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니까 킹크랩 사와”…지독한 괴롭힘에 극단 선택한 신혼 직원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4. 16.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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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특별근로감독서 사실 확인
전주고용노동지청은 지난 1월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전북 장수군 농협을 특별근로감독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전북의 한 지역농협에서 근무하던 30대 직원이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다가 올해 1월 스스로 생을 마감한 가운데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에서 관련 사실이 공식 확인됐다.

1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주고용노동지청은 지난 1월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전북 장수군 농협을 특별근로감독했다. 그 결과 총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이 확인돼 6건을 형사 입건하고, 총 677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노동부는 괴롭힘 가해자 4명에 대해서는 사측에 징계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제출하도록 했다. 공인노무사법상 비밀엄수 의무를 위반한 공인노무사에 대한 징계도 함께 요구했다.

노동부 감독 결과 A씨(사망 당시 33세)가 숨진 올해 1월 12일 직전까지 여러 상급자가 면박성 발언을 하거나 27만5000원짜리 킹크랩을 사오라고 한 뒤 실제로 받아내는 등의 방식으로 그를 괴롭힌 것이 확인됐다.

가해자들은 피해자의 부유한 가정 형편을 거론하면서 “부자라서 재수 없다” “부자니까 킹크랩 사라”는 식으로 괴롭힘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노량진 수산시장에 가서 실제로 킹크랩을 사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A씨가 괴롭힘 사실을 사측에 신고한 이후에는 부당한 업무명령을 하거나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처우가 있었던 점도 드러났다. A씨는 또 신고 이후 다른 부서로 발령됐는데 배정받은 개인용 컴퓨터(PC)는 내부 전산망이 접속되지 않는 기기였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받고 사측이 선임한 공인노무사 역시 가해자와 지인 관계인 것으로 노동부 압수수색을 통해 파악됐다. 노동부는 이 노무사가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고, 편향적 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 결론지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월 12일 자신이 일하던 농협 근처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결혼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던 그는 유서에 “열심히 해보려 했는데 사무실에서는 휴직이나 하라고 해서 (힘들었다)”, “이번 선택으로 가족이 힘들겠지만, 이 상태로 계속 간다면 힘들 날이 길어질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적었다.

한편 노동부의 감독 과정에서 장수 농협의 다른 노동관계법 위반 사항도 여럿 적발됐다.

장수 농협은 조기 출근에 대한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직원들에게 ‘공짜 노동’을 시켰다. 미지급 수당은 4억원 이상이다.

주 52시간제(기본 근로시간 40시간+최대 연장 근로시간 12시간)를 총 293회 위반한 사실도 확인됐다. 출산한 지 1년이 안 된 여성 근로자에게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휴일근무를 시킨 사실도 드러났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청년의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사측이 편향적으로 조사해 사실을 은폐하고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행위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일로,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정부는 노사를 불문하고 불법행위에 단호하게 대응해 청년 등 취약계층의 노동권을 제대로 보호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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