 다양한 디바이스를 연동할 수 있어 최적의 수면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취침 시간을 파악해 자동으로 조명과 에어컨을 끄고, 침실 블라인드를 내리는 식이다.
LG전자는 올해 초 'CES 2023'에서 선보인 스마트 수면케어 솔루션 '브리즈(brid.zzz)'를 상반기 중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브리즈는 뇌파를 측정하고 수면케어 사운드를 들려주는 전용 무선이어셋과 수면 데이터를 분석해 수면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앱으로 구성됐다.
브리즈에 탑재된 뇌파 감지 센서는 잠들기 직전 의식이 남아있는 상태인 '입면단계'와 수면단계에 해당하는 '렘(REM; Rapid Eye Movement) 수면', '얕은 수면'과 '깊은 수면', '수면 중 깸' 등 단계별 수면 패턴을 보다 정교하게 측정한다. 또한 수면 자세, 수면 중 뒤척임 횟수, 취침 및 기상 시간 등은 물론 스마트폰 앱을 통해 하루 동안의 걸음 수 등 생활 데이터까지 수집한다. 이를 토대로 개인 맞춤형 수면케어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다. '뇌파동조 사운드'를 포함, '자장가',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등 다양한 음원으로 수면을 케어한다. 80여 개의 사운드가 기본 내장돼 있으며 즐겨 듣는 음악이나 유튜브 영상 등에 뇌파동조 사운드를 더해 재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뇌파동조 사운드의 경우, 왼쪽 뇌와 오른쪽 뇌에 각각 다른 주파수를 들려줌으로써 주파수 차이를 이용해 잠이 들게 하거나 특정 수면 상태로 전환을 촉진하는 뇌파를 유도한다.
이같은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슬립테크 대전 '참전'은 시사점이 적지 않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가 2017년부터 슬립테크 전용관을 마련할 정도로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구글, 애플, 아마존 등도 시장에 뛰어들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전 세계 슬립테크 시장 규모가 오는 2026년에는 321억달러(약 42조51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만성질환 관리 등 '건강 습관'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진 만큼, 가전업계의 슬립테크 부문 진출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확장한다는 의미 역시 크다"고 분석했다.
김소형기자 compac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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