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코 인사이드] 신한은행 이경은, 숱한 변화를 버텨낸 베테랑

손동환 2023. 4. 16.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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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바스켓코리아 웹진 2023년 3월호에 게재됐다. 인터뷰는 2월 7일에 진행됐고, 신한은행 그리고 이경은과 관련된 기록은 해당 시각 기준이다.(바스켓코리아 웹진 구매 링크)

인생은 늘 ‘변화’라는 파도에 노출된다. 바다에 있는 파도 그 이상으로 요동친다. 그래서 오랜 시간 인생을 살아온 이도 ‘변화’라는 파도에는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이경은(인천 신한은행)도 숱한 풍랑에 시달렸다. 많은 변화가 이경은을 어렵게 했다. 그렇지만 이경은은 변화 속에 더 탄탄해졌다. 팀과 동료들의 신뢰도 받고 있다. 이경은은 숱한 변화를 버텨낸 베테랑이기 때문이다.

선택 그리고 시련
이경은은 2006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전체 2순위로 금호생명 레드윙스(현 부산 BNK 썸)에 입단했다. 입단 직후 2대2 트레이드로 춘천 우리은행 한새(현 아산 우리은행)에 입성했지만, 2007~2008시즌 금호생명으로 돌아왔다. KDB생명 시절을 포함, 11시즌을 구리에서 보냈다.(금호생명과 KDB생명의 연고지가 구리였다)
2017~2018시즌 종료 후 3번째 FA(자유계약) 자격을 취득했다.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이경은은 고민 끝에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계약 기간 3년에 2018~2019시즌 연봉 총액 2억 1천만 원의 조건으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신한은행도 이경은도 고난의 시간을 보냈다. 한때 통합 6연패를 경험했던 신한은행은 최하위의 시련을 맞았고, 이경은은 15경기를 소화하는데 그쳤다. 평균 출전 시간도 20분 30초로 길지 않았다. 선택을 했지만, 시련을 피할 수 없었다.

2007~2008시즌부터 10년 넘게 한 팀에서만 활약했습니다. 하지만 2017~2018시즌 종료 후 인천 신한은행으로 팀을 옮기셨는데요.
농구 인생에서 3번째 FA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시장으로 나간 건 처음이었어요. 또, 특별한 변수가 있었어요. 저희 구단이 해체돼서, 연맹이랑 이야기를 먼저 해야 했거든요.(KDB생명은 농구단 운영 종료를 선언했고, WKBL이 KDB생명 농구단을 이어받았다. 한시적으로 위탁 운영을 실시했다) 그래서 시간에 더 쫓겼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런 변수보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김)단비가 있는 팀이고 팀 성적에 욕심을 냈기 때문에, 신한은행을 선택했죠. 다만, ‘아프지 않고 이적했다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나중에 들더라고요.
하지만 신한은행은 2018~2019시즌 최하위(6승 29패)를 기록했습니다.
제 농구 인생에 큰 변화를 준 시기였습니다.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도 컸죠. 하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어요. 그래서 더 힘들었어요.
이경은 선수도 15경기 밖에 나서지 못했는데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이 컸습니다.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죠. 그런 이유 때문에, 완벽하지 않은 몸으로 뛰었던 것 같아요.(이경은은 무릎 수술 후 1년의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렇지만 위에 언급한 부담감 때문에, 예상 복귀 시점보다 일찍 코트에 나섰다고 덧붙였다) 결국 시즌 아웃이 됐죠.

변화 그리고 절실함
신한은행은 2018~2019시즌 종료 후 변화를 택했다. 가장 큰 변화는 코칭스태프. 여자농구에 잔뼈가 굵은 정상일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공격 전술에 일가견이 있는 구나단 코치(현 신한은행 감독)와 피지컬 트레이닝 전문가인 이휘걸 코치(현 신한은행 수석코치)도 새롭게 합류했다.
팀 체질을 개편할 코칭스태프가 왔다. 하지만 팀 컬러를 이행해야 할 선수들이 부족했다. 그래서 신한은행 코칭스태프와 사무국은 여러 팀에서 여러 선수들을 끌어들였다. 정상일 감독이 ‘연합군’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신한은행 선수단은 많은 변화를 맞았다.
그런 이유로, 신한은행은 최하위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선전했다. 2019~2020시즌이 비록 코로나19 때문에 조기 종료됐지만, 신한은행은 4위(11승 17패)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이경은 또한 이전보다 나은 몸 상태로 경기에 임했다. 출전 시간 대비 뛰어난 수치를 기록지에 남겼다.

