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초짜리 딸 목소리까지 복제"...보이스피싱 범죄에 악용되는 AI

AI 활용해 목소리 흉내 낸 뒤 100만 달러 요구
"사기범에게 질문하거나 국제전화인지 확인해 예방"

미국 애리조나 주에 사는 제니퍼 데스테파노와 그녀의 딸 브리아나 데스테파노. /사진=뉴욕포스트(Newyork Post)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이스피싱에 당할 뻔한 미국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습니다. 보이스피싱범은 AI를 활용해 자녀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 속 목소리를 흉내 냈고, 이러한 수법으로 부모에게 약 13억 원을 요구했습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애리조나 주에 사는 여성 제니퍼 데스테파노는 '딸이 납치됐다'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전화 속에는 "엄마, 내가 모두 다 망쳤어"라고 외치는 딸 브리아나 데스테파노의 목소리가 담겨 있었습니다.

제니퍼는 10대인 딸이 친구들과 함께 스키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갑작스러운 딸의 울부짖음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납치범은 제니퍼에게 "여기 당신의 딸이 있다"며 딸의 몸값으로 100만 달러를 요구했습니다.

제니퍼는 "납치범과 통화를 하고 있는데도, 계속 수화기 너머로 딸이 살려달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며 "납치범과 협상 끝에 5만 달러(약 7,000만 원)로 낮췄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제니퍼는 당시 함께 있던 지인의 의심 덕분에 납치범의 전화가 보이스피싱임을 알아차렸습니다. 제니퍼는 지인의 말을 듣고 911에 전화를 걸어, 여행을 간 딸과 통화를 한 뒤 납치범의 전화가 보이스피싱임을 확인했습니다.

전문가들은 AI를 활용한 진보된 보이스피싱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며 주의를 당부했습니다.

AI·컴퓨터 과학을 연구하는 수바리오 캄밤파티 애리조나주립대학 교수는 "AI로 사람의 목소리를 복제하기 위해 과거에는 충분한 길이의 샘플이 필요했다"며 "이제는 단 3초짜리 샘플로도 목소리를 복제해 변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영상 샘플의 양이 길수록 사람의 감정을 모방하는데 용이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미국의 FBI 관계자는 "사기꾼들이 종종 소셜미디어상에서 타깃을 찾는다"고 경고했습니다.

단 마요 FBI 특별 수사관은 "개인 정보가 공공에 노출되어 있으면, 이런 방식으로 스스로 사기당하는 것을 허용하는 격"이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이러한 전화를 받으면 사기범이 모를만한 정보로 많은 질문을 하라"고 조언했습니다. 또 "친숙하지 않은 지역 코드나 국제 번호를 사용한 것은 아닌지 반드시 확인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오서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yyoo98@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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