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크랩 사와” 죽음 부른 괴롭힘 사실로...사측도 한통속이었다
진상조사했던 노무사도 가해자의 지인
전북 장수군 농협의 30대 직원이 결혼 3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고용노동부는 고인의 주장대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회사의 자체조사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결과가 나왔는데, 조사한 공인노무사는 가해자의 지인으로 드러났다.
고용부는 16일 전주고용노동지청이 지난 1월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장수농협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총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6건을 형사입건하고 과태료 총 6770만원을 부과했다. 괴롭힘 가해자 4명에 대해서는 사측에 징계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고, 공인노무사법상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노무사에 대한 징계도 요구했다.
앞서 장수농협 직원이었던 A(33)씨는 결혼한 지 불과 석 달밖에 되지 않은 지난 1월 12일 농협 앞 주차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A씨는 유서에서 지난해 부임한 센터장 등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고 적었다. 그는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사무실에서는 휴직이나 하라고 해서 (힘들다)” “이번 선택으로 가족이 힘들겠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힘들 날이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 등의 내용을 유서에 남겼다.
A씨는 유서에 상사로부터 “부자라서 재수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부자니까 킹크랩을 사오라”며 사비로 킹크랩을 사 올 것을 강요받았다고 적었다. A씨의 유족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A씨가 실제로 택시를 타고 노량진수산시장으로 이동해 킹크랩을 사 왔다고 했다.
감독 결과 지난해부터 다수의 상급자가 A씨에게 면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27만5000원짜리 킹크랩을 사 오라고 요구해 받아내는 등의 일도 실제로 벌어졌다.
A씨가 괴롭힘 사실을 사측에 신고한 이후에는 부당한 업무명령을 하거나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불리한 처우가 있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신고 이후 A씨는 다른 부서로 발령됐는데, 내부 전산망이 접속되지도 않는 컴퓨터가 배정됐다.
장수농협은 A씨의 신고를 받은 후 문제해결을 위해 공인노무사를 선임했다. 그러나 고용부 압수수색 결과 이 노무사는 가해자와 지인 관계였다. 고용부는 “고인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은 사측은 가해자와 지인 관계인 공인노무사를 선임하고,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등 편향적인 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해당 노무사는 “가해자와 아는 사이이긴 하지만 A씨에게 유리한 증거자료와 참고인을 달라고 요청했음에도 제출하지 않아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었다.
또 다른 노동관계법 위반사항도 확인됐다. 장수농협은 조기 출근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공짜 노동’을 시켰다. 주지 않은 수당이 4억원이 넘는다. 주 52시간제를 어긴 건 총 293회였다. 일부 비정규직 직원에게는 임금명세서를 주지 않았고, 임금대장도 작성하지 않았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청년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사측이 편향적으로 조사해 사실을 은폐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은 “정부는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행위에는 철저한 근로감독으로 단호하게 대응해 청년 등 취약계층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호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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