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억 슈퍼리치, 금융자산 10억 부자의 올해 목표 수익률은?[김도형의 돈의 뒷면]

김도형 기자 2023. 4. 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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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오카네, 머니. 세상 그 누가 돈에서 자유로울까요. 동전도 지폐도. 돈은 뒤집어서 봐도 돈일 뿐입니다. 그래도 돈 뒤에 숨겨진 이야기는 있습니다. 은행, 보험사, 카드사. 그리고 이들을 감독하는 금융당국을 출입하는 기자가 돈의 행간을 한번 풀어보겠습니다.
돈의 뒷면, 오늘은 최근 하나은행에서 내놓은 부자들에 대한 분석, ‘대한민국 웰스 리포트’를 다시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2007년부터 매년 발간되는 이 자료는 한국 부자들의 자산관리 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올해는 가구 기준

  • 금융자산 100억 원 이상 또는 총자산 30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슈퍼리치’
  •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부자’
  • 금융자산 1억 원~10억 원 미만을 보유한 ‘대중 부유층’
  • 금융자산 1억 원 미만의 ‘일반대중’

으로 분류하고, 2000여명에 대한 온라인 설문조사 등으로 분석을 진행했는데요.

한국의 부자들에 대해 눈여겨볼 만한 대목들을 다시 한번 살펴보려고 합니다.

기사 제목에 대한 답을 따로 말씀드리면, 슈퍼리치와 일반부자 모두 올해 금융자산 수익률 목표로는 5~10% 미만을 가장 많이 꼽았습니다.

다만 20% 이상의 고수익 목표에 대해서는 슈퍼리치가 훨씬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습니다.

● 슈퍼리치들, ‘가정 교육’ 때문에 어려서부터 돈에 관심

이번 보고서는 슈퍼리치를 집중 조명한 것이 특징인데요.

금융자산 100억 원 이상 또는 총자산 300억 원 이상이라는 기준으로 분류된 슈퍼리치는 평균 323억 원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업 경영자와 전문직 종사자가 절반 가량인 이들 슈퍼리치는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역시 절반씩 보유하고 있었는데요.

이들이 일반부자와 다른 점은 ‘돈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시점’에서 확연히 드러납니다.

44%가 부모의 교육이나 가정의 분위기로 인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응답한 것인데요.

일반부자는 23%, 대중 부유층은 16%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큽니다.

일반부자나 대중 부유층의 경우 ‘자녀 출산, 부모 부양 등 가족에 대한 책임 의식을 갖게 되면서 관심을 가졌다’는 답이 각기 43%와 55%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결국 슈퍼리치들은 적어도 10세 전후부터, 일반부자는 20~30대 이후에 돈에 관심을 갖게 된 경우가 많다고 볼 수 있는 셈인데요.

훨씬 이른 시기부터 돈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것이 큰 부자가 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겠습니다.

이 점은 가정 교육으로 돈에 관심을 갖게 된 일반부자(23%)와 대중부유층(16%)의 비율을 비교해 봐도 마찬가지로 관찰이 됩니다.

물론, 이 응답에 숨어 있는 다른 이유도 생각해 볼 수 있겠습니다.

이번 분석에서는 이들 슈퍼리치나 일반부자가 부를 쌓는데 증여나 상속이 얼마나 큰 역할을 했는지는 제시돼 있지 않은데요.

그럼에도 큰 부자들이라면 원래부터 부자였던 가정에서 태어나서 상당한 부를 증여나 상속을 통해 확보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을 듯합니다.

결국 부유한 가정일수록 자녀가 어릴 때부터 적극적으로 ‘부’에 대한 교육을 한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부유하다고 해서 자녀를 돈으로부터 자유롭게 키우는 것이 아니라 그럴수록 돈의 가치를 체득하도록 교육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 돈 많을수록 ‘돈이 돈을 번다’는 진실에 충실

부를 일구는 방법에 대한 응답도 짚어보고 갈만합니다.

금융자산이 커질수록 근로소득보다는 투자를 통해서 부를 이루겠다는 방법론을 가지고 있다는 결론인데요.

일반 대중(금융자산 1억 원 미만)은 더 큰 부를 이루도록 하는 방법으로 근로소득과 투자를 절반씩 선택했지만 금융자산 10억 원~30억 원 미만의 경우 73%가 투자를 선택했고 이 비율이 슈퍼리치의 경우 96%에 이르렀습니다.

돈이 돈을 번다는 것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리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 돈의 규모가 클수록 벌 수 있는 돈이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보다 커질 수 있다는 것 또한 당연한 사실이겠습니다.

