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수출점유율 2.7%, 금융위기 이래 최저...中·대만이 가져갔다
점유율 5년새 3.2%→2.7% 뚝
中 14% 돌파, 대만도 2% 육박
가격·품질 경쟁력 높여 韓 추격
16일 매일경제가 세계무역기구(WTO) 교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한국 상품 수출액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4%로 2008년 금융위기(2.61%)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수출 점유율은 반도체를 포함해 선박과 철강 등 주력 산업이 호황을 맞은 2017년 3.23%까지 올라섰지만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세계 수출 점유율 하락의 주된 원인은 전통 주력산업의 수출 약세다. 대표적인 상품이 선박이다. 2017년 423억6000만달러이던 선박 수출액은 지난해 57% 줄어든 181억9000만달러에 그쳤다. 같은 기간 무선통신기기는 220억800만달러에서 172억4000만달러, 디스플레이도 273억8000만달러에서 211억5000만달러로 각각 감소했다.
또 한국 수출에서 반도체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영향을 줬다. 반도체 수출액은 2017년 979억3000만달러에서 지난해 1292억3000만달러로 늘어나긴 했다. 그러나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0.9%를 찍은 뒤 2019년 17.3%로 하락했다. 이후 지난해(18.9%)까지 계속 20%선을 밑돌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비중이 13.6%까지 뚝 떨어졌다.
일단 가장 큰 변수는 반도체 수출이다.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찍고 돌아서는 시점이 와야 한국의 수출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최근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감산 발표를 계기로 반도체 제품 가격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올 하반기부터 반도체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이 수출 부진에 시달리는 사이 중국과 대만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최근 5년 새 중국의 세계 수출 점유율은 12.76%에서 14.43%로 1.67%포인트 올랐다. 대만은 같은 기간 1.79%에서 1.92%로 세계 시장 점유율을 0.13%포인트 늘렸다.
전문가들은 중국과 대만이 정보통신기술(ICT) 부문 등에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을 따라잡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맞서 한국은 바이오와 배터리 등 유망 분야로 서둘러 수출을 다각화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중국 성장세를 견제했는데, 거꾸로 중국의 가격 경쟁력을 강화시키면서 세계 수출 물량이 더 늘었다”고 풀이했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도 “전자기기 부문 등에서 중국·대만과 한국간 기술 격차가 줄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투자와 소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충격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한국은행은 올해 설비투자가 3.1% 줄면서 지난해(-2.0%)이 비해서도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경기를 떠받쳤던 민간소비(4.7%) 역시 올해 2.7% 늘어나는데 그칠 전망이다.
외국인 투자 온도도 아직 영하권이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은 591억3400만달러(약 76조5000억원)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투자자금 순유출액은 내국인 해외직접투자(ODI)에서 외국인 국내직접투자(FDI)를 뺀 값이다. 이 값이 클 수록 국내로 들어온 외국인 투자자금보다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기업 투자액이 훨씬 많았다는 뜻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미국과 일본이 적극적으로 ‘리쇼어링(해외에 진출한 기업이 본국으로 돌아오는 현상)’ 정책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에서는 기업 자금이 자꾸 빠져나가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첨단 기술이 이전되는 길목도 막히고 있다”며 “정부가 실리콘밸리 등 해외 주력 산업 클러스터와 경쟁한다는 시각으로 대대적인 규제 완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조사팀장은 “미국 등이 해외 기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한국은 노동개혁 지연에 높은 최저한세율 등에 기업 자금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며 “주요국과 경쟁할 수 있는 세제 환경을 구축하고 노동 개혁에 더 속도를 붙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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