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생존자의 9년 일기..."아픔을 마주하는 용기"
[앵커]
오늘(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9년이 되는 날입니다.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생존학생이 그간의 고통과 회복과정을 담은 에세이를 펴냈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꿈꾸며, 상실의 아픔과 마주했던 9년간의 일기를 차정윤 기자가 소개합니다.
[기자]
26살의 어엿한 청년이 되었지만, 가영 씨는 2014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친구들과 추억이 묻힌 4·16 기억교실에 그간의 고통과 회복을 쓴 기록물을 두기까지 9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유가영 / 4·16 세월호 참사 생존자 : 아무래도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것을, 다시 떠올리는 게 힘들기도 했고 그래도 좀 저 혼자 많이 마음도 가다듬고, 잊지 말자는 생각도 들면서 (썼던 것 같아요.)]
세월호에 탄 단원고 학생 325명 가운데 살아 돌아온 아이는 75명.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가영 씨는 기적의 생존자라 불렸지만, 남겨진 건 죄책감과 또다시 찾아올지도 모를 재난에 대한 불안, 공포였습니다.
세월호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은 우울증과 불면증을 낳았고, 지난해 이태원 참사는 아물지 않는 상처를 더 찔렀습니다.
[유가영 / 4·16 세월호 참사 생존자 : 놀러 갔다가 사고 난 건데 왜 그렇게 추모를 하느냐 말하는 사람들도 아직도 있더라고요. 그거 보고 이 세상을 어떻게 해야 바꿀 수 있을까 좀 많이 좌절하고 고민했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지난 9년이 고통으로만 남아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아동 심리 치료를 위해 단원고 친구들과 함께 만든 인형극, 산불 이재민 봉사 활동 등은 아픔을 직시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를 가져다줬습니다.
[유가영 / 4·16 세월호 참사 생존자 : 할머니들도 산불 때문에 사진들도 다 두고 나오셔서 다 타버렸는데, 나도 그럴 때가 있었지 하면서 좀 그때 내가 외면했던 상처들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주변의 도움으로 조금씩 일상을 회복 중인 가영 씨는 국제 구호 단체 활동가라는 꿈이 생겼습니다.
상처받고 깨져도, 인간은 일어설 수 있는 존재라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남은 삶을 살아냅니다.
[유가영 / 4·16 세월호 참사 생존자 : 조금 더 주위를 둘러보고 그래도 끝까지 살아 남아주셨으면 좋겠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YTN 차정윤입니다.
영상취재 : 이현오
YTN 차정윤 (sele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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