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처마처럼 치솟은 佛대사관…김중업 설계 원형대로 복원됐다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이날 오후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장관과 김건희 여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신축 대사관에서 개관식을 열었다. 콜로나 장관은 “원형으로 복원된 이 건물은 이제 서울의 아이콘 중 하나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1962년 완공된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한국 현대 건축사상 가장 중요한 건축물 중 하나로, 프랑스의 건축대가 르코르뷔지에의 유일한 한국인 제자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1세대 건축가인 김중업의 작품이다. 1959년 로제 샹바르 주한 프랑스 대사에게 제안받아 제출한 그의 설계안은 7명의 프랑스 건축가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최종안으로 채택됐다. 전통건축과 현대건축의 조화를 이룬 ‘올림픽 세계평화의 문’과 종로 삼일빌딩 등이 모두 김중업의 손을 거쳤다.
완공된 건물은 한국의 정취와 프랑스의 우아함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후 여러 차례 증·개축이 이뤄지며 본래 형태를 잃어갔다.
이에 2015년 프랑스 외교부는 한·프랑스 관계의 위상 강화 등을 목표로 대사관 건물의 현대화 필요성을 발표했고 이후 설계 원형을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장이브 르드리앙 당시 프랑스 외교장관이 방한했을 때 착수식을 열었고 콜로나 장관이 방한한 지금 약 5년 간의 공사 끝에 새롭게 문을 열게 됐다.
이날 공개된 옛 집무동은 하늘로 치솟은 날렵한 지붕 곡선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한 차례 변형으로 훼손됐던 모습이 설계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되찾았다. 실내 공간으로 변형됐던 1층 역시 바람이 오가는 개방형 공간으로 되돌아왔다. 대사관은 이 건물을 '김중업관‘(Le Pavillion Kim Chung-up)이라고 이름 붙여 다목적 전시실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사관은 또 기존 건물인 집무동과 대사관저에 더해 고층 타워동인 '몽클라르관’과 갤러리동 '장-루이관‘ 2개 동을 새로 열었다. 건물은 6·25전쟁 당시 프랑스 대대를 지휘한 대대장 랄프 몽클라르 장군과 한국군 부사병을 구하다 희생된 군의관 쥘 장-루이 소령 등 프랑스 참전 용사들에게 헌정됐다. 콜로나 장관은 “(이들의) 이름이 신축된 건물에 명명되면서 그들 모두의 기억이 이곳에 살아 숨 쉬게 됐다”고 했다.
주한 프랑스대사관 측은 이전에 서울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소속 부서를 신축한 충정로 대사관에 한데 모아 앞으로 업무를 볼 예정라고 밝혔다. 콜로나 장관은 “주한 프랑스대사관은 서울시민을 향해 활짝 열린 대중의 접근이 가능한 곳이 될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외교가 요구받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개관식에 참여한 김 여사는 “한국의 얼과 프랑스 고유의 매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건축물”이라며 “양국이 오랜 우정을 바탕으로 미래 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고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김 여사는 또 2016년 르 코르뷔지에 특별전을 열었을 당시 프랑스대사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개인적으로 르 코르뷔지에를 사사한 유일한 한국 건축가 김중업 선생이 대사관을 설계했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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