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 선점하자
디지털 혁신 시대, 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서는 농기계 전문 업체 존디어의 존 디어 회장이 기조연설을 했다. 이 회사는 운전자 없이 씨뿌리기, 농약·비료 살포 등 작업을 수행하는 자율주행 트랙터로 지난해 최우수 혁신상을 받았다.
2018년, 우리나라 기업이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제1호 고객으로 농업용 원격조정 트랙터를 선정한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첫 고객이 된 트랙터는 수십㎞ 떨어진 관리자의 원격조정에 따라 운전자 없는 상태에서 농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농업인이 뙤약볕 아래에서 육체적 중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편하게 농사지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현실화하는 순간이었다.
자율주행 트랙터 실현에는 데이터가 핵심이며, 데이터 기반 스마트농업은 미래 농업 경쟁력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농촌진흥청은 2021년 3월 데이터 기반의 과학영농 실현과 지속 가능한 농업 구현을 위한 '디지털농업 촉진 기본 계획'을 발표했다.
농진청이 60년 동안 축적한 데이터는 스마트농업 촉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되고 있다. 농진청은 농업 콘텐츠, 농약·비료 정보, 병해충 정보 등 공공데이터를 민간에 제공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나인 '농업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은 개별 농장별로 맞춤형 정밀 농업정보 제공이 가능하다.
2021년 전남 나주시 금천면에서 배를 재배하는 한 농가는 '농업 기상재해 조기경보 시스템'이 제공하는 저온 위험 예측 정보에 따라 초봄의 냉해를 미리 대비하면서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이 시스템이 주변보다 낮은 위치에 있어서 저온 피해에 취약한 과수원의 특성에 맞는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부는 데이터 기반 '디지털플랫폼정부' 구현을 통한 사회 가치 창출을 위해 농업생산의 30%를 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스마트팜 청년 창업농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1년 6540㏊이던 스마트 온실 면적을 2027년까지 1만㏊로 늘리고 청년농 3만명 육성을 목표로 청년 농업인 비중을 2020년 1.2%에서 2040년 10%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인공지능(AI) 온실 관리, 온실용 로봇 등 스마트농업 8대 핵심기술 개발·상용화에 집중적인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농진청은 농업 데이터 수집·공유 플랫폼을 구축, 민간 활용을 확대하고자 한다. 2025년까지 현장 및 농업 데이터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농업 연구개발(R&D) 데이터 수집·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고 유의미한 공공데이터를 개방, 공공·민간 데이터 활용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농촌 인구감소 및 고령화로 말미암은 노지 농업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밭농업기계화는 절실하다. 99% 이상의 거의 자동화된 논농사에 비해 지난해 밭농업기계화율은 63.3%로 매년 조금씩 늘고 있지만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파종·정식, 수확 작업의 기계화율은 각각 12.6%, 32.4%로 낮은 실정이다.
농진청은 농림축산식품부와 공동으로 올해부터 5년 동안 137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현장 맞춤형 밭농업기계 고도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업과 노지 스마트농업 연구사업의 수행으로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노지작물의 스마트 재배모델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의 기계가 주로 생산 단계 노동력을 줄여 주는 방향으로 개발되면서 재배 기술이나 토양의 특성, 저장과 관련한 기술개발은 미흡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농진청은 올해 대표 밭작물인 마늘과 양파 대상으로 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기계화 재배모델' 개발에 착수한다.
지난해 경남 함양군에서 추진한 양파 기계화 사례에 따르면 1㏊ 정식 기준으로 기계화에 따른 인건비 절감 효과가 79%로 확인했다.
개발된 기계의 작업에 적합한 데이터 기반의 품종 육성에서 육묘, 비닐멀칭 기술 등을 고려한 파종작업 모델, 관수·시비, 드론 방제를 결합한 정밀 재배모델과 수확·저장 등 4개 모델을 개발하고 패키지화할 계획이다. 이들 모델은 현장에서 실증 시험을 거쳐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고도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기술은 기후변화, 식량문제, 고령화, 농촌 소멸 등 문제의 해결과 지속 가능한 농업 실현을 위한 핵심 수단이다. 이에 대한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해 기업이 하기 어려운 데이터 표준화, 초기 데이터 구축 등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중요하다. 스마트 기계화 농업기술 개발에서 AI, 농업용 로봇, 인공위성 활용 기술개발 등 농진청의 역할에 주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재호 농촌진흥청장
〈필자〉 조재호 농촌진흥청장은 1967년 서울 출신으로, 충암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요크대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1년 제34회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해 농림부에서 통상정책과장, 국제협력과장, 주 유럽연합(EU) 한국대사관 농무관으로 있었다. 이후 농림수산식품부 농업정책과장과 국제협력국장을 거쳐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장, 농촌정책국장을 지낸 뒤 1급 직책인 차관보를 지내며 '공익형 직불제' 도입을 추진했다. 2020년 12월부터 약 1년 5개월 동안은 국립 한국농수산대학 총장을 지냈다. 농업계의 민감한 정책과 국제적 현안에도 탁월하다는 평가와 함께 지난해 5월 16일 제31대 농촌진흥청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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