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와 기억공간을 허하라”···철거 압력 받는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 ‘기억과 빛’에는 참사 9주기인 16일에도 ‘기억은 철거할 수 없습니다’라고 쓰인 손팻말이 놓여 있었다. 이 손팻말은 이곳에 임시로 마련된 기억공간의 기약할 수 없는 미래를 보여준다. 서울시의회는 기억공간을 ‘불법점거’로 간주하고 지난해 7월부터 매달 변상금 부과 고지서를 보내고 있다.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의회 사무처는 지난해 7월부터 매달 330만원가량의 변상금을 세월호 참사 유가족 측에 부과하고 있다. 지난 3월분까지 합치면 총액은 3000만원에 이른다. 유가족과 4·16연대는 근거 없는 부과로 보고 변상금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세월호 기억공간은 불안한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2019년 4월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후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를 이유로 2021년 11월 서울시의회 앞에 임시로 터를 잡았다. 당시 10대 서을시의회는 이 공간 사용료를 면제해 왔지만, 지난해 7월 국민의힘이 다수인 11대 서울시의회가 개원하면서 상황이 크게 바뀌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7월 전기 공급을 차단하겠다고 기억공간에 통보한 데 이어 그해 12월부터 매일 오후 6시 이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전기 공급을 끊고 있다. 기억공간은 오후 6시 이후에는 태양열 등으로 충전한 전기를 쓰고 있다. 16일 현장을 지키고 있던 이수민 4·16연대 활동가는 “추운 겨울 난방을 할 수 없어 공간 지킴이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이 지난해 8월 새로 문을 열었지만 그곳에도 기억공간을 위한 자리는 없었다.
세월호 기억공간이 처한 상황은 길 건너 서울광장에 차려진 이태원 참사 분향소와 닮았다. 이들 유가족들은 사회적 참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상징성 있는 추모 공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두 공간은 모두 현재 불법 시설물로 분류돼 강제 철거 위기에 놓여있다. 추모공간 조성을 위한 대화도 좀처럼 진척되지 않는다.
4·16연대와 서울시의회는 지난 1월16일 마지막 면담을 했다.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은 “지난해 6월 서울시와 협의를 한 이후 10개월 가까이 대화 테이블에 앉지조차 못했다”며 “참사를 제대로 기억하고 추모하는 공간이 존속할 수 있어야 안전한 사회로 이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분향소 역시 서울시가 지난주 “더 이상 먼저 대화를 요청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이후 논의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종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이날 경기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 참석했다. 이 대표는 “이태원 참사 전에는 먹고 살기 바빠서 세월호 참사 추모식에 참석한 적이 없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리 보인다”며 “먼저 간 아이들을 기억하는 것도 슬프고 힘들지만 (참사 피해자들이 하나같이)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하는 것같아 비참하다”고 말했다.
4·16연대는 서울시의회가 부지 사용기간 연장 거부를 철회할 때까지 기억공간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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