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표현 사라진 교육부…장관, 6년만 기억식 불참
기사내용 요약
오늘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 교육차관 참석
추모·안전주간 공문서도 '세월호 추모' 없어져
이주호 "마음 깊이 추도…공문 다른 의도 없다"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윤석열 정부의 첫 4.16 세월호 참사 기억식에 교육부 장관이 불참했다. 2017년 이후 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교육부는 별다른 의도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매년 참사 추모 분위기를 조성했던 안전주간 공문에서 세월호 표현이 사라진 점과 맞물려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6일 오전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 안전의 날 행사에 참석했지만, 이날 오후 3시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에는 불참했다.
기억식에는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대신 참석했다.
교육부는 "국민 안전의 날 행사(실천대회)는 국무총리가 주재하는 범국민적 안전 실천 문화의 확산을 위해 개최하는 행사"라며 "코로나19 감염병 상황으로 인해 4년 만에 열리는 중요성을 감안해 이 부총리가 직접 실천대회에 참석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세월호 기억식 또한 추모의 의미, 중요성으로 이 부총리가 참석하고자 했다"며 "교통 여건 등이 불확실해 차관과 역할을 나누기로 한 것"이라고 밝혔다.
세월호는 2014년 4월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했다. 제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 250명, 교사 11명 등 304명이 숨졌다.
희생자 상당수가 학생과 교사였던 만큼 교육 현장에도 상처가 컸다. 박근혜 정부 당시 황우여, 이준식 부총리도 각각 1주기 분향소, 2주기 기억식을 챙겼다.
2017년 대선을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고 열렸던 3주기 기억식은 이준식 당시 부총리 대신 이영 교육부 차관이 참석했다. 다만, 이준식 부총리는 2017년 4월11일 교육부 전 직원 추모식을 열고 추도사도 발표했다.
이후 문재인 정부의 김상곤, 유은혜 부총리는 정부 합동 영결·추모식과 기억식에 매년 참석해 왔다.
교육부는 올해 9주기 기억식을 앞두고 장관 명의의 추도사도 따로 내지 않았다.
이날 오전 세종 일정과 이동시간을 이유로 장관이 기억식에 가지 못한다는 해명도 어딘가 어색하다.
2019년 유은혜 당시 부총리는 오전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국민 안전의 날 행사에 참석한 뒤 당일 오후 경기 안산시에서 열린 5주기 기억식에 참석했다.
국민 안전의 날 역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생겼다.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 한 달 뒤인 2014년 5월19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제안한 결과였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교육 현장도 크게 바꿔 놓았다.
2015년 7월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 개정, 시행돼 교육부 장관은 3년마다 학교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기본계획을 수립할 의무가 있다.
이를 바탕으로 시도교육청과 단위 학교에서 수학여행 등 현장체험학습을 비롯한 교육 활동에서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연간 계획을 각각 세운다.
참사 4주기인 2018년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이 처음 열린 이후 교육부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학생, 교사 등에 대한 추모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추모기간을 지정하고, 행사와 학교 계기교육을 추진했다.
이후 매년 교육부는 4월16일을 앞두고 일선 시도교육청에 '추모·안전 주간'을 알리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공문에도 학교별로 안전주간 계획을 수립하고, 재난·안전 관련 문예활동을 기획하는 등 추모 행사를 진행하도록 안내했다.
하지만 올해 교육부 안전주간 공문은 제목에서부터 '4.16 세월호 참사'가 빠졌다. '4.16 추모 주간 지정·운영', '4.16 세월호 참사 계기' 등 표현도 사라졌다. 세월호 표현은 "참사일을 전후해 추모 분위기를 저해하는 부적절한 언행이 일어나지 않게 하라"는 당부뿐이었다.
공문에서 세월호 표현이 빠진 것만으로도 일선 학교에서는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서울 구로구 한 고등학교 사회 교사 A씨는 "교육부가 적극적으로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지 않으면 개별 교사가 먼저 나서서 계기교육을 하기가 부담스럽고 용기가 필요한 일이 된다"며 "학교가 나서지 않는데 '왜 저 교사만 저런 교육을 하지' 하는 민원이 들어올 수 있으니 알아서 신경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씨는 "학생들은 벌써 9년 전 일이 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잘 모른다"며 "학교에서 계기수업과 추모 행사를 갖지 않으면 잊혀진 일이 된다. 이번에 끊어지면 이후 다시 살아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해 안전주간이 총 6일이었는데 올해(4월10~28일)는 19일로 늘어난 점을 들어 학생 안전에 대한 정책 의지는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이주호 부총리는 지난 14일 오후 국회 교육위원회 학교폭력 청문회가 끝날 즈음 안전주간 공문에 세월호 표현이 없는 것을 문제 삼는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 질문에 "다른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 부총리는 "교육부가 단원고 학생과 교원을 포함 많은 이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아픈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마음 깊이 추도하는 점은 변함이 없다. 모든 재난을 염두하고 안전교육과 안전실천 문화 확산을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원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 사무처 총괄팀장은 "세월호 참사는 더 이상 여야의 문제가 아니어야 한다"며 "더 이상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나라를 바라야 하는데, (교육부의 행보는) 여전히 세월호를 정쟁의 도구로 쓰려 한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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