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공항 특별법' 통과에도 산 넘어 산…전남·광주·무안·함평 셈법 달라
침묵하던 김영록 전남지사 딜레마…리더십 시험대 올라
(광주=뉴스1) 박준배 기자 = '정부 재정 지원'을 핵심으로 한 '광주 군공항 이전 및 종전부지 개발 등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군공항 이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광주시와 전남도, 지방자치단체 간 군공항 이전을 둘러싼 셈법이 복잡해 실제 이전 절차가 진행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을 앞두고 전남 함평에서 '군공항 유치'와 '광주시 편입'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김영록 전남지사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올랐다.
◇ 광주 군공항 이전 새국면…광주시·전남도 "특별법 환영"
16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종전 '기부 대 양여' 방식의 한계를 탈피한 광주 군공항 특별법이 지난 13일 국회 본회를 통과하면서 이적 작업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광주시는 군공항 이전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고 군공항이전·종전부지 개발을 위한 직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2개 과로 가칭 '군공항 이전 및 종전부지 개발추진본부'를 설치할 계획이다.
이전 후보지 선정을 위해 전남도와 구체적 협의에 돌입하기로 했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전 후보지 선정을 위해서는 광주·전남의 지도자들이 미래를 위한 결단을 해야 한다"며 "김영록 지사와 이른 시일 내에 만나 이전 후보지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 방안 등 특별법 후속 논의가 이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남도 역시 군공항 이전에 드는 재원 중 부족분을 국가가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며 특별법 통과를 환영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광주시와 열린 마음으로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지원대책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광주시장과 군공항 문제에 대해 본격적으로 협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군공항을 옮기려는 광주시와 받아야 하는 전남도의 양 수장이 '특별법 통과'를 환영하며 해법 모색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다만, 김 지사의 속내는 조금 복잡하다. 군공항 이전 예비후보지 선정 작업에 나서야 하지만 전남 지자체의 이해관계가 첨예해서다.
◇ 6년째 예비 이전 후보지 선정 작업 중…멈춰 선 이전 절차
현재 광주 군공항 이전 작업은 '예비 이전후보지 선정' 작업에서 멈춰있다.
광주시는 2017년 용역을 통해 전남 무안, 해남, 신안, 영암 등 4개 지역의 6곳을 광주 군공항 예비 이전후보지로 압축하고 국방부에 선정을 요청했다.
예비 이전후보지는 군사작전과 군공항 입지 적합성을 충족하는 지역을 해당 지방자치단체장과 협의해 국방부장관이 선정하는 절차다. 예비 이전후보지 선정작업이 끝나야 이전 사업비 산출, 종전부지 활용방안, 이전 주변지역 지원 방안을 확정해 '이정후보지'를 확정할 수 있게 된다.
국방부는 예비 이전후보지 선정 작업에 착수했으나 최적의 후보지로 거론된 무안군이 주민설명회조차 거부하며 반대해 2018년부터 6년 넘게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무안은 무안국제공항이 있어 광주 민간공항과 군공항이 이전하면 공항 활성화 등 장점이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무안군은 전투기 소음으로 인한 주민 피해가 우려된다며 군공항 이전을 결사반대하고 광주 민간공항만 이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무안군의 반발로 이전 작업이 지지부진한 사이 특별법 제정 움직임이 활발해지자 전남 함평군이 적극적인 유치에 나섰다.
◇ 함평군 적극적인 유치 움직임…'광주시 편입 전제'
함평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이달까지 10차례 가까이 군공항 이전 설명회를 열어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34개 함평군 사회단체가 참여한 군공항 유치위원회는 '함평군의 광주시 편입'을 전제로 군공항을 유치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일부에서는 광주 군공항과 함께 민간공항도 함평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대 입장도 있다. 함평 이전저지 범군민대책위는 소음피해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함평군은 이르면 다음 달이나 6월쯤 주민 여론조사를 거쳐 군공항 유치 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 전남도 '군공항 이전과 함평군 광주시 편입은 별개'
전남도는 함평군의 '광주시 편입'을 전제로 한 군공항 유치 움직임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도는 군공항 이전과 함평군의 광주시 편입은 별개라며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전남도는 "함평군의 광주시 편입은 함평군민과 전남도민들에게 혼란을 안겨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며 "전남의 인구 감소는 물론 재정 여건을 악화시키는 등 전남의 지방소멸 위기를 심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영록 전남지사도 함평군의 유치 움직임이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김 지사는 그동안 군공항 이전 문제로 무안군과 광주시가 첨예한 갈등을 빚을 때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무안 이전에 힘을 싣는 발언이나 행보를 보였다.
김 지사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군 공항 이전 후보지로 무안과 함평이 거론되지만 여론조사를 보면 군 공항이 무안으로 와야 한다는 여론이 크기 때문에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선 하루빨리 군 공항 이전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신의 페이스북에 무안국제공항 사진을 올리는가 하면 지난 10일 실·국 정책회의에서 "무안공항 정기노선을 최단 시간 내에 유치해야 한다"며 무안공항 활성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지사의 조심스러운 행보에도 무안군이 강하게 대응하면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언론 인터뷰 발언 이후 무안군민들은 2차례 전남도청을 찾아 항의 집회를 열며 강하게 반발했다. 광주 전투비행장 무안 이전 반대 범군민대책위는 "광주 군공항 이전 후보지에서 무안군을 제외하지 않으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별법 통과를 계기로 군공항 이전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으나 김 지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김영록 지사가 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의 본회의 통과와 공공기관 2차 이전 논의를 지켜보면서 나름 해법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광주시와 전남도, 함평군, 무안군이 머리를 맞대고 열린 자세로 논의의 장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군공항 이전 특별법 국회 통과를 계기로 전남도와 지자체, 광주시가 정치적 셈법만 따질 게 아니라 상생과 발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분열이 아닌 통합의 정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nofatej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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