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없다

이정우 기자 2023. 4. 1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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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봄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와 기후재난으로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상승했다고 보고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재난이 이미 일상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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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스퀘어]산불로 곳곳이 불타는 혹독한 봄… 미국 캘리포니아 도로가 물속으로 사라지고, 캐나다엔 ‘어는 비’가 나무 쓰러뜨리고
미국 캘리포니아 코코란에 며칠째 이어진 폭우로 2023년 3월29일(현지시각) 툴레강이 범람해 도로가 물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날씨가 좋기로 유명한 캘리포니아는 최근 석 달 동안 폭우와 폭설, 토네이도 등 기후재난으로 인명 피해가 잇따랐다.

혹독한 봄이다. 지구촌 곳곳에서 이상기후와 기후재난으로 인명·재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청명한 날씨로 세계인의 부러움을 사는 미국 캘리포니아도 2022년 11월부터 극단적인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열대지방에서 고위도로 이동하는 습한 공기 기둥을 이르는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 현상이 원인이다. 엄청난 양의 수증기를 머금은 이 기둥이 산악지역을 지나면서 응결해 폭우와 폭설을 쏟아부었다. 앤드루 슈워츠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교수는 2022년 11월부터 31회나 캘리포니아를 강타한 대기의 강 현상에 대해 “대기의 강에 대한 변동성은 항상 존재했지만 기후변화로 증폭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등 아프리카 대륙 동북부 지역은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다. 다섯 차례의 우기 동안 비가 오지 않은 소말리아에서는 2022년 한 해 동안 4만3천여 명이 가뭄으로 숨졌다. 가뭄과 기근을 피해 이웃한 케냐의 다다브 난민촌으로 매일 400~500명의 난민이 몰려들고 있다.

캐나다 퀘벡과 온타리오주 일부 지역에는 2023년 4월5일(현지시각) 땅에 닿는 순간 얼어버리는 ‘어는 비’(freezing rain)가 쏟아졌다. 시속 50~60㎞의 돌풍에 나무가 쓰러지며 전력선이 손상됐고, 비가 변한 얼음 덩어리가 이를 덮어 전력 공급이 끊겼다. 몬트리올 등 대도시 지역에서만 110만 가구가 정전을 겪었다. 쓰러진 나무에 맞아 두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봄가뭄과 이상고온을 겪는 우리나라는 온 나라가 산불에 그을리고 있다. 4월2일 하루에만 33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일어났다. 서울 한복판 인왕산에도 불이 나 인구밀집 지역까지 화마가 접근했다. 4월11일엔 초속 30m를 넘는 ‘양간지풍’(강원도 양양과 간성 사이에 부는 국지적 강풍)이 강릉의 소나무를 부러뜨리고 전깃줄을 건드려 경포호 주변이 불탔다. 축구장 530개 면적인 숲 379ha와 건물 100여 채를 태웠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상승했다고 보고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재난이 이미 일상화됐다. 기후재앙을 피할 ‘골든타임’이 지금 이 순간에도 흘러가고 있다.

소말리아 난민 어린이들이 3월23일(현지시각) 아프리카 최대 난민촌 다다브 캠프에서 물통을 발로 굴리며 임시대피소로 가고 있다.
미국 아이오와주 플레전트빌 주변에서 발생한 토네이도가 4월4일 들판을 가로질러 하늘로 솟구치고 있다.
4월2일 토네이도가 휩쓸고 지나간 미국 아칸소주 리틀록의 폐허로 변한 주택.
캐나다 퀘벡주 몬트리올에 4월5일 돌풍과 함께 ‘어는 비’가 쏟아져, 쓰러진 나무에 차가 부서져 있다.
서울 도심 인왕산에 산불이 난 4월2일 소방헬기가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뒤편에 아파트 단지가 빼곡하다.
불이 붙은 강원도 강릉의 농가에서 4월11일 한 주민이 소방관의 도움을 받아 키우던 소를 탈출시키고 있다.

사진 AFP·REUTERS·연합뉴스, 글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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