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얼마나 안 풀렸길래…NBA 새크라멘토, 17년 만에 PO서 웃었다
새크라멘토 킹스는 2000년대 초반 미국프로농구(NBA)의 강팀이었다. 크리스 웨버, 제이슨 윌리엄스, 페야 스토야코비치 등이 활약한 시기에는 '밀레니엄 킹스'라는 애칭이 붙었을 정도로 당시 NBA를 대표하는 인기 구단 중 하나였다.
1998년 혜성같이 데뷔한 포인트가드 '화이트 초콜렛' 윌리엄스는 화려한 패스로 크게 주목받았다. 당시 새크라멘토는 미국 전국 방송으로부터 외면받는 구단이었지만 미국 지상파 중계사가 시즌 도중 생중계를 추가 편성했을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2000년대 초반 NBA 최강 팀은 샤킬 오닐과 코비 브라이언트가 이끄는 LA 레이커스였다. 새크라멘토는 레이커스를 위협하는 가장 강한 적수였다. 2002년 서부컨퍼런스 결승에서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치르기도 했다. 끝내 레이커스를 넘지는 못했지만 새크라멘토는 2006년까지 8년 연속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강호의 대열로 올라섰다.
그리고 2006년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2006년 플레이오프는 당시 '플레이오프 출전 경험이 없는 선수 중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붙었던 샤리프 압둘-라힘의 처음이자 마지막 포스트시즌 무대이기도 했다.
이후 새크라멘토는 추락을 거듭 했다.
무엇보다 팀 재건의 바탕이 돼야 할 신인드래프트에서 선수를 보는 안목이 부족했다.
2006년 퀸시 두비(전체 19순위), 2007년 스펜서 호스(10순위), 2008년 제이슨 톰슨(12순위), 2009년 타이릭 에반스(4순위)와 옴리 카스피(23순위), 2010년 드마커스 커즌스(5순위), 2012년 토마스 로빈슨(5순위), 2013년 벤 맥클레모어(7순위), 2014년 닉 스타우스카스(8순위), 2015년 윌리 컬리-스타인(6순위) 등 약 10년 동안 드래프트 상위 지명권으로 영입한 선수 중 지금 NBA에 남아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
올스타 센터 커즌스는 2010년부터 약 6시즌 반 동안 새크라멘토를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려놓기 위해 고군분투 했다. 하지만 새크라멘토는 '악마의 재능'으로 불리며 리그 최정상급 센터로 활약했던 커즌스가 버티던 시기에도 플레이오프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2년 상위권 지명자 로빈슨은 2021-2022시즌 KBL 서울 삼성 유니폼을 입은 바 있다.
새크라멘토는 2017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켄터키 대학 출신의 포인트가드 디애런 팍스를 영입하면서 새로운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팍스는 대학 최고의 가드 중 한 명으로 NCAA 토너먼트에서 UCLA의 간판 론조 볼을 압도하는 등 특출난 재능과 스피드로 주목받는 유망주였다.
때마침 트레이드로 영입한 슈터 버디 힐드가 단기간에 정상급 슈터로 성장하면서 새크라멘토에 대한 기대치가 다시 높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팍스가 2년차가 된 2018-2019시즌에는 정규리그 중반까지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을 끌어올렸다.
힐드는 시즌 중반 "우리가 만약 플레이오프에 오르지 못한다면 이번 시즌은 실패한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이 말은 결과적으로 '설레발'이 됐다. 새크라멘토는 막판 부진으로 39승43패에 머물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설상가상으로 2018년 전체 2순위로 영입한 듀크 대학 출신의 빅맨 유망주 마빈 배글리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출전시간 문제로 구단과 갈등을 겪었고 오래 지나지 않아 트레이드 대상자가 됐다.
이후 새크라멘토는 계속 플레이오프는 둘째 치고 5할 승률과도 거리가 먼 시즌을 보냈다.
그러다가 새크라멘토 프랜차이즈에 엄청난 반전이 찾아왔다. 2020년 드래프트에서 잭팟을 터뜨린 것이다.
새크라멘토는 그해 전체 12순위로 아이오와 주립대 출신의 가드 타이리스 할리버튼을 영입했다. 할리버튼은 NBA에 데뷔하자마자 주전을 맡았고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할리버튼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한 앞순위 몇몇 구단들이 따가운 눈총을 받았을 정도로 그의 활약은 인상 깊었다.
할리버튼은 2020년 전체 1순위 앤서니 에드워즈(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함께 3년차 시즌에 NBA 올스타에 나란히 선정되며 리그 정상급 가드로 성장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새크라멘토는 할리버튼의 두 번째 시즌에 그를 인디애나 페이서스로 트레이드하는 엄청난 결단을 내렸다. 베테랑 빅맨 도만타스 사보니스를 데려와 골밑을 강화하기 위한 트레이드였는데 당시 이 결정을 두고 갑론을박이 있었다. 할리버튼은 포기하기 너무 아까운 선수였기 때문이다.
트레이드의 결과는 1년이 지나 명확하게 나타났다. 먼저 인디애나는 오랜 기간 팀을 이끌어 나갈 중심을 얻었다.
그럼 새크라멘토는? 2022-2023시즌 정규리그에서 48승34패를 기록하며 서부컨퍼런스 3위를 차지해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진출의 감격을 누렸다.
올 시즌 평균 19.1득점, 12.3리바운드, 7.3어시스트를 기록한 사보니스는 압도적인 골밑 장악력, 동료들을 돕는 뛰어난 스크린 능력, 빅맨 최고 수준의 패스 능력을 자랑하며 새크라멘토의 전력에 정점을 찍어줬다.
프랜차이즈의 부활을 이끈 '역대급' 트레이드였던 것이다.
새크라멘토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새크라멘토 골든1 센터에서 감격적인 플레이오프 복귀전을 치렀다.
'화이트 초콜렛' 윌리엄스, 블라디 디박, 바비 잭슨 등 밀레니엄 킹스 멤버들이 농구장을 방문한 가운데 플레이오프 1라운드(7전4선승제) 첫 홈 경기는 축제 분위기 속에서 펼쳐졌다.
상대는 전 시즌 우승팀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톰슨이 건재하고 앤드류 위긴스가 복귀했지만 새크라멘토의 상승세를 막지는 못했다.
데뷔 6년 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새크라멘토의 리더 팍스는 플레이오프 데뷔전 기준 역대 최다 2위에 해당하는 38득점을 터뜨리며 126-123 승리를 거뒀다.
팍스의 켄터키 대학 동기이자 NBA 입성 시기도 같은 말릭 몽크도 32득점을 퍼부으며 새크라멘토의 감격적인 승리에 기여했다.
새크라멘토가 서부컨퍼런스 3번 시드, 골든스테이트가 6번 시드로 홈코트 어드밴티지는 새크라멘토에게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큰 경기 경험이 부족한 새크라멘토가 디펜딩 챔피언을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2023년 기적을 쏘아올린 새크라멘토는 17년 만의 플레이오프 첫 경기부터 주위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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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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