2019~2020시즌부터 정상일 감독님과 함께 했습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대표팀에 있을 당시, (정상일 감독님께서) 코치님으로 함께 하셨어요. 저희 팀의 감독님으로 온다는 소식에 신기한 마음이 있었죠.
그렇지만 저는 그때도 재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또, 전술 훈련을 다른 선수보다 늦게 시작했어요. 그래서 감독님의 농구를 소화하는데, 더 오랜 시간을 필요했던 것 같아요.
코칭스태프도 달라졌지만, 선수들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많은 선수들이 여러 팀에서 합류했는데요.
제 선택으로 팀을 옮긴 건, 신한은행이 처음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신한은행에 합류한 후, 재활에 집중했습니다. (2018년) 9월이 돼서야, 전술 훈련을 할 수 있었죠. 선수들과 친해질 시간도 짧았고, 새로운 농구에 적응할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그런 점이 정말 어려웠어요.
정상일 감독님께서 부임하신 후, 여러 팀에 있는 선수들이 신한은행으로 모였어요. (한)채진 언니는 워낙 오래 맞췄던 선수였고, (김)수연 언니는 원래 친하게 지냈던 선수였어요. 또,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 모두 하나로 뭉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 감독님께서 저희를 잘 끌고 가기 위해 많이 노력하셨어요.
경기당 출전 시간은 16분 42초였지만, 출전 시간 대비 뛰어난 활약을 했습니다.
(이경은은 2019~2020시즌 경기당 5.88점 1.88어시스트 1.88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저를 영입해주셨던 단장님과 감독님이 모두 떠나셨어요. 저를 데려와준 신한은행에 너무 미안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마음을 더 독하게 먹었습니다. “신한은행이 이경은을 데리고 오길 정말 잘했다”는 말을 들었으면 했거든요. 그래서 1분 1초가 너무 간절했고, 그런 게 나쁘지 않은 기록으로 남은 것 같아요.

무너지지 않는 팀
신한은행의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변화를 성공한 신한은행은 자신감을 얻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모두 그랬다. 2020~2021시즌 경기력이 2019~2020시즌보다 나았던 이유.
그 결과, 신한은행은 2017~2018시즌 이후 3년 만에 플레이오프로 나섰다. 청주 KB스타즈에 2패를 당했지만, 신한은행은 ‘끈끈한 수비’와 ‘빠른 공격 전개’, ‘자신 있는 슈팅’ 등 나름의 컬러를 확립했다.
정상일 감독이 건강 문제로 자진 사퇴했지만, 사령탑으로 승격한 구나단 감독이 신한은행의 컬러를 계속 구현했다. 2021~2022시즌에도 플레이오프 진출. 상대였던 아산 우리은행과 끝까지 싸웠다. 그것만 해도, 신한은행의 변화는 성공적이었다.

2020~2021시즌에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했어요. 팀에 기여한 게 많지 않았거든요. ‘아프지 않았다면...’이라는 후회가 컸죠.
그렇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은 너무 고무적이었습니다. 저희 팀이 오랜만에 플레이오프에 나섰고, 저도 2011~2012 챔피언 결정전 이후 처음으로 봄 농구를 했거든요.
정상일 감독이 자진 사퇴했지만, 신한은행은 2021~2022시즌에도 플레이오프에 나섰습니다.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잘하신 것도 있지만, 선수가 달라지지 않았어요. 서로를 잘 알고 농구했고, 조직력도 끈끈했어요. 그게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물론, 김단비라는 확고한 에이스도 있었고요.
패배 의식이 강했던 신한은행은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됐습니다.
정상일 감독님께서 중간에 물러나셨지만, 구나단 감독님과 이휘걸 코치님 모두 정상일 감독님과 함께 했던 분들입니다. 또, 기존에 있던 채진 언니와 저, (강)계리와 (유)승희, (김)아름이 등이 감독님의 농구 스타일을 잘 알고 있어요. 그리고 다들 해보려는 마음이 합쳐져서, 저희가 무너지지 않는 팀이 된 것 같아요.

또 한 번의 변화, 그리고 깨달음
신한은행은 순항했다. 새로운 컬러로 기존의 강호들을 위협했다. 하지만 신한은행의 변화는 끝나지 않았다. 다만, 변화의 성격이 달랐다.
긍정적인 변화가 아니었다.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에이스인 김단비가 FA(자유계약) 자격 취득 후 신한은행을 떠난 것. 게다가 유망주 포워드인 한엄지도 FA 자격 획득 후 부산 BNK 썸 유니폼을 입었다. 선수들이 느낄 충격의 강도나 놀람의 강도도 셀 것 같았다.
물론, 신한은행은 전력 이탈을 두고 보지 않았다. 김단비의 보상 선수로 김소니아를 지명했고, 한엄지의 보상 선수로 김진영을 영입했다. FA로 풀린 구슬도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그렇지만 주축 선수가 한꺼번에 바뀌었다. 모든 걸 새롭게 맞춰야 했다. 2019~2020시즌과 비슷한 상황. 신한은행과 이경은 모두 2022년 여름에 더 많은 땀을 쏟았다. 이경은은 그 과정에서 많은 걸 깨달았다.

