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스타링크' 국내 상륙 … 저궤도 위성통신시대 '활짝'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우수민 기자(rsvp@mk.co.kr) 2023. 4. 1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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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 로켓 '팰컨헤비'가 이륙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핵심 사업 중 하나로 2027년까지 저궤도 소형 위성(오른쪽 상단)을 4만대까지 쏘아 올려 세계 위성통신 서비스 수요에 선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스페이스X

미국 스페이스X가 지난 3월 한국에 '스타링크 코리아'를 세우면서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스타링크 코리아는 올해 2분기 중 한국에 처음으로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를 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말 그대로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높이에서 위성통신을 서비스하는 것으로, 지상통신이 붕괴되는 재난 상황 등에 대비한 대안으로 시장가치가 커지고 있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스타링크 코리아는 최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에 자사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를 판매해달라는 제안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통신 3사가 사물인터넷(IoT)과 전화·통신회선 등 '전국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 보니 한국에서 스타링크 서비스를 준비하는 스페이스X가 '수익 배분' 등 구체적인 조건을 달아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미국의 세계적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한국에 상륙할 때 국내 통신사와 협업한 것과 같은 이치다. 스페이스X의 러브콜을 받은 한 통신사 관계자는 "수익 배분 비율이 매력적이지는 않다"고 전해 스타링크 코리아와 국내 이통사 간 줄다리기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상용화 서비스를 개시한 스페이스X는 현재 4000여 개 위성을 기반으로 전 세계 50여 개국에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올해 한국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탄자니아, 케냐, 콩고 등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통신은 크게 위성통신과 지상통신(광통신)으로 나뉜다. 당연하게도 지표면 근처에서 서비스되는 지상통신이 현재 기술로선 위성통신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고 지연이 적다. 저궤도 위성통신인 스타링크의 프리미엄 서비스 다운로드 속도가 500Mbps인 데 비해 지상통신선 5G 속도가 근 1Gbps(896Mbps)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속도는 10Gbps(약 1만Mbps)에 달한다.

하지만 위성통신 역시 차별화한 수요가 있다. 해상에 있는 선박과 같이 지상통신이 터지지 않는 곳 혹은 재난이 발생해서 지상통신이 무력화되는 상황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대표적 사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가 지상통신망이 파괴된 우크라이나 지역에 스타링크 서비스를 지난해 2월부터 제공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작전을 수행할 때 통신을 쓸 수 있게 됐다"며 "안보 상황에서 위성통신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위성통신은 지표면 대비 3만6000㎞ 떨어진 정지궤도 위성을 국내에서 주로 이용해왔다. KT샛이 운영하는 무궁화위성이 대표적인 예다. 우주는 통상적으로 지표면 대비 100㎞ 이상 높이의 공간을 의미하며 각 국가의 주권이 미치지 않는 '공용 지역'이다.

정지궤도 위성은 100㎞보다 한참 떨어진 3만6000㎞에 있기 때문에 지구와 자전주기가 같으며 3개만 있어도 전 지구에 통신을 제공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커버리지를 자랑한다. 다만 지구와 너무 떨어진 곳에서 통신을 하다 보니 통신 지연, 낮은 전송 속도가 문제가 됐고, 이 때문에 해상통신, 재난방송 등 일부에 한해서만 쓰여왔다. 정지궤도의 저품질 통신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바로 스페이스X, 원앱 등 글로벌 우주 기업이 뛰어든 저궤도 위성이다.

일론 머스크(사진)가 이끄는 스페이스X는 2027년까지 저궤도 소형 위성(300~1500㎞)을 약 4만대 쏘아 올릴 예정이다. 저궤도는 비교적 낮은 궤도에 있어 하루에도 11~15회 공전하고,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통신 범위가 정지궤도 위성에 비해 좁다. 궤도에 따라 다르지만 저궤도 위성으로 지구 전체를 커버하려면 수백~수천 개 위성을 한 번에 띄워야 한다. 저궤도 위성(스타링크 버전1 기준)을 만들고 쏘아 올리는 데 1대당 약 100만달러(13억원)가 소요된다. 올해부터 쏘아 올리는 스타링크 버전2는 위성 간 통신·고품질 서비스 기능을 추가해 1대당 비용이 버전1 대비 수배는 많아졌다는 게 학계 추산이다.

