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가락으로는 북을 칠 수 없다[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좋은 상상]

기자 2023. 4. 16.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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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아동센터는 늘 아이들의 왁자지껄한 소리들로 넘쳐납니다. 에너지 넘치는 아이들은 좁은 실내활동 위주의 운영기간이 길어지면 다투고, 삐지고, 울고, 소리치는 등 서로 충돌하는 모습이 잦아졌습니다. 답답해하는 아이들을 보며 안쓰러운 마음이 가득하던 차에 누군가의 “모두 안으로 들어갈 때 자연을 찾아 밖으로 나가 보는 건 어떨까?”라는 의견이 시발점이 돼 아이들은 추운 겨울임에도 인근 도덕산을 앞마당처럼 뛰어다녔고 봄이 되자 산과 개천, 수목원 등 여기저기 다니기 바빴습니다.

아이들의 야외활동이 일상이 돼 갈 무렵, 밖으로 나가는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도서관 인근 텃밭에 감자, 고구마, 가지, 배추 등 다양한 농작물을 심었습니다. 아이들은 감자 심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선생님의 말씀도 듣지 않고 먼저 텃밭으로 뛰어가기도 하고, 자기 영역을 표시하며 혼자 하겠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저만치 떨어져 올라오는 싹을 신기하게 쳐다보는 아이도 있었고, 모종삽으로 땅을 파며 흙놀이 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어느덧 수확물을 거두는 시점이 되자 아이들은 모두 반짝이는 눈으로 감자 캘 때의 주의점을 새겨들으며 조심조심 감자를 캤습니다. 땅을 팔 때 힘 조절이 안 돼 옆 친구에게 잔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감자 수확 후 한동안은 감자잔치가 열렸습니다. 아이들이 수확한 감자 몇 알을 공동 바구니에 넣으면 급식 선생님께서 간식으로 감자전, 찐감자, 감자버터구이를 만들어 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비인기식품인 가지는 수확 분위가 사뭇 달랐습니다. 딸 때도 가시 때문에 조심조심해야 하고, 가지무침이나 전을 해놔도 잘 먹지 않았습니다. 해서 급식 선생님이 고민하다 가지를 잘게 다져 갖은 야채와 해산물을 넣고 동그랑땡을 만들어 주니 잘 먹었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시원한 바람이 살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는 고구마를 캐러 텃밭으로 나갔다가, 고사리 같은 손에 목장갑을 끼고 직접 캔 고구마가 담긴 비닐봉지를 흔들며 센터로 힘찬 발걸음을 옮기곤 했습니다. 조금밖에 캐지 못한 친구에게 고구마를 나눠주는 기특한 친구도 있었지요.

어느덧 날씨가 추워지자 아이들은 힘찬 발걸음으로 텃밭을 누비며 배추와 무를 쑥쑥 잘도 뽑아듭니다. 그렇게 수확한 배추와 무로 아이들과 인근 어르신을 모시고 김치를 담갔습니다. 앞치마를 두르고 기다란 일회용 장갑을 낀 아이들은 서로 앞을 다투어 김치소를 넣겠다고 난리였지요. 부엌 한쪽에서 삶는 수육 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며 들락날락거리는 아이들로 인해 부엌은 엉망이 됐지만 마음은 풍성했습니다. 그렇게 텃밭 속에서 아이들은 꼬마농부로 성장해 가며 자연이 주는 선물을 받았습니다.

‘한 손가락으로는 북을 칠 수 없다’는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름다운 악기 소리를 내기 위해 오늘도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손길들이 보내는 관심과 사랑으로 마음과 몸이 쑥쑥 자라가고 있습니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10년 동안 늘 시끌벅적 분주하지만 함께여서 더 좋았고 앞으로도 아이들에게 지역아동센터가 힘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영아(힘찬키움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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