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쉴 권리’ 보편적 상병수당, 저소득층 수당으로 축소될까

이현정 2023. 4. 1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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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병수당이 모든 취업자에게 적용되는 '보편 제도'에서 저소득층이 대상인 '선별 제도'로 축소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상병수당 대상을 '소득하위 50% 저소득 취업자'로 축소한 2단계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인데, 이 모델이 실제로 제도화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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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시범사업 상병수당 누가 받았나 보건복지부 제공

상병수당이 모든 취업자에게 적용되는 ‘보편 제도’에서 저소득층이 대상인 ‘선별 제도’로 축소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는 오는 7월부터 상병수당 대상을 ‘소득하위 50% 저소득 취업자’로 축소한 2단계 시범사업을 시행할 예정인데, 이 모델이 실제로 제도화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상병수당은 아파도 쉴 수 있도록 소득 일부를 보전해주는 제도로, 1단계 시범사업 때는 소득 제한이 없었다.

김명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책통계지원센터장은 16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투고한 ‘코로나19 범유행 이후 상병수당 도입 경과와 함의’ 보고서에서 “상병수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 중 ‘국민 맞춤형 기초보장 강화’ 항목에 포함돼 있다”며 “맞춤형이란 단어에서 드러나듯 이 과제의 목표는 저소득층이나 빈곤층 생계 안정이다. 상병수당 시범사업 대상이 2단계부터 저소득층 취업자로 조정된 것도 이런 기조의 연장선으로 짐작한다”고 분석했다.

시범사업은 제도를 여러 갈래로 설계해 시행하면서 최적의 모델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시범사업 내용이 본사업에 그대로 적용되진 않는다. 하지만 2단계 시범사업은 국정과제에 나타난 정책 기조와 맞닿아있어 여러 유형 중 하나로 가볍게 볼 수만은 없으며, 저소득층 선별 지원 형태가 본 사업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김 센터장은 주장했다.

상병수당 지급액, ILO 권고기준에 못 미쳐

특히 2단계 시범사업은 적용 대상을 저소득 취업자로 한정함으로써 보편성이라는 중대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급액도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기준에 못 미친다. ILO는 ‘요양급여와 상병수당 권고’(R134)에서 상병으로 일하기 어려운 전체 기간에 이전 소득의 66.7% 이상을 지급하고, 임금근로자뿐만 아니라 경제활동을 하는 모든 계층으로 확대 적용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현재 시범사업은 최저임금 60% 수준(4만 6180원)의 정액 급여이며 최대 보장 기간도 120일에 불과하다.

김 센터장은 “보편성이 보장되지 않고 급여 수준도 낮게 유지된다면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고 고용이 안정된 노동자들은 사업장의 기업복지(유급병가·질병휴직)나 민간의료보험에 의존하고, 상병수당 제도는 저소득층만을 위한 제도로 주변화되는 이중체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되면 제도에 대한 정치적 지지가 쇠퇴하고 수급자는 사회적 낙인을 얻게 될뿐더러, 건강 문제로 인한 빈곤화 예방이라는 본래 취지도 달성하기 어려워진다”고 우려했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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