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前 수준 유턴한 대출금리
일반 주담대 한달새 4.6조 급증
이창용 "금리 완화적 동의 못해"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한 약 1년 반 전 수준까지 하락했다. 시장의 긴축 조기 종료 기대로 채권 금리가 하락하고 '이자 장사' 비판에 은행 금리 경쟁이 이어진 영향이다. 은행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이미 3%대로 내려왔고, 변동형 금리도 3%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위한 규제 완화도 더해지면서 은행 주담대 잔액도 늘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14일 기준 주담대 변동형 금리는 현재 연 4.180∼6.631%로 하단이 0.740%p 내려왔다. 준거금리인 신규취급액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매달 하락세를 보이면서 머지 않아 3%대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실상 2021년 8월로 돌아간 시장 금리=주담대 고정형 금리는 이미 3%대다. 같은 날 4대 시중은행 고정형 금리(은행채 5년물 기준)은 연 3.640∼5.801%로 집계됐다. 한 달 반 전인 3월 3일과 비교해 하단 금리가 0.770%포인트(p) 급락했다.
지표금리인 은행채 5년물의 금리가 같은 기간 0.619%포인트(4.478%→3.859%) 떨어진 데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국내외 긴축 종료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시장 금리 하락 속도가 빨라졌다. A은행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형 금리 추이를 보면, 14일 현재 기준(3.640%)은 2021년 9월 말(3.220%) 이후 1년 6개월여만에 가장 낮다. 2021년 8월부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시작된 만큼 대출금리가 사실상 통화 긴축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신용대출 금리(은행채 1년물 기준·연 4.680∼6.060%)도 한 달 보름 사이 하단이 0.740%p 낮아졌다. 은행채 1년물 금리 하락(-0.411%p)과 관계가 있다. 다만 최근 은행 금리는 지표금리 하락보다 더 가파르게 내려갔다. 예를 들어 4대 은행 주담대 고정형 금리 하단의 하락 폭(0.770%p)은 지표금리(은행채 5년물·0.619%p)보다 0.151%p 크다. 더구나 신용대출 하단의 낙폭(0.740%p)은 지표금리(은행채 1년물·0.411%p)의 거의 두 배에 이른다. 주담대 변동형 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도 한 달 반 동안 0.740%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지표금리 코픽스(COFIX)는 절반 수준인 0.290%포인트 (3.820%→3.530%) 낮아지는 데 그쳤다. 이처럼 실제 은행의 대출금리가 지표금리보다 훨씬 더 많이 하락한 것은, 연초부터 정부와 여론으로부터 '돈 잔치' 비난 뭇매를 맞은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상생 금융'을 강조하며 0.3%p 안팎 수준으로 가산금리를 스스로 낮췄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리인상기 위축됐던 주담대 잔액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주담대(전세자금대출 포함·잔액 800조8000억원)는 2월 말보다 2조3000억원 불었다. 앞서 2월 은행 주담대는 2014년 1월(-3000억원) 이후 9년 1개월 만에 처음으로 뒷걸음쳤지만, 한 달 새 다시 늘었다. 특히 주담대 중 전세자금 대출이이 월세 전환에 따른 전세자금 수요 감소와 전셋값 하락 등의 영향으로 2월에 이어 3월에도 2조원 이상(2조3000억원)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나머지 일반 주담대는 한 달 사이 약 4조6000억원이나 급증했다.
◇한은·시장 긴축 효과 엇박자= 한은의 긴축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면서 당국과 정책 '엇박자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우선 이런 비판을 일축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 14일 워싱턴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수준이 완화적이라는데 동의할 수 없고, 유동성(M2) 추이나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을 봐도 금리 수준은 현재 상당히 긴축적"이라며 "다만 현재 수준이 충분한지(충분히 긴축적인지)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이 어떻게 꺾이는지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예대금리차의 경우 작년 11월, 12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더 많이 벌어졌는데, 은행 산업의 과점적 요소도 있어 정부가 마진을 좀 줄이도록 지도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그것이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선 이런 우려가 이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2월 23일 열린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한 위원은 "최근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기업어음(CP)·회사채 발행과 기업 대출이 늘어나고 있는데, 금융 여건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의도했던 수준에 비해 완화적인 것은 아닌지 다양한 유동성 지표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위원도 "금융시장이 한은의 정책 의도보다 완화적 기대를 형성해 실제로 이것이 현재 금융시장 상황에 반영돼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혜현기자 mo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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