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마시며 허기 채웠던 정성일의 꿈, “더 좋은 연기자 되고 싶다”[MD픽](종합)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배우 정성일은 가난했다. 몸이 안 좋은 어머니는 먼 곳에서 요양을 했다. 아버지는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고3때 어머니가 건강이 좋아져서 집에 돌아왔다. 그 동안 두 살 터울의 누나가 키웠다. 초등학교 4학년때 누나와 함께 몸이 불편한 할머니의 대소변을 받아냈다. 비가 오면 놀이터 보도블록 사이에 물이 고였다. 모래가 가라앉기까지 기다렸다가 빗물을 마셔 배를 채웠다.
아들은 어머니를 존경했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했다. 어딜 가서 뭘 하든 항상 제일 먼저 가서 청소하고, 네가 열심히 살면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면 티 내지 않더라도 누군가는 알아볼 것이라고 조언했다. 어머니는 아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했다. 아들은 최선을 다해 뭐든 다 하는 어머니를 인간적으로 존경했다.
‘더 글로리’는 인생의 터닝포인트였다. 오랜 무명생활 끝에 찾아온 기회였다. 처음엔 떨렸다. 첫 대본 리딩을 하고 매니저에게 “나 잘릴 수도 있을 것 같아”라고 했다. 불안은 삶의 동력이었다. 미친 듯이 캐릭터를 연구했다. 극중 도영은 선과 악을 흐릿하게 오가는 인물이다. 4kg을 감량하고 무표정에 담아낸 섬세한 근육 떨림은 오래 연기 경력에서 나왔다.
‘더 글로리’로 스타덤에 오른 뒤 누나는 얼마나 기뻐했을까. 그러나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15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누나가 별로 표현을 잘 안해준다고 했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잘했네, 잘해라. 계속 잘해라”라고 무심하게 격려했다. 이제 눈빛만 봐도 안다. 동생의 성공에 좋아하는게 보인다. 정성일은 마음으로 느꼈다.
처음엔 전재준 캐릭터에 욕심을 냈다. 날것같이 할 있어서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백수도 좋고, 양아치도 좋다. 헐렁하고 재미난 캐릭터도 해보고 싶단다. 세련되고 냉소적인 도영 캐릭터는 이제 과거로 흘러갔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단순하고 명확했다. “연기를 좀 잘하고 싶다. 좀더 잘하고 싶다.”
40대 초반의 정성일은 무명의 설움을 벗고 이제 막 ‘좋은 배우’의 출발선에 섰다.
[사진 = JTBC, 넷플릭스]-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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