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폭발 '모범택시2', 어떻게 이율배반적인 시청자들까지 꽉 잡았나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4. 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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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제 드라마 들 완성한 ‘모범택시’, 시즌3 안하는 게 이상하다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SBS 금토드라마 <모범택시2>가 종영했다. 무지개 운수 팀 전체를 위기에 몰아넣었던 금사회도 김도기(이제훈)와 장성철(김의성)의 치밀한 계획 하에 하나하나 무너져 내렸다. 형제자매복지원을 운영하며 사이비 교주로 아이들을 납치해 악행을 일삼았던 교구장(박호산)은 그에 의해 키워진 온하준(신재하)의 손에 죽음을 맞이했다. 교구장의 명령으로 자신을 애타게 찾아다녔던 아버지를 그 정체도 모른 채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온하준의 처절한 복수였다.

<모범택시2>는 시즌1과 달리, 강하나(이솜) 같은 검사가 등장하지 않았다. 그래서 오롯이 무지개운수 팀이 의뢰받은 사건들을 하나하나 해결해가며 사적 복수를 완성해 가는 과정을 그렸다. 검사 대신 등장한 건 온하준을 전면에 내세운 금사회라는 조직이었다. 즉 시즌1이 무지개운수라는 사적 복수 대행을 해주는 이들에 대해 검찰 같은 공적 기관의 통제와 감시라는 균형이 들어 있었다면, 이미 사적 복수 대행에 대한 판타지적 공감대가 마련된 시즌2에서 그런 균형 자체가 불필요해졌다.

대신 더 강력해진 금사회 같은 거대 조직을 무지개운수와의 대결구도로 세웠다. 시즌1의 사건들이 저마다 하나씩 따로 떼어진 개별사건들이었다면, 시즌2는 그래서 이 개별적인 사건들이 모두 금사회와 관련된 사건이라는 방식으로 묶여졌다. 좀 더 하나의 시즌으로서의 시작과 마무리를 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선택이다.

<모범택시2>는 그런 의미에서 시즌제 드라마의 틀을 완성한 느낌이 있다. 이 드라마가 가진 최대의 강점은 실제 현실에서 소재를 가져온 스토리들을 드라마틱한 허구로 재가공함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시원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는 점이다. 즉 드라마가 실제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들에 대한 대중들의 공분을 작품 속으로 끌어오기 때문에 극적 긴장감이나 이를 해결해나가는 스토리에 대한 기대감이 훨씬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에서도 여지없이 현실의 사건들이 <모범택시> 안으로 들어왔다. 최강 빌런으로 꼽힌 금사회의 교구장에서도 아예 '형제자매복지원'을 운영했던 사이비라는 점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또 엔딩에 등장한 군내 성폭력 신고 후 2차 가해에 의해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황예리 중사 사망 사건 역시 실제 현실에서 벌어졌던 안타까운 사건 그대로다.

인터넷에 '<모범택시2> 실제사건'을 검색하면 이번 시즌의 모티브가 됐던 사건들을 정리한 내용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N번방 사건부터, 파타야 살인사건, 노숙인 명의 도용사건, 대리 수술, 음주수술 사건, 사이비 종교, 버닝썬 게이트 등등이 그것이다. 이들 사건들은 대중들을 공분하게 만든 사건들로, 특히 그 가해자들의 지독한 악행에 비해 그만한 처벌이 이뤄졌다 보기 어려운 사건들이었다.

<모범택시>는 바로 이 범죄와 처벌 사이에 놓인 간극이 만들어내는 공분을 드라마의 동력으로 가져온다. 그 사건들을 극적으로 재구성한 후, 이제는 하나의 형식이 되어버린 김도기의 "5283 운행 시작합니다"로 시작되는 사이다 사적 복수를 통해 시청자들이 현실에서 채우지 못했던 울분을 하나하나 채워준다. 이러니 그 결과를 이미 다 알고 있으면서도 드라마에 빠져들게 된다.

시즌제 드라마에는 장단점이 있다. 즉 이미 성공한 드라마의 공식이 존재한다는 게 장점이라면, 그것이 패턴화되어 이전 시즌과의 변별력이 사라지게 되는 지점에 단점이 생긴다. 즉 시청자들은 전 시즌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이야기를 원하는 이율배반적인 요구를 하게 된다. 그런데 <모범택시>의 경우는 그 형식적인 유사함과 김도기와 무지개 운수팀 같은 분명한 캐릭터가 주는 익숙한 안정감 위에, 차별점을 주는 다른 사건들이 매회 등장한다. 그러니 이 이율배반적인 요구에 최적화된 시즌제 드라마가 가능해진다.

게다가 <모범택시>가 계속 운행하기 위해 필요한 공분을 일으키는 '현실의 사건들'은 안타깝게도 넘쳐나는 상황이다. 그러니 드라마로서는 소재들이 여전히 많고 그것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재배치하는가 만으로도 시청자들을 끌어 모을 수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천원짜리 변호사>의 천지훈(남궁민) 같은 스튜디오S의 히어로 캐릭터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면서 세계관의 결합 또한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모범택시2>는 마지막회에 21%라는 폭발적인 시청률을 남기고 떠났다. <모범택시1> 최고 시청률 16%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 이 정도면 <모범택시>는 시즌3를 안하는 게 이상한 일이다. 어느 정도의 쿨타임을 갖고 새로운 사건들과 함께 돌아올 시즌3를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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