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들 결혼식 식권 만들라” 갑질…‘홀트’ 원장 “아들 같아 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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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한겨레> 와 만난 ㄱ씨는 직장 생활이 "지옥 같다"고 표현했다. 한겨레>
2011년부터 사회복지법인 '홀트아동복지회'(회장 이수연)가 경기 고양시에서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고양보호작업장'에서 재활 훈련을 담당한 ㄱ씨는 2019년 박아무개 원장 취임 뒤 본래 업무 이외 비서 역할까지 도맡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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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한겨레>와 만난 ㄱ씨는 직장 생활이 “지옥 같다”고 표현했다. 2011년부터 사회복지법인 ‘홀트아동복지회’(회장 이수연)가 경기 고양시에서 운영하는 발달장애인 직업재활시설 ‘고양보호작업장’에서 재활 훈련을 담당한 ㄱ씨는 2019년 박아무개 원장 취임 뒤 본래 업무 이외 비서 역할까지 도맡아야 했다. 마트를 가는 등 사적 용무 때마다 원장은 ㄱ씨에게 운전을 시켰다. 2020년 시설의 차량관리와 운전 업무를 맡은 ㄴ씨가 입사한 뒤 공식적으로는 비서 업무가 ㄴ씨한테 돌아갔다.
하지만 이후에도 박 원장의 사적 업무 지시는 끊이지 않았다. 2021년 11월 원장은 자기 아들의 결혼식 때 쓰일 식권 제작을 ㄴ씨에게 시켰다. 아들의 신혼집 보수에 쓰일 시멘트 구매도 ㄴ씨 몫이었다. 지난해엔 지인 결혼식 청첩장 제작이나 지인들과의 생일파티 모임 포스터까지 만들라고 시켰다. 원장이 근무 시간에 병원이나 은행을 갈 때도 ㄴ씨는 수행기사 구실을 했다.
“주차 단속을 피해야 한다며 본인이 주사를 맞는 동안 병원 주변을 빙빙 돌라더군요. 마트 갈 때도, 막걸리 사러 갈 때도, 완전히 본인 운전원처럼 일했습니다.” ㄴ씨에겐 설문조사, 기획, 홍보, 제작, 사업 실적 보고, 캠프 계획 등 별도 사무 업무가 돌아왔다. ㄴ씨는 “업무 시간에 사적인 일을 하다 보니, 거의 매 주말 추가 업무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사업장에선 차별이나 비하 발언도 끊이지 않았다. ㄱ씨는 “원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인사 똑바로 안 하냐’, ‘기본도 안 돼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며 “육아휴직 사용에 관해 얘기하자 ‘어떻게 되는지 한번 써봐’라고 했다”고 말했다. 휴가도 자유롭게 갈 수 없었다. 직원 두어명이 함께 휴가를 쓰려 하면 폭언이 날아왔다. 시설관리 업무를 하는 ㄷ씨가 코로나에 걸렸을 때는 공가를 쓴 다른 직원들과 달리 코로나 검사를 하고 대기하는 날 연차휴가를 쓰라고 지시했다. 이들은 우울증, 공황장애, 대인기피증 진단을 받고 병원에 다닌다.
홀트아동복지회 고양보호작업장에서 근무하는 노동자 3명은 최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고양지청에 박 원장이 4년간 저지른 차별 및 비하, 휴가사용 제한, 사적 업무 지시 등 직장 내 괴롭힘 피해를 신고했다. 고양지청은 이 중 사적 업무 지시만 혐의 사실로 인정해 과태료를 처분했다. 차별과 비하 등 관련해선 박 원장의 행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판단의 근거다. ㄱ씨는 “누가 회사에서 매번 녹취하나요. 객관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괴롭힘이 아니라는 그게 제일 괴롭다”며 “차별은 있었으나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지 않았다는 말인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들은 자료를 보충해 노동부에 다시 진정하는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진정도 고려하고 있다.
박미진 민주노총 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사회복지지부 홀트지회장은 “홀트라는 이름으로 이용자들이 믿고 맡기는 복지재단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라도 하겠나”라며 “법인 차원에서 이런 행위들을 막아 홀트 시설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이용자들의 피해를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청 진정 뒤에도 가해자가 사업주라는 이유로 가해자·피해자 분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대목은 이들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 근로기준법 등 현행 법률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때 가·피해자를 분리토록 사업주에 의무를 지우나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엔 분리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탓에 피해자의 고통이 멈추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사적 업무는) 아들처럼 생각해서 시킨 거고, 아버지처럼 편하게 따라서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했다. 갑질이 되는 줄 몰랐고 이후 사과를 했다”고 해명했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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