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상폐 논란과 거미줄 지분에 걸린 리스크 [인포로 본 세상]
때아닌 상폐 논란에 휩싸인 빗썸
대주주 비덴트 상폐 사유 발생
가상화폐 빗썸으로 불똥 튈까
빗썸 “대주주는 대주주일 뿐”
가상화폐시장 신뢰 또 잃을 수도
한때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1위를 차지했던 빗썸이 때아닌 상장폐지 논란에 휘말렸다. 빗썸 지분 34.22%(2022년 말 기준)를 보유하고 있는 코스닥시장 상장사 비덴트에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서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36개(코스피 상장사 8개, 코스닥 상장사 28개·신규 상장폐지 사유 발생 코스피 상장사 5개, 코스닥 상장사 15개) 기업이 상장폐지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발표했다(표➊).
이중 투자자의 이목을 끈 곳은 코스피 상장사 인바이오젠과 코스닥 상장사 비덴트, 버킷스튜디오다. 인바이오젠은 제약·바이오, 비덴트는 방송장비, 버킷스튜디오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기업이다.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기업이 논란의 도마에 함께 오른 이유는 가상화폐거래소 빗썸과 엮여있어서다.
빗썸의 대주주는 빗썸홀딩스(지분율 73.56%)다. 빗썸홀딩스는 34.22%의 지분을 가진 비덴트가 최대주주다. 이런 비덴트의 대주주는 인바이오젠(18.58%)이고, 인바이오젠의 대주주는 버킷스튜디오(71.53%)다(표➋).
문제는 지난 3월 3일 버킷스튜디오에서 발생했다. 버킷스튜디오와 인바이오젠 대표이사인 강지연 대표의 친오빠 강종현씨가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게 불씨로 작용했다.
강씨는 비덴트와 버킷스튜디오, 인바이오젠 지분을 부당한 방법으로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가상화폐거래소 FTX 인수설을 퍼뜨린 뒤 주식을 매각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배임·횡령 소식에 버킷스튜디오의 주식은 곧바로 거래정지됐다. 이 여파 탓인지 인바이오젠과 비덴트가 감사의견 거절을 받으며 상폐 위기에 놓였다.
더 큰 문제는 이 논란이 가상자산시장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주주 논란이 투자자의 신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빗썸이 국내 가상화폐거래소 시장점유율 2위 기업이라는 걸 감안하면 더 그렇다(표➌).
빗썸은 대주주 논란에 선을 그었다. 빗썸 관계자는 "대대주 상폐 논란이 빗썸에 미칠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대주주 상장폐지와 가상화폐거래소 운영 사이엔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빗썸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는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빗썸코리아 이사회 의장"이라며 "비덴트는 빗썸홀딩스의 지분이 가장 많은 단일 최대주주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의 의견은 다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식시장에서 대주주가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며 "이는 가상자산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상화폐거래소 운영과는 상관이 없을 수 있지만 투자자에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주주 이슈가 투자자의 불안감을 키울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다행히 빗썸의 대주주 논란이 가상자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버킷스튜디오·인바이오젠·비덴트의 상폐 논란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서다(표➍).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홍기훈 홍익대(경영학) 교수는 "가상자산시장의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말을 이었다.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면서 투자자의 신뢰에 금이 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면 거래소가 아닌 가상자산을 향한 투자자의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금은 투자자가 어느 정도 수용하고 있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불안감은 급속도로 커질 것이다. 이미 루나사태, FTX 파산사태를 통해 가상자산과 거래소가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다는 걸 경험했다." 빗썸 사태를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의 논란이 계속되면 투자시장의 근간인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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