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가격 내린 테슬라…거세지는 전기차 '가격 전쟁'
테슬라가 다시금 전 세계 곳곳에서 할인에 나서면서 전기차 가격 경쟁이 더욱 본격화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독일에서 모델3·Y의 가격을 최대 9.8% 내렸다. 지난 1월 최대 19%의 가격을 인하한 이후 두번째 할인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최대 5% 내렸으며, 이스라엘에서는 모델3가격을 25% 인하했다.
테슬라는 당초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보다 50% 늘어날 것을 기대했지만 40%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해 중국 BYD(비야디)가 저가 전기차를 앞세워 전 세계 전기차 판매 1위를 기록하면서 테슬라가 2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이에 테슬라는 지난 1월부터 한국, 미국, 중국, 호주 등 전 세계 곳곳에서 수요를 늘리겠다며 가격 공세에 나섰다.
한국에서도 올해 들어 두 차례 가격을 낮췄으며, 이달 초에는 미국에서 올해 들어 5번째 가격 인하(최대 5%)를 단행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세액 공제 형태의 전기차 보조금 수령 조건을 강화하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미국에서 모델3 가격은 연초보다 11%, 모델Y는 20% 내렸다. 미국 자동차 가격비교 사이트 에드먼즈에 따르면 테슬라의 프리미엄 차종인 모델Y는 보조금 수령시 미국 평균 신차 가격보다 약 5300달러(692만원) 낮은 가격에 판매된다.
프리미엄자동차로 분류되던 테슬라가 양산차로 전환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경쟁사들의 수익성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내연기관차 위주로 생산하던 기존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10년 가까이 전기차만을 운용하며 대량생산체제를 갖춘 테슬라를 비용 절감 측면에서 쫓아가기는 아직 어렵다. 현대자동차그룹의 경우 2030년 글로벌 전기차 364만대, 제너럴모터스(GM)는 2025년 100만대, 포드는 2026년 20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테슬라는 지난해 이미 130만대를 생산했으며, 올해는 200만대 생산이 목표다.
테슬라는 당장 후발주자를 뿌리치기 위해 출혈 경쟁에 돌입해도 생존할 여력을 갖췄다. 테슬라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16.8%로, 자동차 판매 세계 1위인 토요타(6.7%)의 2배를 넘는다. 최근 미국 정부가 오는 2032년까지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사실상 전환하라는 내용의 배출규제를 발표하면서 테슬라가 향후 북미 시장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경쟁 기업들은 실제로 타격을 받고 있다. 테슬라는 본격적인 가격 전쟁을 시작한 지난 1분기 전 세계에서 42만2875대를 판매했다. 전년보다 36%, 전분기보다는 4% 늘어난 수치다. 특히 유럽에서는 지난 1~2월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95% 급증했고, 전체 점유율은 15%를 기록했다. 반면 현대자동차·기아의 1분기 유럽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동기보다 6.5% 감소했다. 이번에는 유럽에서 전기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재차 가격을 낮추면서 시장 점유율을 더욱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가격 정책이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지 뿐만이 아니라 중고차 가격 인하로 잔존가치도 떨어져 소비자 피해도 커진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테슬라는 기존의 프리미엄 이미지보다 자동차 양산을 통한 출혈경쟁에 무게를 더욱 두는 모양새다. 테슬라는 유럽 내 가격 인하에 대해서는 로이터에 "생산능력(캐파) 규모를 확대하고 개선하면서 가능했다"며 "고비용 소수 생산 차량을 저렴한 양산차로 바꾸는 것이 우리의 마스터플랜"이라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테슬라의 독주가 끝나자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내세운 것이 바로 반값 전기차"라며 "따라올 테면 따라오라는 식의 조치로, 앞으로 가격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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