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넘버 원 장현석, "프로에서 스타 되어야 진짜 스타"

김현희 2023. 4. 16.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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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구속 160km에 도전. 그 보다 더 바라는 것은 '팀 우승'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마산용마고 에이스 장현석. 올해 그는 고교야구 탑 티어라는 평가 속에 프로의 부름만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김현희 기자

(MHN스포츠 김현희 기자) 각 년도별로 고교야구에는 최대어로 손꼽히는 최고의 선수가 있었다.

최근 3년만 해도 그렇다. 2021년에는 광주진흥고 문동주(한화)와 광주동성고 김도영(KIA)이 있었고, 지난해에는 덕수고 심준석(피츠버그)과 서울고 김서현(한화)이 있었다. 빼어난 실력으로 탈(脫) 고교급 평가를 받는 이들은 짧은 시간 내에 프로에 안착하고 있다는 공통분모도 지니고 있다. 투수로서 160km 스피드를 내거나 타자로서 그라운드를 휘젓는 신예들의 활약은 한국 프로야구의 미래가 그렇게 암울하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곤 한다.

2023 고교야구 탑 티어, 마산용마의 장현석
타고난 승부사 기질, 그리고 마인드를 갖춘 보기 드문 신예

올해 역시 그러한 기질을 갖춘 선수가 있다. 마산용마고의 에이스 장현석이 그 주인공이다. 이미 지난해 156km의 스피드를 기록하면서 주목을 받았던 기대주다. 올해에는 그 실력이 더 농익어 가면서 최고 구속 160km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있다. 고교 야구 최고 스타로서 입지를 다져가고 있는 장현석, 본지에서도 지난 9일, 이마트배 4강을 앞두고 장현석을 밀착 취재했다.

Q)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거기에 실력도 빼어나다. 왜 장현석 장현석 하는지 알겠다. 높아진 인기가 실감되는가?

장현석(이하 '장') : (웃으며) 그러한 평가에 참 감사할 따름이다. 하지만, 고교야구에서 스타 소리를 듣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다. 프로에서 스타가 되어야 진짜다. 프로 무대에서 스타가 되고 싶다.

Q) 그 마음가짐이 참 훌륭하다. 그런데, 정작 준결승전에서 투수로 등판하지 못 한다.

장 : 투구수 제한 때문에 중요한 경기에 등판하지 못하게 됐다. 그렇지만, 4강만 넘으면 결승전에 내가 던질 수 있다. 친구들과 후배들을 믿고 오늘만큼은 스스로 응원단장이 되겠다.

훤칠한 외모를 자랑하는 장현석. 사진ⓒ김현희 기자

Q) 에이스가 응원단장이라, 의외다. 보통 응원 주도는 1~2학년들이 하던데?

장 : 아니다. 4강전만큼은 내가 스스로 응원단장이 되고 싶다. 목이 남아나지 않을 만큼 응원하겠다. 내 목소리와 결승 진출을 맞바꿀 수 있다면, 당장 그렇게 하고 싶다. 경기 이후 내가 목이 쉬어 있지 않다면, 열심히 응원하지 않은 것으로 봐 달라(웃음).

실제로 장현석은 1회부터 9회까지 쉬지 않고 동료들을 응원했다. 스스로 후배들을 이끌고 응원을 자처할 만큼, 장현석은 승리에 목말라 있었다. 아니, 우승에 목말라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선수들이 펑고를 잘 받도록 코치 옆에서 공을 전달해 주는 일도 하는 등 승리를 위해서 스스로 굳은 일을 찾아 다녔다.

Q) 그러고보니, 용마고에는 참 굵직한 선수들이 주기적으로 나온 것 같다. 조정훈 코치님도 그렇지만, 한화 김민우도 그렇고 포수로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던 나종덕(개명 후 나균안)도 그러했다.

장 : (고개를 끄덕이며) 선배님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스스로 잘해야 한다고 느낀다. KT의 (이)정현 선배님, 롯데의 (이)승헌 선배님도 고교 때 최고 아니셨는가. 그래서 더욱 우승을 하고 싶다.

Q) 공교롭게도 상대가 덕수고다. 마산용마고가 양창섭(삼성)에 밀려 두 번이나 황금사자기 준우승을 차지했던 경험이 있다.

장 : 아마 그 때는 TV로 경기를 봤던 것 같다. 그때 멤버도 참 좋았는데(이정현, 이승헌, 오영수 등), 우승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욱 질 수 없다. 창원에서부터 일부러 서울까지 올라 오신 동문 선배님들과 부모님들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기고 싶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것이 응원밖에 없다. 응원 정말 열심히 하겠다.

사진ⓒ김현희 기자

장현석은 경기 내내 "내 목과 결승 진출을 맞바꿀 수 있으면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마침 그 때, 조정훈 코치가 장현석 앞을 지나갔다. "코치님 용마고 시절 퍼포먼스를 장현석이 따라가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조 코치는 "벌써 나를 넘어선 것 같다,"라며 웃었다. 그러나 장현석은 "아니다, 아직 코치님 따라가려면 멀었다. 다승왕도 하지 않으셨는가!"라며, 잠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Q) 경기 전,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장 : 위축되지 말고, 같이 열심히 응원하자고 이야기 해 주고 싶다. 남들은 덕수가 유리하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승패는 반반이다. 그 반반 확률을 우리쪽으로 조금 더 가져가기 위해서는 기싸움에서 지지 말아야 한다. 경기 전 이 말은 꼭 하고 들어가겠다.

인터뷰 도중, 덕수고의 수비 훈련이 끝나고 이제 마산용마고 선수단이 몸을 풀 때가 됐다. 이 때를 기다렸다는 듯, 장현석은 곧바로 그라운드로 나가 펑고를 치는 코치를 도와 공을 토스해 주는 일을 했다. 그리고 "좋아 좋아!"를 반복하며, 팀 동료들에게 기운을 불어 넣었다.

Q) 중계방송에서도 본인 이름이 거론된다. 그 때마다 어쩔 수 없이 고개가 돌아가는 것 같다.

장 : 의식이 안 된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오늘(4강전)은 내가 안 나오는 만큼, 내가 아닌 동료들이 주역이 되어야 한다. 동료들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뭐든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려고 한다.

이윽고 경기가 시작되고, 장현석은 약속대로 목이 쉴 만큼 동료들에게 끊임없이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저학년들이 주도적으로 해도 될 일을, 한 팀의 에이스가 스스로 한 것이었다. 에이스의 간절한 바람에 마산용마고 선수단도 경기 중반까지 곧잘 힘을 냈다. 정말로 이대로라면 결승 진출도 꿈이 아닐 것만 같았다. 그러나 마산용마고는 경기 막판, 2학년생 우정안에게 쐐기포를 맞는 등 후반부에 급격히 무너지면서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경기 내내 응원을 했던 에이스도 고개를 팍 숙여야 했다.

경기를 앞두고 후배들을 모아 적극적인 응원을 주문하는 장현석. 팀의 리더이기도 하다. 사진ⓒ김현희 기자

Q) 정말 아쉬운 결과가 나왔다.

장 : (잠시 침묵)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너무 없어서 안타까웠다. 그렇지만,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게 해 준 친구들과 후배들에 고맙다.

Q) 본인은 그래도 이번 대회에서 최선을 다 했다. 황금사자기 때 또 봤으면 좋겠다.

장 : 감사하다. 황금사자기 때에는 우승으로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더 철저하게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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