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 엄마도 놀랬는데…‘퐁당 마약’ 진단키트 9월 상용화 가닥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주요 마약 범죄 사건들의 공통점은 상대방 모르게 술잔에 마약을 타거나, 집중력·숙취해소 등에 효능이 있다고 속여 마약을 먹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이른바 ‘퐁당 마약’ 범행이다.
이 같은 사건들을 방지하기 위해 경찰이 음료에 마약이 섞였는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휴대용 마약검사 키트를 오는 9월께 상용화할 예정이다. 음료에 키트를 담그거나 액체를 펴바르는 것만으로도 마약이 있는지 알 수 있어 일종의 ‘마약 리트머스 종이’나 다름없다. 경찰은 마약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관들에게 먼저 키트를 보급한 뒤, 현장에서 성능 검증이 완료되는 대로 일반인들에게도 제공할 방침이다.
16일 매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 연구팀과 함께 주요 마약 성분을 즉석에서 검사할 수 있는 휴대용 마약 검사 키트를 개발해 올해부터 실용화 단계에 착수했다.
경찰은 지난 2018년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마약 검사키트 개발에 착수했는데 5년여의 시간을 거쳐 결실을 맺은 것이다.
키트를 사용하면 필로폰과 코카인, 엑스터시(MDMA), 감마하이드록시낙산(GHB·속칭 ‘물뽕’) 등 시중의 주요 마약류 16종을 감지할 수 있다. 최근 강남 학원가에서 퍼진 ‘마약음료’가 키트로 방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다.
경찰 관계자와 연구팀 측은 “정밀한 마약류 검사를 위해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의뢰를 해야 하겠지만, 키트를 사용했다면 현장에서도 마약이 함유돼 있었는지를 감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개발 중인 키트는 음료 속에 담가 사용하는 ‘스트립형’과, 음료를 찍어서 종이에 펴바르는 ‘스티커형’ 두 가지로 개발된다. 스트립형이 기본 형태고, 시민들이 실제 상황에서 사용하기 쉽도록 스티커형도 고안했다. 클럽이나 술집, 또는 폐쇄된 공간에서 스트립형 키트를 사용하면 주변 사람을 의심하고 있다는 인상을 줘 사용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스티커형을 사용할 경우 휴대전화나 클럽 입장용 팔찌 등에 붙여 주위의 시선을 끌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스트립형과 스티커형 모두 액체 속의 마약성분에 반응해 키트의 색깔이 변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마약 양성 반응이 나올 경우 스티커형에는 노란색 동그라미의 절반이 녹색으로 변하고, 스트립형은 키트 가운데가 검게 변하는 식이다.
키트가 상용화되면 경찰의 초동 대처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일반인들의 피해를 막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경찰은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지구대·파출소 출동 인력이 현장에 출동하더라도, 마약수사대 등 전문인력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마약 여부를 확인할 길이 없다.
경찰은 오는 9월께부터 마약 사건을 담당하는 현장 경찰관들용 키트를 먼저 보급하고, 성능이 최종 검증되면 대중에게도 확대 공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용 키트는 16종 마약류 중 어떤 마약이 함유돼 있는지까지 특정할 수 있고, 일반인용은 마약류가 들어있는지 여부까지만 확인되도록 나눠서 개발 중”이라며 “대중에게 공개하려면 사용의 편의성까지도 완벽하게 검증을 끝내야 하기 때문에 경찰 내부적으로 먼저 사용해본 뒤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반인용 키트는 필요한 사람이 보건소 등에서 무료로 수령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무료 배포 내지는 1회 검사당 500~1000원 내외로 저렴하게 구할 수 있도록 책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키트의 마약 검사결과가 색깔로 나온다는 점은 실용성 측면에서 보강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퐁당마약’ 범죄가 주로 일어나는 클럽이나 어두운 술집 등에서는 키트의 색깔 변화가 잘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 이 모씨(27)는 “키트 결과를 보겠다고 휴대폰 불빛을 대거나, 화장실에 다녀와야 한다면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으니 한 눈에 확인 가능하게 개발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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