김단비 선수가 우리은행으로 이적했습니다. 선수들도 많이 놀랐을 것 같아요.
팀의 중심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였습니다. 다들 ‘(김)단비 없으면 어떻게 하지?’라는 생각을 한 번쯤은 했을 거예요. 저도 그렇고요.
그렇지만 그건 단비의 선택입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요. 대신, 새롭게 합류한 김소니아와 김진영, 구슬 등이 단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런 노력이 저희 팀의 새로운 힘이 됐다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대로, 새로운 선수들이 많이 합류했습니다. 2019~2020시즌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어요.
2019~2020시즌이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감독님도 선수들도 처음 합을 맞추는 거였으니까요. 그렇지만 지금은 달라요. 기존 선수들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선수가 더해졌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저희 팀의 색깔을 알려줄 수 있는 선수가 있습니다. 아직 부족한 면이 있지만, 그때보다는 수월하다고 생각해요.
이경은 선수의 역할이 중요했을 것 같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또, 감독님께서 선수들 개개인에게 선수의 특성에 맞는 역할을 잘 부여했습니다. 선수들도 감독님의 지시사항을 잘 이행하려고 했고요.
또, 서로가 자신의 강점에만 욕심을 낸다면, 팀이 무너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들끼리 자신의 욕심 때문에 부딪히면, 그 팀은 화를 볼 수 있어요. 저희 팀도 그런 게 없었던 건 아니지만, 다들 각자의 욕심을 버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팀을 위해, 하나가 되려고 했어요. 그래서 이번 비시즌에 많은 걸 깨달은 것 같아요.

새로운 컬러, 여전한 목표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이 신한은행의 컬러에 녹아들어야 했고, 기존 자원과 새롭게 합류한 선수들 모두 서로를 파악할 시간을 필요로 했다. 신한은행이 시즌 초반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떤 이유.
그러나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난 후, 신한은행은 새로운 컬러로 직진하고 있다. 이전 두 시즌처럼 ‘정규리그 3위’와 ‘플레이오프’ 모두 노릴 수 있다. 새로운 컬러가 극대화된다면, 신한은행은 이전보다 더 높은 목표를 꿈꿀 수 있다. 이경은 역시 이전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시즌 초반에는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구나단 감독님의 농구는 어렸을 때부터 배워왔던 농구와 달랐습니다.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코트에 선 5명이 팀 전체의 포메이션과 이동 동선, 역할을 정확히 알아야 해요. 어느 자리에 들어가도, 자기 몫을 할 수 있게요.
저도 처음에는 엄청 어려웠어요. 새롭게 온 선수들도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그래서 이번 비시즌에는 예전 비시즌보다 연습을 더 많이 했고, 비디오도 더 많이 봤습니다. 지겨울 정도로 합을 맞췄죠.
새로운 컬러가 조금씩 나오는 느낌입니다.
감독님께서 고쳐야 할 점들을 선수들한테 세밀하게 짚어주셨고, 선수들도 고치려고 노력했습니다. 무엇보다 리바운드와 궂은일 등 팀에 필요한 헌신을 많이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개인의 욕심을 버렸기 때문에, 경기 내용이 점점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
신한은행이 지금의 경기력을 유지한다면, 또 한 번 플레이오프를 노릴 수 있습니다.
모든 팀들이 개막 전 목표를 ‘플레이오프 진출’로 꼽습니다. 저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매 경기를 착실하게 하다 보면, 첫 번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자면, 챔피언 결정전도 가고 싶어요.(웃음)
남은 시즌 동안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시즌을 치르면 치를수록, 숙제가 더 생기는 것 같아요. 가장 시급한 과제를 꼽는다면, 턴오버를 줄이는 것입니다. 시즌 초반에는 ‘우리가 서로 맞지 않아서 나오는 거다’라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선수들의 급한 성향 때문에 턴오버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들을 줄이지 않으면,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없습니다. 다른 디테일한 요소들은 감독님께서 잡아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러스트 = 정승환 작가
사진 제공 = W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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