막대한 투자비용이 수반됨에도 불구하고 저궤도 위성의 미래 사업성이 주목받는 이유는 지상통신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서비스가 가능하면서 동시에 지상통신을 보완하거나 혹은 향후 지상통신을 넘어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서 스타링크 프리미엄 서비스 다운로드 속도가 500Mbps라고 밝혔는데 이는 현재 5G 지상통신(1000Mbps)보다는 느리지만 LTE(200Mbps 내외)보다는 빠르다.

유튜브·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를 모바일폰을 통해 시청할 때 20~30Mbps만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역에 따라 현지 소비자도 스타링크 서비스를 수용할 수 있다.

그러나 동일 관점에서 스타링크가 주도하는 저궤도 위성통신 사업은 가격경쟁력 개선이라는 거대한 산을 넘어야 한다.

현재 스타링크의 스페이스X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소비자는 전용 키트(안테나와 전기장치, 와이파이를 만들어주는 AP)를 1개당 약 70만원에 구매해야 한다. 아울러 스페이스X 서비스 구독을 위해서 월 110달러(약 14만원, 다운로드 속도 50Mbps)에서 월 500달러(약 64만원, 500Mbps)를 납부해야 한다. 1인당 10만원 내외면 5G 지상통신 서비스를 데이터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한국 소비자 입장에선 스페이스X 서비스를 구매할 유인이 거의 없다.

따라서 스페이스X 서비스는 국내에서 군과 보안 관련 단체 등 주로 기관들이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재난 상황에 대비해 비상 통신망 구축을 원하는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정부 기관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특히 군 당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사례로 스타링크 서비스를 비상 통신용으로 구매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관측이다. 한 위성통신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는 한국에서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보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 현지 수요에 충실히 대응하며 향후 기술과 사업 인지도를 높이는 방향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향후 인공위성 발사체 비용이 빠르게 감소하고 기술 발달에 따른 속도 개선 등 서비스 품질이 향상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6G, 7G 등 차세대 통신시장 상황에서도 저궤도 위성통신이 지상통신만큼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위성통신 시장 규모는 2018년 540억달러(약 70조원)에서 2040년 5840억달러(약 759조원)로 10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2040년이면 6G가 어느 정도 정착되고 7G가 실현될 시점이다. 지상통신 시장 규모가 1조8056억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현재 지상통신 시장의 30%대까지 시장 규모가 커지는 것이다.

특히 저궤도 위성통신은 현재의 재난·선박용에서 벗어나 도심 상공에서 빠르게 오갈 수 있는 운송수단인 UAM, 메타버스 등 새로운 부가가치 산업에서 주로 쓰일 가능성이 크다. 지상통신뿐 아니라 위성통신 서비스가 되는 모바일폰도 점차 더 출시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업계와 학계에서는 6G 시대 땐 위성통신과 지상통신이 서로 호환되는 '하이브리드 통신'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 주목받는 분야는 바로 '우주 인터넷'이라고 불리는 위성 클라우드다. 자율주행, UAM, 메타버스 등으로 데이터 처리량이 폭증하고 있는데 지상 데이터센터는 인허가 절차를 비롯해 막대한 건립비용과 전기료, 환경오염 등 문제가 있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위성 클라우드다. 지상에서의 방대한 로데이터(raw data)를 위성 클라우드(데이터센터)에 올리면 이를 저장하거나 혹은 막대한 연산을 할 수 있다. 위성 클라우드에서 계산된 데이터는 지상으로 다시 보내진다. 클라우드 빅3 업체인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두 위성통신을 기반으로 한 위성 클라우드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은 우주 기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전담할 자회사를 2020년 설립했고, 구글 클라우드는 2015년 스페이스X 지분을 10% 사들이며 이를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유럽 최대 항공우주 기업인 에어버스와 2021년부터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맺으며 우주 클라우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나현준 기자 /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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