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기초 체력’ 글로벌 검증 통과한 네이버, 돈다발 싸든 빅테크와 경쟁 가속화

구교형 기자 2023. 4. 16.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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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최상위 학회서 지난해 107편 논문 채택
올해도 ‘베스트 페이퍼’ 선정 등 32편 성과 인정
투자 규모·인재 확충 등 글로벌 빅테크들과 경쟁
구글·인텔보다 AI 연구력 순위 높지만 재정 미달
미국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 학회(CHI)’가 ‘베스트 페어퍼’로 선정한 네이버의 ‘클로바 케어콜’ 연구 논문에 담긴 도표.

미국 ‘인간과 컴퓨터 상호작용 학회(CHI)’는 이달 4일 네이버의 ‘클로바 케어콜’ 연구 논문을 ‘베스트 페이퍼’로 선정했다. 클로바 케어콜은 인공지능(AI) 음성 챗봇이 돌봄이 필요한 독거노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는 서비스다. 올해 CHI에 제출된 3182편의 논문 중 35편이 베스트 페이퍼로 뽑혔는데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네이버 논문이 이름을 올렸다.

CHI는 클로바 케어콜이 실생활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 AI 서비스라는 점을 들어 연구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논문에는 “기계이지만 대화할 상대가 생겨 너무 기쁘다”거나 “지난해 실직 후 대화할 사람이 없어 공허함을 느끼던 차에 클로바 케어콜이 건강 상태를 물어봐줘서 고마웠다”는 노인들의 인터뷰가 담겼다. 클로바 케어콜은 현재 국내 50여곳의 지방자치단체와 의료·복지기관 등에서 1만여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네이버가 발표한 AI 논문들이 글로벌 최상위 학회에서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에만 네이버 발표한 논문 중 32편이 각종 AI 학회에서 주요 연구 성과로 채택됐다. 지난 1월에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서비스의 성능을 측정할 수 있도록 평가 지표를 제안하는 논문을 내놨다. 이 논문은 머신러닝 분야에서 전 세계 1위 학회인 ‘표현 학습 국제학회(ICLR)에서 상위 25% 안에 드는 연구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도 네이버는 107편에 달하는 논문의 연구 실적을 인정받았다. 대표적으로 네이버가 자체 개발한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를 효율적으로 각종 서비스에 적용하기 위해 만든 경량화 알고리즘 연구 논문이 ‘자연어 처리 국제학회(EMNLP)’를 통해 발표됐다. 컴퓨터 비전과 음성 AI 영역에서도 각각 28편과 15편의 정규 논문이 출품돼 성과를 거뒀다. AI 기반 기술과 관련해 ICLR에서 국내 기업 최초로 두 자릿수인 13편의 논문이 채택되는 일도 있었다.

해외에서는 네이버의 AI 기초 체력이 구글이나 인텔을 능가한다는 평가도 있다. AI 연구 분석 플랫폼 ‘제타 알파(Zeta Alpha)’에 따르면 지난해 연구·개발(R&D) 피인용 상위 100대 연구 기업 순위에서 네이버는 6위를 차지해 구글(10위)과 인텔(7위)을 앞섰다. 네이버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한 기업은 챗GPT 개발사인 오픈AI(1위)와 알파고를 개발한 딥마인드,(4위),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5위) 정도이다.

이처럼 뛰어난 네이버의 AI 원천 기술은 조직간 융합과 집중에서 나온다. 내부에 중장기적으로 선행 연구를 담당하는 조직이 있지만 개발이나 서비스를 담당하는 부서와 뚜렷히 경계가 나뉘어 있지 않고 프로젝트가 생기면 언제든 머리를 맞댄다. 최근에는 AI 역량을 한곳에 모으기 위해 조직 개편도 단행했다. 그간 AI 서비스를 담담해온 클로바와 파파고 조직을 계열사인 네이버클라우드 안에 통합했다.

그러나 네이버가 막대한 재정을 등에 업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의 경쟁 속에서 지금과 같은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AI 연구소가 발표한 ‘글로벌 AI 인덱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AI 민간 투자액은 31억달러로 미국(473억달러)이나 중국(134억달러)에 훨씬 못 미친다.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조직을 이끄는 하정우 센터장은 “투자 규모나 인재 확보 측면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다”며 “R&D와 산학 협력에서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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