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위조됐다더니 미 기밀유출 용의자 체포에 우리 언론 보도는
민주당 돈봉투 사건, 조선 1면 보도 "의원 10명 수수자로 특정"
대통령 20%대 지지율에 동아 "리더십 문제로 귀결"
[미디어오늘 금준경 기자]
한국 국가안보실 도·감청 등 내용이 포함된 미국 기밀문건 유출 사건의 용의자가 체포됐다. “상당수 정보가 위조됐다”며 단정적 입장을 냈던 정부는 도·감청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보수언론인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도 체포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룬 반면 조선일보는 16면 국제면에서만 관련 사안을 보도해 주요 종합일간지 중 가장 소극적인 보도 태도를 보였다.
러시아 조작설 무게 실었던 조선일보 소극 보도
정보 유출의 범인은 미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소속 정보병 잭 테세이라다. 그는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내용을 포함해 미국이 전세계에서 수집한 기밀을 유출했다.
다수 신문은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15일 토요일 신문을 발행한 주요 종합일간지 8곳 중 5곳(동아일보, 한국일보, 경향신문, 국민일보, 세계일보)이 1면에 관련 소식을 다뤘다. 한겨레는 6면에 관련 소식을 다뤘는데 한겨레 토요판 1~5면은 커버스토리 기사를 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1면 배치로 볼 수 있다. 중앙일보는 3면에서 다뤘다.
조선일보는 16면 국제면에서만 관련 소식을 다뤘다. 정부의 입장 변화를 지적하는 대목은 없고 정보유출 사건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다. 조선일보는 지난 10일 “러시아가 선택적으로 문서를 위조해 허위 정보를 역으로 흘렸을 수 있다”며 “미국이 우방을 감청했다는 정보를 흘려 자유 진영을 이간질하려는 러시아 측의 조작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반면 경향신문은 <미 내부 유출 드러나자... 슬그머니 “도청 알 수 없다”는 정부> 기사를 내고 “(정부가) 모든 가능성을 강경하게 일축하던 기존의 입장에서 말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도 <'미 도청 거짓'이라던 정부 “확정 안했다” 한발 빼> 기사를 통해 같은 지적을 했다.
사설에선 경향신문, 한국일보가 이 문제를 다뤘다. 한국일보는 <서방언론이 '소심한 외교'로 비하... 커지는 기밀문건 리스크> 사설을 통해 “도·감청 의혹에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거나 '확정하지 않았다'는 당국자들의 말은 한가하다”며 “정부는 이제라도 사안의 원칙적 대응이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미국 도청 덮어놓고 부인·거짓말 국가안보실, 국민에게 사과해야> 사설을 통해 정부의 사과를 촉구했다. 한겨레는 “오로지 임박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이 잘못될세라 미국을 변호하며 사태를 서둘러 진화하려는 데만 몰두한 탓”이라며 “금세 탄로 날 거짓말을 한 데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돈봉투 사건, 한겨레 경향 민주당 비판 사설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배포된 정황이 수사로 드러나고 있다.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휴대폰 통화 녹음파일을 통해 관련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15일 이 소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신문은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1면 기사 <민주 3명 “형님, 기왕 하는거 우리도 주세요”>를 통해 “민주당 현역 의원 10명을 돈봉투 수수자로 특정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검찰이 확보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과 윤관석 의원 간 통화 녹음 파일에 “나는 인천(지역구 의원) 둘하고 C 의원은 안 주려고 했는데 얘들이 보더니 '형님, 기왕 하는 거 우리도 주세요' 또 그래 가지고 거기서 세 개를 뺏겼어”라는 내용이 있다고 보도했다. '형님'으로 시작하는 대목은 녹취에서 전언 형식으로 나오는데 조선일보는 직접 인용으로 제목을 썼다.
향후 수사는 '돈 흐름 입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일보는 “녹음파일의 존재만으로 혐의가 입증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범죄사실을 인정받기 위해선 돈봉투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흘러갔는지 규명돼야 하고, 관련자들 계좌와 현금흐름에서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여러 증거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검찰의 기획수사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민주당을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전대 돈봉투 의혹 민주당, 스스로 진상규명해야> 사설을 통해 “사실이라면 정당 정치의 근간을 뒤흔드는 심각한 범죄”라며 “송영길 전 대표가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민주당이 국면 전환용 기획수사라며 반발하는 것은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마지막 문단에 “검찰도 야당 탄압을 위한 기획수사라는 비판을 받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겨레는 <'민주당 돈봉투'사건, 정치적 고려 배제하고 신속히 진실규명해야> 사설을 통해 “국민의 호된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사안”이라며 “(민주당의 입장에는) 영장에 적시된 사실관계를 반박하는 해명이 빠져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겨레는 “수사 과정에서 일체의 정치적 고려를 배제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덧붙였다.
대통령 20%대 지지율에 “상시적 리더십 불안” “리더십 문제”
한국갤럽(지난 11~13일 전국 1002명을 대상으)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27%를기록해 5개월 만에 다시 20%대를 기록했다. 언론은 '리더십' 문제를 거론했다.
한겨레는 <굴종외교 이어 도청 '악재'까지 윤 대통령 지지율 20%대> 기사를 내고 “대일 굴욕외교 논란에 이어 국가안보실 관계자들에 대한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의혹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경향신문도 대동소이한 진단을 하며 “상시적인 국정 리더십 불안 상태”라고 진단했다.
동아일보는 <윤 지지율 5개월 만에 20%대... 국정도 인사도 쇄신하란 民意> 사설을 내고 “궁극적으로 리더십 문제로 귀결된다”며 “야당이 대선 연장전을 치르는 듯 입법 독주를 하는 것은 문제지만,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협치의 손길을 내미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심의 경고를 국정 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대통령실과 내각 등 인적 자원을 재정비하는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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