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단 군벌들 무력 충돌로 56명 사망…민간인 다수 포함(종합)

김성식 기자 2023. 4. 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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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군 "대통령궁,육참 관저 점령"…정부군 "사실 아니다"
반군 기지 2곳에 공습 시작…UN "적대행위 즉각 중단"
15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교전이 발생한 가운데 하르툼 국제공항 인근 상공이 짙은 연기로 가득한 모습이다. 2023.04.15.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아프리카 동북부에 위치한 수단의 수도 하르툼 등에서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교전이 벌어져 최소 56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군이 반군을 폭격하는 등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가운데 국제사회는 양측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하르툼과 수도 인근 옴두르만에서 정부군과 반군 준군사조직인 신속지원군(RSF) 사이에 교전이 발생했다.

이날 RSF는 수단 대통령궁과 육군 참모총장 관저, 국영 방송국, 하르툼 국제공항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남서부 도시 니알라와 알파시르, 남부 도시 엘오베이드 등을 점령했다고 주장했지만 정부군은 이를 모두 부인했다.

수단의사협회는 16일 새벽 성명을 내고 정부군과 RSF 간의 교전으로 56명이 사망하고 595명이 부상했다고 발표했다. 사상자는 하르툼 국제공항과 옴두르만, 니알라, 엘오베이드, 알파시르은 등에서 나왔으며 민간인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집계됐다.

하르툼 전역에서 총성과 폭발음이 들렸으며 곳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현지 방송 화면을 통해 생중계됐다.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전투기가 하르툼 상공을 낮게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으며 최소 한 대가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기자는 대포와 장갑차가 하르툼 시내를 지나다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 국책 항공사인 사우디아 측은 하르툼 국제공항에서 승객을 태우고 출발을 앞둔 와중에 총격에 고스란히 노출됐다고 밝혔다. 한 남성은 하르툼이 짙은 연기로 자욱한 건 처음으로 목격했다고 전했다. 그는 "겁에 질린 사람들이 집으로 도망쳤고 거리는 순식간에 인적이 끊겼다"고 AFP에 증언했다.

15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교전이 발생한 가운데 하르툼 상공에 전투기 1대가 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2023.04.1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정부군은 반군 병력이 해산되기 전까지는 RSF 지도부와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압델파타 부르한 육군 참모총장은 이날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그들이 현명하다면 하르툼에 들어온 군대를 철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군 주둔이) 계속된다면 다른 지역 병력을 하르툼에 재배치하겠다"고 말했다.

수단 육군은 반군 교란을 목적으로 RSF에 차출된 병사들에게 인근 육군 부대에 자진 신고할 것을 명령했다. 수단 공군은 RSF 기지 2곳을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공군은 RSF 활동에 대한 항공 조사를 이유로 주민들에게 실내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하르툼 내 은행과 학교, 공공기관 건물은 이날부터 일제히 폐쇄된 상태다. 복수의 목격자들은 이날 밤 정부군이 옴두르만 내 RSF 기지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다고 로이터·AFP에 전했다.

반군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RSF 사령관은 이날 군부 지도자였던 부르한 육군 참모총장을 '범죄자' '거짓말쟁이'라고 부르며 "당신이 어디에 숨어있는지 알고 있다. 당신을 사법 당국에 넘기거나 개죽음을 당하게 하겠다"고 경고했다.

15일(현지시간) 수단에서 정부군과 반군 사이에 교전이 발생한 가운데 수도 하르툼 시내 한복판에 중무장한 군인들이 중화기를 가지고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2023.04.1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정부군과 반군의 교전으로 사상자가 속출하자 국제사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분쟁의 격화는 민간인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이미 위태로운 수단 내 인도주의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며 "적대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역 지도자들과 접촉하고 있으며 수단의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에 대한 유엔의 지지를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날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무사 파키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과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했다. 아랍연맹(LAS)도 수단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16일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사우디·아랍에미리트(UAE) 외무장관들과 공동 통화에서 "군사적 긴장 고조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 고위관리에 따르면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담에 참석하기 위해 일본 출장길에 오른 블링컨 장관은 "이번 공격에 상당한 무기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지 공관 직원과 미국 시민의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군과 RSF는 2019년 쿠데타를 일으켜 30년간 수단을 통치했던 독재자 오마르 알 바시르 대통령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했다. 그러나 2021년 정부군 지도자인 부르한 육군 참모총장이 이끄는 군벌이 두 번째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에 정부군과 RSF는 서로를 등지고 권력 투쟁에 돌입, 과도정부를 구성하기 위한 협상이 두 차례 연기됐다.

RSF는 군부가 바시르 전 대통령의 충성파들과 함께 2021년 쿠데타를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갈로 RSF 사령관은 쿠데타로 인해 개혁은 실패했고 바시르 정권의 잔당들만 대거 복귀했다고 비난했다. 반면 부르한 육군 참모총장은 더 많은 단체들을 과도정부에 참여시키기 위해선 쿠데타가 불가피했다고 항변했다.

이번 교전으로 인해 수단이 전면적인 내전에 빠질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제사회의 지지 속에 양측의 중재에 나섰던 민간 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아무도 이기지 못할 전쟁이며 수단을 완전히 파괴할 것"이라며 적대행위 중단을 호소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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