그럼에도, 부자가 될수록 ‘투자소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는 것을 이렇게 선명하게 보여주는 그래프는 한번 눈도장을 찍어놓고 갈 만합니다.

● 부자들의 금융투자 수익률 목표는 ‘5~10%’

이처럼 돈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다양한 재테크 수단이 필요한데요.

부자들이 금융자산에서 세우는 올해 목표 수익률은 대체로 5~10%로 응답률이 64%에 이릅니다.

주식 시장이 활황을 보일 때는 그다지 높아 보이지 않는 수익률입니다만….

사실 금융자산으로 5~10%의 수익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면 상당히 우수한 재테크를 하고 있다는 점을 부자들 역시 인정하는 셈인데요.

예컨대, 8%의 수익률은 연 복리로 실현되면 9년 만에 원금을 2배로 불리는 투자가 가능한 수익률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김봉제 하나은행 잠실역금융센터 PB팀장은 “대부분의 부자들에게 불어보면 5~10%의 목표 수익률을 얘기한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서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의 비중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이 수익률을 확보하는, 잃지 않는 투자를 중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슈퍼리치의 경우 연 20% 이상의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데요.

일반부자는 4%만이 그 정도 고수익을 목표로 하는 반면 슈퍼리치는 그 4배가 넘는 17%가 연 20% 이상의 금융자산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고 응답했습니다.

보고서는 “기회에 대한 확신이 있거나 잃어도 된다는 여유와 자신감”이 반영된 적극적인 투자 의지로 풀이했습니다.

● “자산의 종착역은 부동산”

이번 보고서는 한 챕터의 제목을 < 부자, 자산의 종착역-富(부)동산 > 이라고 뽑았습니다.

한국 사회에서는 부동산을 통해서 부자가 된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부자들의 전체 자산 절반 이상이 부동산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부자들이 꼽는 부동산 투자의 장점은 앞서의 수익률 목표와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자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보존하는 기능’(36%)을 가장 중요하게 꼽은 것인데요.

현금성 자산은 인플레이션 등으로 인해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 하락, 희석이 불가피하지만 부동산으로는 부의 유지와 보존이 가능하다는 생각이겠습니다.

이와 더불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른 투자 자산에 비해 투자수익률이 우수’(32%), 임대 수익 창출(19%) 순의 장점을 꼽았습니다.

주식 투자의 대중화와 가상자산의 급부상 등에도 불구하고 부자들의 많은 관심이 여전히 부동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은 다른 조사들에서도 확인이 됩니다.

지난해 말 KB금융그룹에서 펴낸 ‘2022 한국 부자 보고서’는 금융자산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개인을 부자로 분류했는데요.

2021년 42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0.82%로 집계했습니다. 그리고 이들 부자의 총자산 56.5%가 부동산 자산이었고 가장 큰 관심 분야는 역시 ‘국내 부동산 투자’(34.0%)로 나타났습니다.

● “부자는 보수적, 슈퍼리치는 적극적”

매년 업데이트되는 부자 관련 보고서의 내용은 이제 그리 특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당장 수십, 수백 퍼센트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투자 정보가 흘러넘치는 시대에 꽤나 보수적인, 부자들의 투자에 대한 분석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이런 보고서를 통해 부자들이 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한번 느껴보는 것은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명확한 결론을 내지 않는 보고서이지만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더 큰 부자일수록 보다 적극적인 투자 태도를 보인다는 점을 느낄 수 있는데요.

예컨대, 주식투자의 경우 해외주식 비중이 슈퍼리치 16%, 일반부자 10%, 대중 부유층 7% 순이었습니다.

또 외화 현금, 외화 예금, 해외 주식 등의 외화 자산을 보유한 비율도 대중 부유층 38%, 일반부자 64%, 슈퍼리치 73% 순으로 높았습니다.

돈이 많을수록 더 다양한 재테크 수단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한 단면입니다.

그런 반면에, 올해 20% 이상의 금융자산 수익률을 목표로 하는 경우가 일반부자의 경우 4%에 불과해서 일반대중(11%)보다도 훨씬 낮다는 점은 투자에서 위험 감수라는 측면에서 어떤 자세가 적절한 것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물론, 자산이 크지 않은 일반 대중 가운데 일부는 부자보다 더 공격적인 투자 목표를 세우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지요.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이번 보고서 추천사에는 “모든 사람이 부자가 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부자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어떠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채워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부자들의 생각과 행동이 궁금하시다면 이 주소(http://www.hanaif.re.kr/boardDetail.do?hmpeSeqNo=35625&menuId=MN2500&tabMenuId=N&srchNm=ALL&srchKey=)에서 실제 보고서의 내용을 한번 살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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