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대출금리, 1년 반 전 수준으로 하락···‘긴축효과 있나’ 의문도

최희진 기자 2023. 4. 16.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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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의 한 은행에 대출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압박과 시장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은행 가계대출 상품의 금리가 통화 긴축이 시작되기 전인 1년 반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한국은행이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상황에 대출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한은이 의도한 긴축 효과가 제대로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16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 14일 주택담보대출 고정(혼합형) 금리는 연 3.640∼5.801%다. 최저금리가 지난달 3일보다 0.770%포인트 하락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시작된 직후인 2021년 9월 말(3.220%)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고정금리가 급락한 주요 원인은 고정금리의 지표가 되는 금융채 5년물 금리가 지난달 3일 대비 0.619%포인트 떨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을 조기 종료하리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면서 채권 금리가 하향 안정됐다.

금융채 1년물을 지표로 하는 신용대출 금리(연 4.680~6.060%)도 지난달 3일보다 0.740%포인트(최저금리 기준) 내려왔다. 이 기간 금융채 1년물 금리는 0.411%포인트 떨어졌다.

은행들이 내놓은 ‘상생금융’ 방안도 대출 금리를 낮춘 요인이다. 정부가 은행의 ‘돈 잔치’를 비난하자 주요 시중은행은 일제히 가산금리를 내렸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KB국민은행이 0.3%포인트, 신한은행 0.4%포인트, 우리은행이 최대 0.7%포인트를 각각 추가 인하했다.

그러나 정부가 금리 인하를 유도함에 따라, 정부의 개입이 한은의 통화정책과 충돌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중금리가 하락해 2021년 8월 이후 (한은이 진행한) 3.0%포인트의 금리 인상 효과가 온전하게 전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물가 안정이 우선인 한은과 금융 안정을 책임지는 당국 간 정책 목표가 상충하면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내부에서도 시장금리가 급락하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확인된다.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지난 2월23일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기업어음(CP)·회사채 발행과 기업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금융 여건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의도했던 수준에 비해 완화적인 것은 아닌지 다양한 유동성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일단 한은과 금융당국은 정부의 금리 개입이 한은의 긴축 기조와 어긋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4일 워싱턴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수준이 완화적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고, 유동성(M2) 추이나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봐도 금리 수준은 현재 상당히 긴축적”이라며 “다만 현재 수준이 충분한지(충분히 긴축적인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어떻게 꺾이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주로 일요일에 주요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모여 통화나 금융정책에 관해 입장과 시각을 교환하고 있다”며 “서로 아예 다른 입장에서 금융당국의 정책이 취해졌다고 이해하는 건 오해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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