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여성 ‘독박 집안일’…똑같이 벌어도 남편은 여가, 아내는 가사·돌봄
미국 맞벌이 가정에서 아내와 남편의 가정 경제 기여도가 비슷하거나 아내의 수입이 더 많은 경우에도 가사·돌봄 등에서 아내가 남편보다 더 많은 부담을 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퓨리서치센터가 13일(현지시간) 미국 인구센서스 자료와 미국인의 시간 사용 조사 등 통계를 분석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미국 기혼 가정에서 여성의 경제적 기여도는 꾸준히 증가했다.
2022년 기준 남녀 소득이 동등한 수준으로 ‘평등주의적’인 가정은 전체의 29%로, 1972년 11%보다 크게 많아졌다. 여성의 수입이 더 많거나 여성 혼자서 생계비를 버는 가정도 16%로, 1972년 5%보다 세 배 이상 늘었다. 반면 남성의 소득이 더 많거나 남성 혼자서 생계비를 버는 가정은 55%로, 1972년 85%에서 급감했다. 남성 혼자 생계비를 책임지는 가정 역시 23%로, 1972년 49%에서 크게 줄었다.
그러나 남녀 경제 기여도가 동등하거나 여성의 벌이가 더 많은 가정에서도 가사나 돌봄 등에 대한 성역할 구분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2021년 사이 25~64세 이성 부부를 조사한 결과, 남편은 임금노동에 주당 44.2시간, 여가생활에 주당 25.2시간을 각각 쓰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아내가 임금노동에 쓰는 시간보다 3.1시간, 여가생활보다는 3.5시간씩 많았다.
아내의 경우 돌봄에 주당 6.9시간, 가사에 주당 4.6시간을 각각 쓰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남편이 돌봄에 쓰는 시간(5.1)보다 1.8시간, 가사(1.9)보다 2.7시간씩 많았다. 남편이 아내보다 추가로 여가를 누리는 시간 만큼을 아내는 가사와 돌봄에 할애하고 있는 셈이다.
퓨리서치센터는 “결혼생활에서 재정 기여도가 동등해졌음에도 부부가 임금노동과 가정생활에 할애하는 시간을 분담하는 방식은 여전히 불균형 상태에 놓여있다”고 밝혔다. 남편이 일이나 여가 생활에 더 많은 시간을 쏟는 사이 아내는 더 많은 가사나 돌봄 등 의무를 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성의 수입이 많거나 남성 혼자 버는 가정에서는 남녀별 돌봄·가사 시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보고서는 남편과 아내가 가사나 돌봄에 비슷한 시간을 할애하는 가정은 여성 혼자 생계비를 버는 ‘외벌이’ 가정 뿐이었다고 밝혔다. 또한 기혼 흑인 여성, 대학학위 이상 소지자, 자녀 수가 적은 여성일수록 남성과 벌이가 비슷한 평등주의적 가정을 이룰 확률이 높았다고도 전했다.
한국에서도 2019년 통계청 생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맞벌이 가구에서 남편은 하루 평균 54분 간 가사노동을 한 반면, 아내는 3시간 7분이나 했다. 아내가 2시간 13분 더 가사노동에 참여한 것이다. 아내만 취업한 외벌이 가구에서도 아내의 가사노동 시간이 2시간 36분으로 남편(1시간 59분)보다 37분 더 길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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